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별 창비아동문고 227
나가사끼 겐노스께 지음, 김병호 그림, 양미화 옮김 / 창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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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가지쯤은 무분별한, 말도 안 되는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는, 이유를 대기 좀 뭐한 무분별한 증오나 애정 같은

내겐 일본이 그런 대상 중 하나다

일본이라고 하면 일본 국민 개개인을 생각하진 않는데 어쨌든 일본 하면 증오스럽기만 하지

당최 예쁜 마음이 안 든다

그래서 일본하고 하는 경기엔 우리 나라가 꼭 이겼으면 좋겠고

일본 영화나 소설  같은 건 작품이 좋아도 안 보고 싶고

일본 차 타고 다니는 사람은 왠지 더 매국노 같고

그러면서도 내심 꺼림칙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인데

그러다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에니메이션들을 통해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조금 열었고

이제 나가사끼 겐노스께의 <바보별>을 읽으니 더 한층 증오의 마음이 많이 풀린다.

그래, 일본이라고 한 뭉텅이로 생각해서 그렇지 결국 일본에도 사람은 있는 거야

라는, 남들은 진작에 다 했을지 모르는 아주 간단하고 평범한 생각을 이 책을 읽고 겨우 하는 거다.

비숫한 전쟁 상황을 가지고 각기 바보가 주인공인 세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첫번째 이야기인 <팔푼이>에서는 팔푼이를 괴롭히는 분대장이 어쩌면 책에 보여지는 대로가 아니라

행간에 숨은 의미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결국엔 그렇다

두번째 이야기인 <파리>는 파리를 잡는 상황 자체가 신선하면서도 예전에 왜군들이 우리 병사들의

귀를 잘라갔다는 얘기가 생각나서 섬뜩하기도 했다

오가와의 결말이 그렇게 될 줄은 예상 못했기에 착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바보행세를 해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우에다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세번째 이야기

<비둘기 피리>는 한국인이 등장해서 호기심이 더 생겼고

우에다가 어떻게 될 지 긴장감이 계속 이어져 단숨에 책을 읽지 않고는 못 배겼다

삽화가 참 인상적이다. 적어도 난 이야기의 흐름에 딱 들어맞는 삽화들이라고 느꼈다

삽화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느낌을 줄 정도로 본 책에 방해되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보조를 해 주는 독립체로 다가왔다

책 속에 들어간 표지들의 색감도 참 좋았다.

전쟁. 나도 전쟁을 모른다.

내 아이들은 더 모른다.

하지만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나라도 단지 휴전상태일 뿐 아닌가.

전쟁을 모르는 내 아이에게 읽혀야 한다고,

특히 일본에 대한 무분별한 증오를 가진 나에게서 태어나

어쩌면 일본에 대해 무분별한 애정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르는 내 아이에게 꼭 읽혀야겠다고

생각한 책이다.

전체 인류를 생각하고,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는,

과연 인간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는 사람

일본에 이런 사람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 나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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