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꽃밭을 청소합니다
조현옥 지음 / 작가와비평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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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꽃밭을 청소합니다
조현옥 (지은이) 작가와비평 2024-10-15

시작부터 충격적입니다. ‘전쟁통에도 아기는 태어난다‘고 합니다. 625 전쟁이 터지고 피난을 가지 못하고 서울에 남습니다. 한강 다리는 끊어지고 곳공에 빨간 완장들이 돌아다닙니다. 서울 시내에 탱크가 출현합니다. 그런 와중에 8월에 괴뢰군이 투표하라고 했답니다. 난리통에도 투표는 진행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주관했겠지요. 서울이 수복되고 한 달이 지난 시기에 저자 조현옥 선생이 태어납니다. 이것참, 아직 태어나기도 전인데 긴박함이 느껴집니다.

스물도 안된 청춘 시절에 이웃집에 물린 한평 찾기 전쟁을 벌리다가 울컥하여 유치장에 갇혀버립니다. 집안의 장녀라 이런 일에 앞장 서서 나설 수 밖에 없네요. 합의금을 물어주고 풀려난 후에 겨우 한평을 되찾았지만 집은 십년 후에나 팔리게 됩니다.

서른 넘은 나이에 무당을 찾아갔는데... ˝아무리 열심히 돈을 벌어도 다 헛일이래. 네 팔자가 70이 넘어야 그때서야 빛을 보는 팔자래. 그래서 말을 못 해줬대˝라는 말을 간접적으로 듣습니다. (책소개글에서 이 말에 놀래서 책을 골랐습니다. 과연 40년을 가난하게, 힘들게 산다는 말을 듣고 어떻게 했을까 궁금했지요)

청소일을 하면서 만화가게를 꾸려 열심히 사는데 남편은 노름에 빠졌습니다. 거기에 바람도 핍니다. 무정자증이라 아이가 생기지 않습니다. 아니, 이렇게 70까지 가는건가. 괴롭습니다.

잠시 동대문 옷장사를 하는 친구 밑에서 일하던 중에 무시를 당하게 되고, 그후 아버지, 어머니 모두 돌아가십니다. 살던 집은 경매로 나가고 낯선 사람에게 봉변도 당합니다. 찜질방에서 일하는 지인을 찾아갔다가 1층 김밥집을 하라고 하여 계약금 500만원을 걸었는데 사기당합니다.
그러다가 자기 집을 가지고 있고, 통장, 도장을 건네주는 괜찮은 남자를 만납니다. 드디어 귀인이 들어오는구나 안심하는 순간, 자기 돈으로 밀린 빚을 갚았다고 구박을 받습니다. 동생은 또 망해서 찾아옵니다. 홧김에 술을 마셨다가 취기에 연립주택 5층에서 굴러떨어집니다. 혼자 다친 것이라 보상도 못받고 성형수술할 비용도 없습니다. 죽을 생각으로 체념하다가 젊은 시절 들은 점쟁이의 말이 떠올라 다시 의욕? 오기가 생겨 더 살아갑니다. 이쯤 되면 다른 점쟁이를 찾아가볼만도 한데 안갑니다.

이렇게 155페이지까지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하고 70세에 도달하여 어떤 성공을 이루었을까 생각했습니다. 제목처럼 꽃밭을 청소하다가 문득 아이디어를 내서 시장을 혁신하고 특허도 내다가 시원하게 인생의 정점에 올라가게 되었을까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청소만이 아니라 만화가게, 매점, 부동산, 벽칠 등 할 수 있는 온갖 일을 하면서 70년을 산 겁니다. 아직도 청소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내 집이 있고, 내 차가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이만하면 행복하다고 해도 된다˝는 말을 합니다. 인생이 막막할 때마다 ‘청소‘라는 최종병기를 가지고 다시 시작하는 오뚜기 정신이 있습니다. 오히려 70이 넘어 느닷없이 백만장자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린다면 그건 웹소설이겠지요.

살아만 있으면 70년의 험난한 인생에서 고통, 좌절, 절망을 넘어 지난 추억으로 남게 되는 멋진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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