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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ㅣ 시공 청소년 문학 27
재클린 윌슨 지음, 이주희 옮김, 닉 샤랫 그림 / 시공사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이제 사춘기에 막 접어든 딸아이에게 주려고 샀다. 시집도 안 간다 하지, 남자에겐 관심도 없는 척 하지만 아무래도 사실이 아닌 것 같아서 말이다. 사주자마자 단숨에 읽더니 조금 충격을 받은 눈치다. 내가 읽으려고 집어들었더니 엄마 이거.. 하면서 말꼬리를 흐린다. 아, 그거.. 괜찮아, 엄마는 다 알고 있어. 라고 했더니 깜짝 놀란다. 어떻게 알아? 으응, 엄마가 책 정보를 조금 알고 샀거든. 괜찮아. 아, 그래~~ 돌아서면서도 딸은 조금 석연찮은 눈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여기 나오는 여자주인공 실비가 달콤한 키스를 꿈꾸는 멋진 남자 아이 칼이 게이로서의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괴로워하니 말이다. 성적 정체성이나 자아가 다져지는 시기에 한 방향으로만 달리게 되면 위험할 것 같아서 일부러 이 책을 사 주었다. 나는 정상적으로 남자를 좋아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남자애가 꼭 예쁜 여자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소설속에서나마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동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그들을 기피하거나 경계하기만 하는 것은 이 사회가 굴러가는데 별 도움이 안 됨을, 그들 역시 인권을 가진 사람임을 알려 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실비와 칼. 아직 신체적, 정신적 발달이 미숙한 실비는 어릴 때 소꿉장난에서 약속한 대로 칼과 결혼할 거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칼은 마초에 가까운 남자아이 폴에게 끌리고 자기도 모르게 폴에게 키스하고 만다. 실비가 그토록 바라던 키스를 폴에게 하고 만 칼.(이 대목에서 웬디가 피터에게 줬던 키스-골무가 왜 생각나는 건지^^)실비와 칼이 함께 꾸려갔던 유리오두막이 파괴되는 과정은 청소년기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통과의례를 상징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기에겐 아무런 관심도 없는 실비에게 자꾸 추근대는 칼의 형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미란다. 사실은 무척 외롭고 사랑이 필요한 아이 미란다. 미란다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칼을 구출해내는 장면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 처럼 생동감 넘치고 재미있었다. 재클린 윌슨의 팬인 우리 딸은 재클린 윌슨의 다른 책보다 덜 재미있다고 했지만 그녀의 다른 동화책들보다 이 책을 어려워하는 것도 청소년기에서 겪는 하나의 과정인 듯 싶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하트 옆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 깨어진 유리 조각들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책 표지에도 상당히 신경쓴 것이다. 고학년 아이들, 중학교 이상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이해하고 싶은 부모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