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학자들의 자화상 - 미래를 개척하는 창의력을 가진 과학자 60인
헤를린데 쾰블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스힐 / 2022년 11월
평점 :
과학자들의 자화상
미래를 개척하는 창의력을 가진 과학자 60인
헤를린데 쾰블 (지은이), 이승희 (옮긴이) 북스힐 2022-11-15
사진이 독특합니다. 얼굴과 손바닥에 무언가 전혀 모르겠는 공식을 써서 보여줍니다. 손바닥을 펴서 보여주니 손금도 일부 보입니다. 과학자 64명은 손금도 비범해보입니다.
과학자들의 인터뷰들을 모았는데 대부분 노벨상 수상자들에 필즈상, 최소한 현재 교수님들입니다.
시작부터 너무 당신 훌륭해, 왜 그리 대단해 하는 식의 인터뷰여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저는 문과라 누군지도 모르겠고 뭘 한 사람인지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언제 특별하다는 것을 알았냐?
성공한 비결을 알려줄 수 있는가?
할아버지는 당신에게 무엇을 남겼나?
아니. 이 사람도 모르는데 할아버지의 유산은 도대체 뭔소리냐...
하고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그런게 이 헤를린데 쾰블 작가의 스타일인가 봅니다. 처음부터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부모님은, 왜 과학을 좋아하게 되었나요 식의 평범한 질문은 없습니다.
다시 목차를 보고 이름을 흝어보니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습니다. 이럴수가.
추천사에 과학자 60명이라 되어있는데 64명입니다. 안읽어보고 추천한 걸까요.
(서문2에 젊은 연구자 4명을 추가했다고 하니 60 + 4명이 맞군요. 잘못 센줄 알고 서너번 다시 세어봤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을 왜 이렇게 소개하나 생각했지만, 불과 대여섯편만 읽으면 질문의 수준이 남다릅니다. 노벨상을 받은 사람을 인터뷰하면 최소한 어떤 연구를 했는지 파악하고 질문을 합니다. 유치하게 노벨상이 무엇인가요? 따위의 질문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의 핵심을 잡아내느냐 하는 멋진 질문들입니다.
질문만 공부해도 생각하는 차원이 올라설 것같습니다.
무엇으로 노벨상을 받았는지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
과학 분야에서는 가끔 경쟁이 특별한 형태로 발생하기도 한다. 당신은 어떤 경쟁을 경험했는가?
당신이 세상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질문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죠.
과학에서는 첫 번째만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는데, 당신은 이를 어떻게 경험했나?
솔직히 말하면, 그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유감스럽게도 두 집단이 같은 시기에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최근에 나에게도 그런 일이 석 달 사이에 두 번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비밀로 유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나의 연구원들은 자신들이 내게 설명한 것은 곧 세계가 알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비밀이 없다. 다른 과학자들도 나에게 많은 것을 설명해 주며, 그렇게 나는 같은 실험을 하는 경쟁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종종 같은 분야에서 일하지도 않는 동료들끼리 경쟁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더 많은 팀 정신이 있고, 동료의 성공에 함께 기뻐한다.
107p.
우리 회사도 비밀스럽게 제품을 기획하는데 꼭 기획과정 중에 경쟁제품이 나옵니다. 혹시 회사에 도청장치가 있나 궁금했는데 그게 어디에나 있는 일이군요.
과학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정신적으로 어떤 무장을 해야 할까?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고집과 끈기 사이에서의 아주 어려운 균형 잡기다. 인류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평범한 길을 선택하는 부류와 언제나 평범하지 않은 길을 고르는 부류가 있다. 창조적인 과학자가 되려면 두 번째 부류에 속해야한다. 가끔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대단히 흥미진진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다르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새로운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문제를 새롭게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194p.
과학계만이 아니라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다 이렇지 않을까요. 평범한 일로 성공할 수가 없죠.
헌트 교수, 당신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받을 수 있다.˝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가?
그렇다. 실제 그렇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 자연과학의 발견 자체가 본질적으로 운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언가 발견하려면 하얀 가운을 입고 시험관에 들어 있는 액체를 다른 시험관에 따르고 흔들어야 한다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발견은 그런 게 전혀 아니다. 발견이란 무언가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나타날 때 일어나는 일이다. 의미 있는 발견일수록 더욱 뜻밖에 일어난다. 나는 그냥 운이 좋았다.
249p.
노벨상을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 겸손하네요. 그런데 저자의 그 다음 질문이 더 날카롭습니다. ˝그렇다면 발견은 우연의 산물이란 말인가?˝
중간중간 QR코드가 있길래 들어가보니 인터뷰를 영상으로 올려놨습니다. 하지만 독어음성에 영어자막이네요. 그림의 떡입니다. 그런데 몇편 안봤지만 목소리가 청량합니다. 목소리에 내공이 있습니다. (궁금해서 다른 것도 봤는데 모두 3편입니다. 귀찮아서 올리다가 말았나봅니다)
손바닥에 쓰는 공식은 직접 손에 썼을까? 아님 사진을 찍은 후에 현상하여 사진에 썼을까 궁금했는데 영상을 보면 비밀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과학자들의 업적을 깔끔하게 6명씩 정리해놨습니다. 더욱 무슨 일들을 하시는 분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는 일은 몰라도 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멋진 힘이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