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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 끗 - 제품의 운명을 가른 선택의 순간들
비즈워치 생활경제부 지음 / 어바웃어북 / 2023년 3월
평점 :
결정적 한 끗
제품의 운명을 가른 선택의 순간들
비즈워치 생활경제부 (지은이)
어바웃어북 2023-03-27
평균연령 65세랍니다. 엄청난 세월이군요.
스팸 1937년, 칠성사이다 1950년, 미원 1956년, 새우깡 1071년, 활명수 1897년... 올해가 2023년인데 2로 시작하는 제품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제품이 저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가장 최근(?)이 컨디션 1992년입니다.
그동안 업그레이드나 대체품이 안나왔을까요. 많이 나왔습니다. 다들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경쟁자들도 쟁쟁한 제품들이 나왔습니다. 싸워 이겨낸 최종병기들이네요. 이 엄청난 세월에 저자들은 불로불사의 칭호로 시작합니다.
스팸은 전쟁의 식량으로 시작하여 미군이 가는 길은 그야말로 스팸로드. 참호 바닥의 질퍽이는 발판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쇠통조림이니 다시 씻어 먹었을까요.
스팸과 런천미트의 차이점도 공부가 됩니다.
스팸 캔 옆면에는 각종 첨가물이 쫙 적혀있습니다. 스팸에 들어가는 첨가물은 총 6가지입니다. 폴리인산나트륨, 피로인산나트륨, 메타인산나트륨, 카라기난, 비타민C, 아질산나트륨 등입니다. 우선 스팸 캔에는 혼합제제로 …나트륨들은 산도조절제입니다. 즉 식품의 산도를 적절한 범위로 조정하는 식품첨가물입니다. 이들은 보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합니다. 더불어 식품의 색과 산화 방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산도조절제는 면이나 치즈, 발효유 등에도 많이 쓰입니다.
…
카라기난은 유화제입니다. 스팸의 원재료를 보면 돼지고기와 정제수가 함께 들어가 있다고 씌어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물과 지방은 섞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카라기난이 들어가면 이들을 잘 섞이게 해 하나의 형태로 유지해줍니다. 김이나 우뭇가사리와 같은 홍조류에서 추출합니다.
…
뜬금없이 등장한 비타민C도 다 역할이 있습니다. 산화를 방지해 품질저하를 막아주는 산화방지제입니다. 이제 스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아질산나트륨 이야기를 할 차례입니다. 아질산나트륨은 발색제입니다. 우리가 접하는 햄과 소시지류가 붉은색을 띠는 것은 모두 아질산나트륨 때문입니다. 먹음직스러운 색을 내주는 역할이죠.
37-38p.
한페이지에 가득찬 엄청난 정보죠! 배울 부분이 많습니다. 저 작은 통조림에 대단한 배합과 조화가 들어있습니다.
제품을 살아있게 만드는 마케팅도 빠지지 않습니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맛, 절대 선물세트"
"따뜻한 밥에 스팸 한조각"
마지막으로 제목의 결정적 한끗과 키워드로 마무리합니다. 사실 이 두 부분만 봐도 핵심정리가 되는데 내용이 다채롭고 몰랐던 정보들이 많이 꼼꼼하게 다 읽게 됩니다. 구성이 역사, 스토리, 뒷이야기, 인터뷰, 한끗, 키워드로 꽉 차있습니다.
칠성사이다는 1950년이라지만, 최초의 국내 사이다는 1905년 인천의 별표 사이다입니다. 1930년에는 사이다 공장이 전국에 58개나 있었답니다. 그러다 일곱명의 다른 성씨를 가진 사람이 모여 동방청량음료에서 칠성이 나왔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성씨성에서 별성이 되었습니다.
롯데가 인수한 것은 1974년입니다. 처음부터 롯데칠성이 아니었습니다.
몇십년씩 살아남았으니 다들 추억과 스토리들이 가득합니다.
칠성사이다는 색소, 카페인, 인공향료 세 가지가 없는 제품입니다. 롯데칠성음료는 1980년대 말부터 칠성사이다의 3무(無)를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내세우기 시작합니다. 이 역시 코카콜라를 견제하는 전략의 일환이었을 겁니다.
81p.
없는 것을, 부족한 것을 자랑하는 마케팅이 이 때부터였습니다. 저렇게 아무 것도 없는 순수한 제품이라면 물이겠죠. 하지만 1980년에는 물은 수돗물 뿐이니 순수한 사이다가 먹혔겠습니다.
글의 내용이 깊이와 밀도가 있어 어디서 이렇게 좋은 책을 냈을까 하고 살펴보니 평소 자주 가는 비즈워치 뉴스 였습니다. (너무 좋아 따로 즐겨찾기로 바탕화면에 빼놨습니다) 저자를 보고 나니 그 사이트의 기사 분위기가 가득했네요. 표면적인 스크랩이 아니라 한번 더 물어보고 몇번 더 생각한 표현들이 있습니다. 책 전체적으로 뭔가 치열한 작업이 엿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