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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 조선인들의 들숨과 날숨
송순기 지음, 간호윤 엮음 / 경진출판 / 2022년 12월
평점 :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조선인들의 들숨과 날숨
송순기 (지은이), 간호윤 (엮은이)
경진출판 2022-12-30
기인기사록은 1921-22년 송순기 선생이 상권 51편, 하권 56편으로 출판된 책입니다. 조사만 한글이고 전부 한문입니다.
그 귀한 책자를 간호윤 선생이 구해서 전부 입력하고 2014년에 기인기사록 (하)권으로 번역하여 풀어썼습니다. 모두 56편, 611페이지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왜 하권이 먼저 나왔냐면 하권 중의 한 내용이 문제가 되어 일제시대에 금서로 지목되었기에 안타까워 먼저 번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표지사진보러 서점에 가보니 2008년에도 일부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재미있게 읽었지만 항상 (하)라고 표시되어 있는 책을 보면서 언제 상권이 나올것인가, 과연 나올 수 있을 것인가 궁금했지요. 그러던 차에 9년만에 드디어 상권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한줄한줄 소중히 읽어야지요.
애초에 송순기 선생이 글을 쓸 때 지어낸 것이 아니라 오백년기담, 동상기찬, 기문총화, 실사총담, 청구야담, 심지어 삼국사기 등의 옛 문헌에서 가져와 각색을 한 것들이라 어렴풋이 들어본 듯하면서도 전체 줄거리는 모르는 것들입니다.
사실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대대로 내려오는 전래 이야기의 신문판인거죠. 지면에 연재했기 때문에 글자수가 정형화되어 더 좋습니다.
더 괜찮은 부분은 이야기의 주인공에 대해 저자가 자료를 더 찾아 연도까지 맞춰가며 해설을 해줍니다. 이래서 책이 늦게 나왔군요! 하단에 주석도 달고 어울리는 그림도 찾아붙이고, 매편마다 해설이 붙어 더 좋습니다. 옛문헌의 해설가입니다. 평범한 옛이야기의 숨겨진 사연과 평가를 곁들여서 한층 완성도가 살아났습니다.
송순기 선생은 이야기 끝에 자신을 외사씨라고 나오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말입니다.
小史는 邦國의 기록을 맡는다,
內史에 사방 諸侯가 보내온 文書를 內史가 聲讀하여 王께 告한다,
外史는 書名을 사방에 전달하는 일을 맡는다.
책의 내용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랍니다.
윤필상은 성종 조의 상국이었다. 일찍이 북경에 가서 점을 잘 치는 자를 방문하여 운명을 점쳐보니 한평생 길흉이 서로 꼭 들어맞았다.
다만 마지막 구절 ˝해가 삼림의 아래로 떨어지니 일지춘을 영원히 이별하네 日落三林下 永別一枝春”라는 말뜻만 풀어내지 못하였다. 그 후 연산 임금 갑자사화 때(1504년)였다. 지난 성종 시절 연산군의 생모인 윤비를 폐위시킬 때 참여한 일로 인하여 전라남도 진도에 유배되었다.
어느 날 저녁에 인근 사람이 주인집에게 김매는 데 손을 빌려 달라고 청하며 말하기를 ˝내일 아침 상림으로 와서 만나세나˝ 하기에 공이 주인에게 물었다.
“어디를 상림이라 하는가.˝
주인이 대답했다.
“이곳에서 한 5리 쯤 가면 상림, 중림, 하림의 지명이 있지요.˝
공이 이에 ‘삼림‘의 말뜻을 비로소 깨닫고 탄식하기를 그치지 못하였다. 그때 마침 자질구레한 일을 맡은 기생이 곁에서 머리를 빗고 있었다. 그래 이름을 물어보니 기생이 ˝일지춘이에요˝하고 대답하였다.
186-187p.
하! 한자 예언이라는 것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습니다. 북경의 그 점쟁이는 도대체 누굴까요. 윤필상의 손자도 북경에 가서 쪽집게 점괘를 받아옵니다. 점쟁이도 대를 이어 운영했을까요.
우리나라 여류시인들의 한시를 소개하는 대목이 있는데 대단합니다. 특히 회문시라고 한글자씩 더하는 시문은 놀라울 뿐입니다.
중간에 한꼭지 이야기로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이 나오길래 이거 누가 누구를 베낀건가 찾아보니 허생전 이 먼저이고 후에 기문총화(=>기인기사)에서 가져다가 적었나봅니다. 저작권이 상관없던 시대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