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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내말로 배우는 한글 ㄱㅋㄲ 세트 - 전5권 ㅣ 위대한 세종 한글
김슬옹 지음, 강혜숙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6년 3월
평점 :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일은 많은 부모에게 숙제와도 같습니다. '가나다라'를 무작정 외우게 하자니 아이가 흥미를 잃을까 걱정되고, 통글자로 익히게 하자니 원리를 놓칠까 염려됩니다. 2026년 3월, 한글학자 김슬옹 박사와 독창적인 화풍의 강혜숙 작가가 함께 내놓은 《흉내말로 배우는 한글 ㄱㅋㄲ 세트》는 그 고민에 대한 가장 명쾌하고도 즐거운 해답을 제시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원리인 '가획(획 더하기)'과 '소리의 성질'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놀이처럼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ㄱ'에서 획을 하나 더해 거센소리 'ㅋ'이 되고, 'ㄱ'을 두 번 써서 된소리 'ㄲ'이 되는 과정을 딱딱한 설명 대신 생생한 '흉내말(의성어, 의태어)'로 보여줍니다.
'꼬꼬', '쿨쿨', '개굴개굴'처럼 아이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말맛 나는 단어들이 춤을 추듯 등장합니다. 강혜숙 작가 특유의 민화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일러스트는 글자의 모양과 소리의 느낌을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 냅니다. 아이들은 그림을 보며 깔깔거리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ㄱ'이 주는 부드러운 느낌과 'ㅋ'이 주는 터지는 느낌, 'ㄲ'이 주는 단단한 느낌을 온몸으로 체득하게 됩니다.
기존의 한글 학습서들이 '읽기'와 '쓰기'라는 기능에 집중했다면, 이 책은 '소리'와 '느낌'이라는 언어의 본질에 집중합니다.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입안에서 글자가 굴러가는 재미를 느끼게 되고, 그것이 곧 글자의 모양과 연결된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집니다. 이것이야말로 훈민정음 해례본이 말하는 "소리가 글자가 되는" 기적을 아이들의 언어로 번역해 놓은 것입니다.
총 5권으로 구성된 이 세트는 단순한 학습 교재를 넘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소리 내어 읽고 몸으로 표현하며 즐길 수 있는 훌륭한 그림책입니다. 한글을 처음 만나는 아이에게 "공부하자"라는 말 대신 이 책을 건네보세요. "우리 같이 말놀이할까?"라는 제안과 함께라면, 아이에게 한글은 평생 가지고 놀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장난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