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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개나리 ㅣ 북멘토 그림책 35
오윤정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2월
평점 :
가운 바람 끝에 노란색 점 하나가 콕, 박힐 때면 우리는 비로소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오윤정 작가의 그림책 『언제나 개나리』는 바로 그 봄의 전령, 개나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마음속에 따스한 봄볕이 스며드는 듯한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다정한 위로를, 어른들에게는 잊고 있던 순수한 감동을 선물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고 궁금한 강아지 '동백'이다. 동백이에게 세상은 온통 처음 만나는 것들로 가득하지만, 그 곁에는 언제나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주는 친구, '개나리'가 있다. 개나리는 말없이 동백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계절의 변화를 함께 겪으며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다. 비가 오면 함께 비를 맞아주고, 눈이 오면 포근한 눈 이불을 덮어주며, 동백이가 성장하는 모든 순간을 묵묵히 지켜본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감동은 바로 '언제나'라는 단어의 무게를 온전히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 있다. 동백이에게 개나리는 그저 봄에만 피는 꽃이 아니다. 여름의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고, 가을의 아늑한 쉼터가 되어주며, 겨울의 앙상한 가지 위에서도 봄을 약속하는 희망의 상징이다. 이처럼 변치 않는 모습으로 곁을 지켜주는 개나리의 존재는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게 한다. 이는 아이들이 부모님, 혹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느끼는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의 감정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 속에 있는 '나만의 개나리'는 누구일지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교육적 역할은 충분하다.
작가의 그림 또한 이야기의 감성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든다. 부드럽고 따스한 색연필 질감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동백이와 개나리의 교감을 서정적으로 담아낸다. 특히, 동백이의 시선에 따라 변화하는 개나리의 모습은 압권이다. 신나게 뛰어노는 동백이의 눈에 비친 개나리는 함께 춤을 추는 듯하고, 지친 동백이가 기댄 개나리는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소파가 된다. 이처럼 그림은 글이 미처 다 말하지 못하는 두 친구의 깊은 우정과 교감을 아름답게 그려내며, 아이들이 글과 그림을 함께 읽는 '문해력'을 자연스럽게 길러준다.
『언제나 개나리』는 화려한 사건이나 극적인 갈등 없이도 우리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진정한 관계란 특별한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이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며 "너의 '개나리'는 누구니?"라고 묻는 대신, "엄마는 네가 나의 '개나리'란다."라고 따뜻하게 안아준다면, 아이의 마음속에는 세상 그 어떤 꽃보다 환한 노란 희망이 피어날 것이다. 곁에 있는 존재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이 아름다운 그림책이 더 많은 이들의 봄을 따뜻하게 물들여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