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점 - 상 - Bestseller Worldbook 21
미우라 아야꼬 지음, 김정욱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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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본절판


어릴 적 TV 드라마 앞에 빙점시간대에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청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때 어머니는 분노하고 기뻐하고 슬퍼했다. 드라마의 내용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때그때 옆에서 “저 여자 왜 울어?”, “남자가 저 여자 좋아해?” 따위의 질문공세를 하던 기억도 남아있다. 빙점이라는 작품을 제대로 접한 것은 드라마가 종영되고 십 여 년이 지난 때였다. 음..이런 내용이었구나..고개가 끄덕여진다. 그야말로 ‘드라마’ 파란만장한 내용이다. 도저히 현실에서 일어나리라고 생각하기도 힘들고, 아마 일어나더라도 그렇게 유유히 흘러가리라고도 생각되지 않는 내용의 전개.

부인의 외도. 살해당한 딸. 살인범의 딸을 맡게 된 남편. 부인에 대한 남편의 내면 속의 복수심. 은폐된 사실과 아무렇지도 않게 키워지는 살인범의 딸. 밝혀지는 사실과 배신감, 분노.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감정이 얼마나 무섭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이로 인해 표면적으로 가장 크게 상처받고 피해입은 듯이 보이는 인물은 단연 살인범의 딸인 요코이다. 하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모든 인물들이 피해자이고 가엾은 사람들이다. 인간이 가장 무서운 존재이며 연약한 존재임을 극명하게 깨닫는 순간이다. 지극히 통속적인 소재로 이러한 무거운 주제를 풀어나간 것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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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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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시모토 바나나. 일본문학이 쏟아져 들어오던 90년대 중 후반부터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작가이다. 하루키나 류와 같은 작가들과는 다른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유려한 문체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그녀의 물 흐르듯 아름다운 문체는 여전하지만 소재의 신선함이 덜한 것은 아쉬운 점 중 하나이다. 어떤 소재를 쓰느냐 하는 것이야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이지만, 이제 슬슬 주제를 보는 작가의 시각에도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친 오컬티즘이나 우연성에 의존하는 내용전개에도 솔직히 약간 짜증이 난다. 신비성이라는 장점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다 보면 범인들은 답답한 짜증을 느낄 수도 있을 법하다. 영능성을 가진 캐릭터의 등장은 소설의 극적효과를 위해서는, 혹은 극적인 전개를 위해서는 제법 적절한 장치이지만 이제는 좀 더 다른 방식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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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문학수첩
자료조사연구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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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책은 불티나게 팔린다. 그의 책이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인기가 있었던 탓에 각 출판사마다 경쟁적으로 그의 단편들을 모아 출판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그 열풍은 기이할 정도로 여전하지만 말이다) 그 탓에 제목만 다른, 엇비슷한 내용의 수필집들이 서점가에 가득가득 쌓여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책은 하루키의 대중적 인기에 부응하여 ‘이론적’ 연구를 시도해보고자 한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워낙 그의 작품 자체가 자의적이고 모호한 구석이 많은 탓에 이렇다 할 자명한 해설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책 또한 하루키 소설에 대한 평론의 바이블이 될 수는 없다. 아마 앞으로도 그의 소설에 대한 평론이 정석이 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을까 싶다. 하루키와의 인터뷰 등 흥미로운 내용이 꽤 있지만, 아무래도 그의 작품만큼 흥미롭지는 않다. 그래도 아마 하루키의 골수팬들이라면 그의 이름이 거론된, 더군다나 그의 작품을 ‘감히’ 평론하고자 시도한 이 책을 사지 않고는 못 배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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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알아야 할 컴퓨터 114가지
이민희 외 지음 / 삼각형프레스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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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금싸라기’같은 책이다. 특히 이 땅의 대부분의 직장인들, 컴퓨터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선뜻 자신이 없고 간신히 한글프로그램만 다루는 이들에게 너무나 주옥 같은 내용들이다. 당연히 이 책은 여타의 컴퓨터 책들처럼 거창하지 않다. 필요도 없는 컴퓨터의 역사라든지 프로그래밍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 꼭 알아야만 하는 것들, 그러나 누군가에게 물어보기에는 약간 창피한 내용들을 하나하나 친절하게 담고 있다.

‘CD롬의 CD를 꺼내고 싶은데 자리에서 CD롬 스위치가 약간 멀리 있다. CD를 빨리 꺼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어찌보면 꽤나 하찮고 단순한 질문에도 이 책은 조목조목 ‘…아이콘을 클릭해서 꺼내기를 누른다…’라는 식으로 설명한다. 삽화와 그림에도 상당부분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 따라하기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한권 갖춰두고 써먹으면 아마 주변 사람들이 존경의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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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 무라카미 류의 요리와 여자 이야기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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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의 작품들은 상당히 성적인 경험에 대한 표현이 적나라하게 실려있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거부감을 일으키는 사람도 상당수 있는 듯 하다. 나도 처음에는 그러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단지 하나의 성향으로 본다면 차차 익숙해질 만도 하다. 이 책 또한 그러한 부분이 거의 대부분이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루어진 내용들은 각각의 여자들과의 미각과 성적 경험에 얽힌 묘사들이다.

‘달콤한 악마’는 음식 그 자체를 뜻하기보다는 성적인 표현으로 쓰인 듯 하다. 미각과 성적 감각은 어찌 보면 ‘쾌락’이라는 점에서 뭉뚱그려질 수 있는 개념들이다. 본능에 상당히 충실한 류의 문장들은 그러나 그저 야수 같은 본능을 묘사하고 있지만은 않다. 오히려 그의 작품에서는 건조한 성의 냄새가 난다. 어찌 보면 냉소적이고 비웃는 듯한 그의 어투는 이 책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고급스러운 음식과 여자들. 여기에서 그들에 대한 기억은 하나로 묶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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