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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 탐정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1월
평점 :
안락 탐정
고바야시 야스미 (지은이), 주자덕 (옮긴이)
아프로스미디어 2023-01-17
안락의자에 앉아 찾아오는 의뢰인과의 대화만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발상입니다. 멋진 구상인데 세계 최초는 아니라고 합니다.
암체어 디텍티브(Armchair Detective)‘라고 하는 안락의자 탐정은, 소설 속 최초의 탐정이라는 에드거 앨런 포의 오귀스트 뒤팽, 그리고 오르치 남작 부인의 소설 『구석의 노인』 속의 노인, 애거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
- 출판사 소개글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뒤팽은 그랬던 것같고, 마플은 그래도 움직여서 사람도 만나고 사건현장도 갔던 것같은데 아닌가요. (영화에서는 활동적이었던 것같습니다) 구석의 노인도 읽어보고 싶네요.
안락탐정은
단편이라 쉽게 읽힙니다.
짧은데 몰입감이 대단합니다.
한편을 읽다보면 결론까지 쉴 수 없습니다. 끝을 봐야 멈춥니다.
다섯 편의 가벼운 이야기에 마지막 편은 총정리같은 편입니다. (모두 여섯편입니다)
웃긴 점은 탐정의 이름도 없습니다. 그저 탐정입니다. 왓슨 역할의 서술자도 이름이 없습니다. 이렇게 대충 만든 설정인데 내용은 치밀합니다.
˝얼마나 많은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이런 기회가 온다고 생각해? 물론, 정 싫다면 어쩔 수 없지. 네 마음대로 선택하면 돼. 하지만 이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한푼 두푼 모으는 식으로는 안 돼. 이런 기회를 날려 버리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어. 그리고 이런 기회는 항상 리스크가 따르는 법이야. 연예계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포장마차 수준에 머무르면 안돼. 대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어느 시점에서는 빚을 내서라도 가게를 차릴 필요가 있어. 월급쟁이도 마찬가지야. 사장이 되고 싶다면 실패의 리스크를 안고 사업을 해야 돼. 재테크 역시 같은 이치야. 정기 예금만으로는 절대 부자가 되지 못해.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크게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너에게 있어선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야. 솔직히 말하면 리스크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어. 회사에서도 최대한 경비를 지원할 거야. 하지만 완벽할 수는 없지. 솔직히 말하면, 그라비아 아이돌로 성공한다고 해도 스캔들로 훅 갈 수도 있어. 네가 아무리 조심해도 피할 수 없는 경우도 있거든. 실제와 다르게 날조된 기사가 나올 수도 있지. 누군가 모함을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이 세계의 시기와 질투는 살벌하잖아.˝
…
“물론 연예계에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길도 있어. 평생 회사에서 평사원으로 지내는 사람처럼 말이야. 애들이나 보는 프로그램의 사회를 보는 여자 아나운서, 그 역시 연예인이지, 또는 드라마의 엑스트라나 조연만 계속하는 방법도 있어. 잘하면 화면 구석에 1, 2초 정도 얼굴이 나올 수도 있지. 물론 금전적으로 보잘것없지만, TV에 나온다는 자기만족은 있겠지. 나는 네가 그런 길을 가고 싶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자, 이제 답을 줘. 그라비아 아이돌을 할 거야, 말 거야?˝
24-25p. 아이돌 스토커
뭔가 답을 정해놓고 질문을 던집니다. 범인은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스토커 이야기입니다.
탐정이 웃으면서 말했다.
“정리 해고가 없더라도 언제 일거리가 떨어질지 모르는 것이 자영업이라,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닙니다.˝
“이 동네 최고의 탐정이신데도요?˝
“그렇다고들 합니다만, 명탐정이라고 해도 드라마나 소설의 세계와는 다르거든요. 실제로 벌어지는 범죄는 경찰이 담당합니다. 저 같은 사람이 현장에 출동할 일은 없죠.”
“그럼 선생님이 주로 하시는 일은 뭔가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경찰이 갈 필요도 없는 사건입니다. 범죄 가능성이 미묘한 수준의 일들이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찾아오는 스토커가 있다든가, 오전 8시경에 피아노를 치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잔다든가.˝
˝확실히 미묘하군요.˝
“두 번째는 피해자가 사건화시키고 싶지 않은 경우입니다. 자신의 회사에서 범죄자를 내고 싶지 않은 경영자라든가 스캔들을 두려워하는 연예인 등이 해당하죠.˝
˝그런 일도 있겠군요.˝
˝그리고 세 번째가 경찰 관할 밖의 사건입니다. 즉, 국제적인 모략이나 오컬트 관련 사건 등이 있습니다.˝
65p. 소거법
동네탐정의 역할과 영역을 정해놓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이 정도면 앞으로 이어 나올 소재가 무궁무진할 것같습니다.
˝편리하기 때문이야. 분명히 폭풍우를 동반하고 있지만, 태풍이라고 부르기 애매할 때가 있거든. 기상청에서의 표현은 ‘급속하게 발달한 저기압‘이 되지만, 그다지 임팩트랄까 위기감이 없잖아. 그래서 외국의 기상 연구가들이 사용하는 용어인 ˝bomb cyclone‘에서 ‘bomb‘ 즉, ‘폭탄‘이란 단어를 가져와 사용하게 된 거야. 뭔가 그럴듯해 보이잖아.˝
˝태풍과 폭탄 저기압은 어떻게 다르죠?˝
˝발생 메커니즘이 다르지. 태풍은 열대 저기압이고, 폭탄 저기압은 온대 저기압이거든. 열대 저기압은 따뜻한 해수면에서 발생하는 상승 기류가 에너지원이지만, 온대 저기압은 한기와 난기가 서로 맞부딪치는 곳에서 생기는 공기의 온도차를 에너지원으로 하여 발생하는 거야.˝
˝그렇다면 태풍의 바람이 약해지면 열대 저기압이 되고, 한기와의 온도차로부터 에너지를 얻게 되면 온대 저기압이 되는 건가요?˝
“제법 이해가 빠르군.˝
“그럼 지금은 태풍에서 변화한 폭탄 저기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니.˝
탐정이 이렇게 나올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예상했지만, 그래도 짜증이 나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럼 대체 뭔가요?˝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온대성 저기압이지, 아니면 그냥 ‘폭풍우‘라고 할까.˝
156-157p. 식재료
별거 아닌 이야기인데 이런 만담같은 주고받음이 왜 재미있을까요. 나중에 만담하는, 대화탐정도 나오면 좋겠습니다. 뭔가 배우는 것같기도 하면서 부담없이 읽어나가니 웃깁니다. 정작 사건은 태풍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각장을 시작할 때 흑백 사진이 한컷씩 들어있습니다. 비키니의 뒷모습 사진, 다이어트 중의 뒷모습, 강아지의 혀내민 모습... 마지막에 누군가의 웃는 반쪽 얼굴 사진이 있습니다. 뭔가 시리즈의 느낌을 살려 계속 이어갈 것같은 구성입니다.
독자들이 책을 읽고 내용을 스포할거면 차라리 사진이나 보여줘라는 컨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즐겁게 술술 읽을 수 있는 가벼운 단편추리소설입니다. 안락탐정이라는 제목에서 편한 느낌을 줍니다.
#소설
#안락 탐정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