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클래식 아고라 2
일연 지음, 서철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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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일연 (지은이), 서철원 (옮긴이)
arte(아르테) 2022-11-08

항상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몇페이지 읽다보면 급피로해져서 책을 덮게 되는 경우가 있죠. 바로 삼국유사가 그렇습니다.
한자가 많아서 그럴까?
번역이 이해가 안되서 그런걸까?
너무 옛날이라 지금과 달라서 이해가 안되나?
이야기가 앞뒤가 안맞아서 그럴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끝까지 읽기 힘든 책이 맞습니다.

그런데 읽기 쉽게 번역했다는 말에 이번에는 독서가 가능하겠구나 히고 책을 잡았습니다.

하드커버로 되어있어 살짝 긴장했습니다만 정말 내용이 쉽게 읽힙니다. 일러두기에 정확한 번역보다 잘 읽히는 번역을 했다고 쓰여있는데 그대로입니다.
1 잘 읽힙니다.
2 생략된 부분에 오히려 고딕으로 문장을 넣어 이해가 쉽습니다.
3 한자를 살짝 작은 글씨로 배치하여 글들이 술술 넘어갑니다.
4 중간에 해설과 보충을 넣어 최신의 연구들을 추가해놨습니다. 틀린 부분을 지적하기 보다 이야기의 보완같은 느낌으로 수월하게 이해를 돕습니다.

노힐부득과 달달박박의 이야기는 그동안 이해가 안되었는데 읽기 쉬운 번역이라 이제 이해가 됩니다. 관음보살이 변신하여 가르침을 주고, 노힐부득이 미륵불이 되고, 달달박박이 아미타불이 되는 이야기였네요.
아니 초조대장경이 1029년이고 삼국유사가 1281년인데 저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불교를 몰라서 적었다기엔 일연스님이 직업이 스님인데 그럴 수는 없고, 어쩌면 시중에 나와있는 이야기들을 다 모아서 굳이 빼놓지않고 전부 알려주려는 의도였나 봅니다.

697년에 망덕사가 완공되어 효소왕이 직접 가마를 타고 법회에 갔다. 그때 어떤 초라한 승려가 뜨락에 움츠리고 있다가 부탁했다.
“저도 행사에 끼고 싶습니다.”
효소왕은 맨 끝자리에 끼워주었다가, 법회를 마치고 장난삼아 말을 걸었다.
˝어디 사시오?˝
˝경주 남산 비파암 삽니다.˝
˝돌아가시거든 임금이 직접 공양한 법회에 참석했다고 하지마시오.˝
승려는 웃으며 대답했다.
˝폐하께서도 진짜 부처님을 공양했다 하지 마소서.”
말을 마치고는 공중으로 몸을 솟구쳐 남산 쪽으로 날아갔다.
388-389p. 7편. 감통
조선 세조와 상원사 문수보살 이야기의 원전이 여기 있었네요.

삼국시대의 불교가 주로 점찰법회인 것도 특이하고 원효, 의상, 사복 스님의 시대가 이제 보니 당시의 벨에포크같은 낭만이 있습니다. 주로 죽음의 이야기지만 인생이 삶과 죽음 외에 뭐가 있겠습니까.
혜공 스님이 승조의 조론을 보고 내가 지은 책이라는 말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감동을 줍니다.
사천왕사에서 문두루비법으로 당나라 함대를 물리치신 명랑스님 법회에서의 간절한 기도에 혜공스님이 찾아온 사연도 가슴이 울컥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부 모은 일연스님이 대단하고 읽기쉽게 번역하신 서철원 선생의 공이 대단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삼국유사를 읽은 듯합니다. 보통 저자들은 책을 내면서 자신의 저서가 인생책이 되었으면 한다, 항상 옆에 놓고 읽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요. 저에게는 웬지 삼국유사가 언젠가 읽어야할 인생책이지만 (지금까지는 요재지이였습니다) 쉽게 읽을 수 없는, 읽다 보면 눈이 감기는 책이었습니다. 이제 삼국유사를 제대로 읽었다는 느낌이 들면서 진짜 인생책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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