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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고 이기는 기술 - 3000년을 이어온 설득의 완벽한 도구들
제이 하인리히 지음, 조용빈 옮김 / 토네이도 / 2024년 10월
평점 :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기술
3000년을 이어온 설득의 완벽한 도구들
제이 하인리히 (지은이), 조용빈 (옮긴이) 토네이도 2024-10-28
모두 28장의 재미있는 수사학입니다. 수사학이라고 제목을 붙이면 아무래도 무거운 느낌이겠지요. 수사학을 뒤편에 숨기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기술‘로 가볍게 포장했습니다. 이것조차 수사학이네요.
1장은 인생의 모든 일은 논쟁이 가능하다고 시작합니다. 적어두고 익힐만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거의 전부네요)
상대의 적극적인 태도를 이끌어라.
잠깐만요,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 디리멘스 코풀라티오, 방해적 연결
성공 사례를 보여주어라.
더 강한 것으로부터 나오는 논리 ; 아포르티오리 논증
상상을 안내하라.
구절을 반대로 반복하는 교차대구법 ; 치아스무스
시간이 많은 사람처럼 굴어라.
감정을 터치하라.
15-22p
2장에서 폭력, 싸움, 전쟁을 벌릴 수도 있고, 논쟁으로 설득도 할 수 있다는 비교를 합니다. 싸우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상대를 기분좋게 하여 내 쪽으로 끌어오려면 설득이 필요합니다.
3장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임, 가치관, 선택을 설명합니다. (역시 아리스토텔레스) ‘누가 내 치즈를 먹었는가‘하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책임‘의 문제이고, 합법화의 문제, 이혼의 문제는 ‘가치관‘입니다. 공장설립과 죄의 판별, 춤을 출건지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상대가 선택하게끔 하여 거실의 음악소리를 줄입니다. 선택이 중요할 때는 ˝미래시제를 사용합니다˝ 과거의 잘못 (항상 과거는 잘못한거죠) 을 끄집어내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 정말 좋은 충고입니다. 항상 과거의 잘못을 끄집어 상대를 비난했는데 생각해보면 과거의 실수를 이야기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4장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입니다. 인격으로, 논리로, 감정으로 나뉩니다. 아들을 위하는 아빠의 마음은 ‘인격으로‘ 입니다. 긴 바지를 입으면 건강해진다는 것은 ‘논리로‘ 하는 설득입니다. 바보 흉내를 내어 아들을 깨우치려는 행동은 ‘감정‘의 설득입니다.
5장은 디코럼 decorum, 적합하다 입니다. 옷차림이라든가 보이는 모습을 적절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 이길 일이 별로 없습니다. 편안하고 적합한 사람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6장은 유능한 사람의 미소입니다.
그저 ‘사람만 좋은‘ 바보가 최악의 리더다. 사람들을 이끌고 설득하려면 다음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미덕, 실용적인 지혜, 사심 없는 선의‘다.
69p, 아리스토텔레스
이 대목은 참 멋진 수사학입니다. 여기서 미덕은 상대방의 미덕입니다. 상대를 높이고 나를 내려놓습니다. 설득의 세계는 심오합니다. 항상 상대는 두 가지 이상의 대칭적인 이익을 원합니다.
7장은 미덕의 심화 버전입니다. 경험을 보여주고, 규칙을 탄력적으로 적용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용을 취하는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 이런 리더라면 따라갈 수밖에 없죠.
8장은 ‘사심없는 선의‘를 설명합니다. 사심이 없는 마음과 호감이 합쳐진 것으로 ‘배려‘입니다. 무사심을 보여주는데 상당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얻고자 하는 것을 마지못해 억지로 하는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 사심도 없어야 하고 상대를 위한다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거기에 추가하여 힘들게 하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무서운 수사학입니다.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실제로 ˝빵 대신 케이크를 먹으라고 해˝라고 말한 적이 없다. 그녀의 적들이 만들어낸 가짜 뉴스였다. 하지만 왕비의 에토스가 워낙 안 좋아 사람들은 그 말을 믿었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무엇이든 사람들이 믿는 것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91p, 두비타티오의 연금술.
9장은 파토스입니다. 설득에 세계에서는 화를 내봐야 먹히지 않습니다. 분노를 일으키게 하여 행동을 유발합니다. 상대의 분노에 불을 붙인 후에 식히고, 또다시 달구고 차갑게 식힙니다. 거기에 애국심, 애사심, 애교심, 애향심, 소속감을 자극하면 됩니다.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쓰는데 내용이 무섭습니다.
10장은 표현의 방식입니다. 능동태로 표현하면 고의로 일어난 듯한 뉘앙스를 줍니다. 반드시 수동태로 말해서 감정을 배제합니다. 그런데 친구, 동료의 잘못을 덮어주고 싶을 때는 수동태를 구사하지만, 나의 잘못을 사과할 때는 더 분명하게 능동태의 문장을 써야 합니다. 이게 핵심이네요. 시중에 나오는 사과문에 항상 이거 뭐야, 도대체 주어가 어디있는거야 하는데 잘못을 감추기 위해 수동태를 구사하는 거였습니다.
여기까지 아직 반도 못왔습니다. 28개 중에 겨우 10장임니다. 하지만 글자수가 2천자를 넘었길래 비밀스럽게 뒷부분은 직접 읽어보게 (이건 진짜 모두가 읽어야 합니다) 놔두려고 합니다.
서문에 저자 제이 하인리히의 친구들이 이 책은 우리들끼리만 읽자고 제안한 부분이 떠오릅니다. 그정도로 수사학의 깊이를 분명히 보여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