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올리비아 개트우드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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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비채의 신간 < 네가 누구든 > 은 딱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영미소설이라, 오랜만에 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산타크루즈 작은 해안가의 마지막 주민인 미티와 이모(라 부르지만 사실은 엄마의 친구인) 베델은 동거한 지 10년이 되었다.
특별한 사건 없이 아르바이트와 집만 오가며 일상을 보내는 미티에게, 새로 이사온 이웃집의 부유하고 매력적인 외모의 여성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고 관심의 대상이 되는데, 화려하고 부유한 집에서 자상한 남자친구와 함께 사는 레나를 미티는 부러운 동경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와는 반대로, 레나는 허름하지만 집안 곳곳에 온정이 묻어나는 미티와 베델의 공간을 찾은 이후, 그들의 삶과 무엇보다 투박한 듯, 무뚝뚝한 듯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서로를 생각하는 그들의 관계에 이끌린다.

그렇게 레나와 미티는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함께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의 장소와 시간에서 도망쳐 나온 미티의 어두운 과거가 밝혀지고,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고 가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이던 레나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이렇듯, 어떤 과거로 인해 엄마와 떨어져 이모와 살고 있는 미티와, 특별할 것 없는 작은 마을에 이사온 이웃집 여성 레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여기에 묵묵히 이들을 바라보는 베델은 간간히) 전개된다.






책을 읽는 내내 다양한 영화의 장면들과 주인공들이 생각났던 작품이다.
레나와 미티를 보면서 ' 캐롤 ' 의 두 여주인공이 떠오르기도 하고, 미티의 이모 베델을 보면서는 ' 힐빌리의 노래 '에서 손자가 잘 되기를 바라며 돌보는 할머니의 모습이 연상된다. 스토리와는 상관없이 그냥 내 기억 속에서 제멋대로 떠오르는 단편적인 이미지들이다.

이 소설을 단순한 퀴어소설로 간주하고 약간의 거부감으로 읽기를 주저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런 부분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흔히 상상하는 그런 색깔의 퀴어소설과는 결이 다른, 여성의 내면, 유대관계를 좀 더 느껴볼 수 있고 심리묘사가 뛰어난 섬세한 소설이다.
레나와 미티의 서로에 이끌리는 감정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고, 무엇보다 전혀 피가 섞이지 않은 미티를 그 긴 시간동안 아무런 대가없이 돌봐준 베델의 사랑에 맘이 짠하다. 베델의 인생에 있어서도 미티의 존재가 큰 힘과 위로가 되어 주었을 듯 싶다.
미티는 과연 어떻게 될지..레나가 궁금해하는만큼 나 또한 미티의 앞날이 궁금하다.

영화화 확정이라니 너무 기대되는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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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완전 범죄
호조 기에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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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과 소녀 ! 이 어울리지 않는 주인공을 내세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빠르게 전개된다. 책장 술술 넘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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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반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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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해리 오거스트라는 한 남자가 열다섯 번의 삶을 반복적으로 살아가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죽어도 다시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부럽기도 할텐데 책을 읽으면서는 이러한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단박에 느낄 수 있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바로 망각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주인공 해리는 첫번째 삶에서는 병으로 죽게 되고, 그 다음 삶에서는 어린 나이에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어떤 삶에서는 타인에 의해 죽임을 당하지만, 어떤 삶을 살아도 어떤 죽음을 맞이해도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은 채 처음 태어났던 그 해 그 날 그 장소에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한마디로 해리의 삶은 불행, 저주, 고통의 연속이다. 어느 하나의 삶도 결코 행복하지 못했던 해리.

해리는 자신과 같이 무한반복의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인 '칼라차크라' 의 모임인 ' 크로노스 클럽 ' 을 알게 되면서, 처음에는 그들만이 겪는 삶의 고통에 도움을 주는 그 집단의 존재에 큰 위안을 받고, 미래를 경험하지만 결코 역사를 바꿔서는 안된다는 그들의 지침에 따라 행동한다.
또 다른 삶에서는 반대로, 미래의 과학기술을 과거인 현재로 끌고 와 세계를 바꾸려는 야망을 품은 빈센트 랜키스의 뜻에 동참해, 오랜 시간 그와 함께 한다.







매번 다시 시작하는 삶에서 매번 다른 모습으로 마주하게 되는 빈센트의 존재도 흥미롭고, 탄생과 과거를 철저히 숨기고 서로 속고 속이는 과정이 숨막히게 전개된다. 해리에게 있어서 빈센트는 과연 어떤 존재로 남는 것일까..열다섯 번째 삶으로 끝난다면 좋으련만 해리의 삶은 과연 끝이 있기나 하는걸까...끝난건가..

이번 생에서 죽더라도 어차피 다시 태어날 꺼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무한정 반복재생되는 삶을 영위한다면 과연 매 삶에 대한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삶을 거듭할수록 자신의 존재가치를 깨닫게 되고, 좀 더 의미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주인공 해리는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나에게 있어서 SF는, 어릴 때부터 뭔가 장황하고 상상하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다는 선입견으로 인해 언제나 뒷전으로 슬며시 밀어넣곤 하던 장르였다. 그나마 영화로 마주하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나의 부족한 상상력을 채워주는 보조적 역할을 해주기에 책보다는 낫지만..
그러나 이번 반타출판사의 재출간작(처음엔 신간인 줄 알았는데 2018년 출간작이다)을 읽고나서는 SF 소설을 마주하는 나의 마음이 조금은 오픈되고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600여 페이지의 내용이 숨막히게 전개되는 타임루프 SF 스릴러 소설. 참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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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클래식이라는 습관 - 어려운 클래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
조현영 지음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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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참 좋아하는데 깊이는 없다.

라디오 방송으로도 찾아 들을 정도이지만, 문제는 곡명과 작곡가에는 거의 무지하다는 사실..
그런 나에게 있어 현대지성의 이번 신간은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KBS 클래식 FM이 선정한 < 한국인이 사랑하는 클래식 > 전곡이 수록되어 있고, 여기에 순위에는 없지만 저자가 꼭 소개하고 싶은 곡들을 추가해서 1월1일 ~12월31일까지 매일 한 곡씩을 소개하고 있다.
즉, 익숙한 곡이 무려 365곡이나 담겨 있다는 사실이, 이 책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이다.
곡마다 QR 코드와 함께 순위도 적혀 있고, 곡에 담긴 사연, 작곡가 이야기 등이 길지도 짧지도 않은 분량으로 소개되어 있어서 곡을 들으며 읽기에 너무 좋다. 부록에는 순위별 곡들과, 작곡가별로 다시 정리가 되어 있어 검색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책을 펼치자마자 1월2일 곡으로,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 피가로의 결혼 >>중 3막 < 저녁 산들바람이 부드럽게 > 이중창이 나와서 바로 이어폰 끼고 곡 감상에 빠져든다. 내 생일과 11월에는 어떤 곡들이 담겨 있는지 먼저 뒤적여보게 된다.

1위는 과연 어떤 곡일까도 찾아보았는데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Op.18 이고, 궁금해서 바로 들어봤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훨씬 더 대중적인 곡이 선정될 줄 알았기에 좀 의외였지만, 이번 기회에 몇 번을 듣고 또 듣다보니 또 하나의 곡이 귀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174위에 오른 푸치니의 오페라 << 잔니 스키키 >> 중 <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 아리아를 듣는 동안에는 몇달 전 봤던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 마리아 ' 영화가 떠오른다.





아니..그런데 오펜바흐의 << 호프만의 이야기 > > 에 나오는 뱃노래 는 왜 ! 왜 ! 없단 말인가...영화 ' 인생은 아름다워 ' 에도 나와서 당연히 수록되었을 줄 알았는데...나만 좋아하는 곡인가..너무 아쉬워서 일부러 찾아 들었다.

클래식은 절대 오래되고 고루하고 지루한 음악이 아니라고, 지금 여기 살아 숨쉬는 음악이라는 저자의 말에 큰 공감을 한다.
주옥같은 곡들을 한껏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이 서평을 쓰는 동안에도 책에 수록된 곡들을 다시 들어보고 있는데, 이 책에 담긴 곡들만 반복적으로 들어도 왠만큼 유명한 곡들은 다 듣게 되는 셈이다. 클래식에 쉽게 다가가기 위한 책으로, 또한 클래식을 좋아하는 분들께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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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살해당할까
구스다 교스케 지음, 김명순 옮김 / 톰캣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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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선 군함의 살인 > 이라는 책으로 처음 알게 된 톰캣 출판사의 두 번째 신간을 만나보았다.
제목은 굉장히 오싹한데, 표지는 뭔가 살짝 귀여운 느낌도 나서 이 책이 제목만큼 잔인하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이라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가 '트릭의 마스터'라 칭할 정도로 그 세계에서 인정받은 작가의 작품인데, 1950년대에 씌여졌음에도 그러한 시대적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세련된 본격추리소설이다.
물론, 소설에서 이용되는 추리기법은 아무래도 아날로그 방식일 수 밖에 없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부분조차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스토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팔천만엔을 횡령한 후 연인과 동반자살 시도 후 죽음을 맞이한 두 남녀의 이야기가 중심에 선다.
그 남자가 마지막을 맞이했던 4호실에 입원하게 된 주인공 쓰노다는, 자신의 병실에서 유령이 나타나고 이전 환자도 유령을 본 후 자살했다는 소문을 들은 후 그 유령의 정체와 병실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오랜 친구인 이시게 경감의 힘을 빌리게 되는데, 당뇨병을 앓고 입원해 있는 쓰노다는 작가로서의 경험과 상상력을 동원해 안락의자 탐정의 역할을 하고, 현장에서 동분서주하며 진상을 밝히는 일은 이시게가 맡는다.
이 과정에서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일은 점차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고, 피해자도 생기고 신변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








스피드도 빠르게 진행되고, 등장인물들간의 대화는 유쾌한데 유치하지 않다. 이 점이 특히 좋았고, 주인공의 주변인물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된다. 조사하면 할수록 새로운 인물이 튀어나오는데 이들이 어떻게 연결지어져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 연결성을 추리하는 과정도 재미난데, 물론 뒤로 갈수록 인물들의 관계도가 점점 복잡해지고, 특히나 아야코, 도미코, 야스코, 기요코, 미네코 등 비슷한 이름이 너무 헷갈린다. 이시게가 조사해서 정리한 내용과 등장한 여자들의 현황표, 관계도가 나에게는 엄청 도움이 되었다.

작가 자신이 당뇨병을 심하게 앓았고 이 부분을 바로 주인공 쓰노다에게 적용시킨 점도 흥미로운데, 이 부분은 뒷편에 실린 저자 후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일본의 본격추리를 크게 선호하지 않는 나조차도 꽤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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