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 죽음은 있는가 - 생명의 본질에 다가가는 일주일 동안의 사색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이소온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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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시든 꽃을 보며 죽었다고 말한다. 뿌리가 뽑힌 잡초를 보며 생명이 다했다고 여긴다. 동물의 죽음은 명확하다. 심장이 멈추고 호흡이 끊어지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식물의 세계에서도 그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될까?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2026년의 시작과 함께, 이 근원적이고도 철학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식물의 죽음이라는 화두를 붙들고 일주일간 이어지는 지적 탐구의 기록이다. 저자는 특유의 친절하고도 깊이 있는 문장으로 식물의 생존 방식과 생명의 메커니즘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책을 읽다 보면 독자는 곧 깨닫게 된다. 식물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개체의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고유한 중심 기관이 없다. 가지 하나를 잘라 땅에 심으면 다시 새로운 나무가 된다(삽목). 수천 년을 묵은 씨앗이 적절한 환경을 만나면 다시 싹을 틔운다. 어미 나무가 죽어도 그 뿌리에서 자라난 어린 나무들은 어미의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받아 숲을 이룬다. 이것을 과연 죽음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저자는 식물의 삶을 단절이 아닌 연속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식물에게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 생명을 건네주는 전략적인 선택이자 과정일 뿐이다. 낙엽이 떨어지는 것은 나무가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겨울을 나기 위한 지혜이며, 일년생 풀이 말라죽는 것은 씨앗이라는 타임캡슐에 미래를 남기기 위한 숭고한 희생이다.

식물에 죽음은 있는가는 생물학 책이지만, 덮고 나면 철학 책을 읽은 듯한 긴 여운을 남긴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라는 존재가 영원히 사라진다는 공포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식물의 세계를 빌려 우리에게 나직이 속삭인다. 생명은 개체라는 좁은 그릇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고 순환하며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이라고.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게 서술된 문장들 사이로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스며든다.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세상사 속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가 무겁게 다가올 때, 이 책은 훌륭한 쉼터가 되어준다. 식물처럼 조용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생명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생명이 모양을 바꾸는 또 다른 방식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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