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는다는 것의 역사 - 우리는 왜 목욕을 하게 되었을까?
이인혜 지음 / 현암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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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로 근무하는 동안, 저자는 전국 각지의 목욕탕을 탐방하며 하루에 두번도 목욕해가면서 목욕 문화를 연구해 왔다고 한다. 그 결과물이 이렇게 근사한 한 권의 역사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책의 구성은 1부 세계 목욕의 역사, 2부는 한국의 목욕 문화, 3부에서는 공중 목욕탕과 현대 한국사회를 다루고 있다.





1892년 뉴욕에 '러시아.튀르키예 목욕탕'이 문을 열었는데, 갱들이 뉴욕을 활보하던 시절에는 이 사우나가 사업 논의 장소로 활용되었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 청각장애인 안마시술사를 선호했다고 한다.

아직도 그 장소 그 자리에서 영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 비싼 땅 뉴욕에서 그 긴 세월동안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러시아 이민자들의 꾸준한 이용이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입장료는 60달러에 세금, 카드 수수료 별도라고 하는데 잘은 모르지만 생각보다 아주 많이 비싸다는 느낌은 안든다. 다른 곳도 아닌 뉴욕이니 !!!






일본의 목욕탕 탈의실은 천장이 뚫려 있어 남녀 탈의실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주인은 테니스 코트의 심판석처럼 살짝 높은 자리에 앉아 목욕값을 받는다고 한다. 보통은 나이 지긋한 여성 사장님이 앉아 있지만, 흥미로운 점은 성별에 대해 신경쓰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사장님이 남탕에도 자유자재로 드나든다고 어디선가 읽은 것도 같은데,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은 참 독특하기만 하다.


목욕탕도 남녀 탕의 천장이 서로 통해 있다고 한다. 이 부분은 나도 경험한 적이 있는데 옛날일이었지만 맞은편 남탕의 목소리가 다 들려서 무척이나 어색하고 묘한 기분이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문신 있는 사람은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입장이 금지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이용 가능한 목욕탕 리스트를 공유하는 추세라고도 한다. 일본사회에서 문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리나라보다 강한가 보다.





고려 시대에는 주로 시냇물에서 남녀가 섞여 목욕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고려시대에는 성문화가 개방적이었다고 하던데 역시나 !! 어떤 부분에서는 현대보다 더 개방적이었던 것 같다.

그에 반해 성리학적 윤리 규범으로 완전 무장한 조선 시대에서 와서는 남녀가 벗고 같이 목욕하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뿐더러, 동성이라 할지라도 벗은 몸을 드러내는 것은 예에 어긋나는 걸로 여겼다고 한다.


조선 왕실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온천이 온양 온천(치료 효과와 거리 면에서 최적의 조건) , 1930년대 조선 최고의 온천으로 인정받은 곳은 각종 설비와 교통의 편리함이 갖추어진 부산 동래 온천이었다고 한다.






목욕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와 역사의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다.

제목도 '목욕의 역사' 가 아닌 '씻는다는 것의 역사' 라는 표현이 훨씬 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면서 많은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표지를 포함해서 안에는 만화 스타일의 그림도 곁들여져 있어서 어려운 인문학 책이라는 느낌이 안들어 좋다. (물론 다양한 사진과 그림들도 많이 수록되어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물 부족 현상으로 공중목욕탕와 목욕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미래에는 어쩌면 새로운 물 관리 기술을 적용한 목욕 방식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에서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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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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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묘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환상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또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인 듯도 싶고, 비현실의 세계에 존재하는 인물인 듯한 느낌도 들면서 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 그 자체의 인물로도 느껴진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대학 입학 후 4개의 동아리 가운데 가입할 곳을 선택하게 되는데, 각 장마다 4개의 선택지에 따른 상황이 전개되고 어느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주인공의 인생은 다르게 진행되는 듯 하다. 그러나, 결국에는 변하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을 만나게 되고,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또한 변함없다.


결국 내가 변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은 같은 결과를 낫는다..라고 생각하면 될까?

매 스토리의 처음에는 똑같은 상황, 똑같은 문장이 반복되면서, 처음에는 이런 스토리 구성을 잘 모르고 읽다가, 분명 읽은 내용인데.. 하면서 내가 페이지를 앞으로 잘못 되돌려 읽는 줄 착각했다.


주인공은 어느 것을 선택해도 재미있는 미래가 열릴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나이 때라면 그런 생각이 들만도 하다. 뭐든지 핑크빛 인생이 열릴 꺼라고, 뭐든지 다 될 것만 같은 인생을 꿈꿀 나이지 ! (결국 주인공은 2년 뒤에는 자신의 선택을 매번 후회하게 되지만..)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과 그의 주변에서 절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인물 '오즈' 의 대면이 특히 흥미로운데, 황당하면서도 어딘가 살짝 부족한 '두 얼간이' 주인공 콤비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은근 재밌다. 아니 티격태격이라는 말은 좀 어울리지 않는게, 사실 주인공만 오즈에 대한 감정이 이랬다 저랬다 하지, 정작 오즈라는 인물은 무사태평, 주인공을 은근슬쩍 약올리는 것 같기도 하고, 못됐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고 악당도 아니라 악동 쯤으로 생각하면 딱 좋을듯 하다. 그냥 그게 오즈라는 인물의 특징인 것 같다.

' 야채를 싫어하고 즉석 식품만 먹기 때문에 안색이 어쩐지 달의 이면에서 온 사람 같고 밤길에 마주치면 대부분 요괴로 착각한다.' 오즈를 묘사한 문장 자체만 보더라도 그런 느낌이다. 암튼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이 둘의 만남은 악연일까, 필연일까? 어찌됐든 간에 주인공은 그렇게나 원수 같았던 오즈를 결국에는 그리워하게 되니, 없어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일까? 마지막 문장에서 주인공의 마음을 단박에 알게 된다.






다다미 2장은 한 평, 그러니까 주인공이 사는 방은 2평 반 남짓한 자그마한 방인데, 일본에서 '다다미 넉 장 반'이라고 하면 '이보다 더 작고 싸게 구할 수 없는 방'이란 뜻을 가진 관용어로도 쓰이며, 한국 고시원이나 쪽방 정도 되는 이미지로 통한다고 한다.


4번째 스토리에서는 이 주인공의 다다미 넉 장 반의 세계가 끝없이 이어지고,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한다. 주인공은 이 세계에서 한없이 이어지는 다다미 넉 장 반은 각기 다른 선택을 한 자신의 다다미 넉 장 반인 것다고 표현하는데, 여기서 나갈 수만 있다면 여러가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평소 매일 해오던 일상이 사뭇 소중해지고 의미가 부여되고, 주변인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묘하디 묘한, 환상특급 이야기를 담은 느낌이다.

고양이 라면, 카스텔라도 먹고 싶어지고, < 해저 2만리 > 와 < 보물섬 > 이 너무 읽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거북 수세미도 실제로 있음 참 좋겠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자꾸 < 촌마게 푸딩 > 작품이 떠오르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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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12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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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데커 시리즈의 일곱 번째 이야기이자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만남이다.

이 유명한 시리즈를 알아서 가장 먼저 읽게 된 < 괴물이라 불린 남자 > 이후 가능한 순서대로 읽어줘야지 했는데, 신간이 너무도 빨리 나오는 바람에 유혹에서 지고 말았다. 순서가 뭐가 중요해 !!!!


다행히 2편 읽고 바로 7편으로 건너 뛰어도 스토리 파악에 전혀 무리가 없다.

그리고, 이번 편에서 살해당한 판사의 아들도 마스, 데커처럼 고교 풋볼 선수인 관계로 2편에 나왔던 마스에 대한 이야기가 몇 번 등장해서 마치 3편을 바로 읽는 듯한 착각도 든다.


플로리다의 연방 판사와 그녀의 경호원이 한 집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을 둘러싸고, 데커와 파트너인 화이트 요원은 초반에는 판결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의 복수극이라고 추정했지만, 조사를 진행하면서 그렇게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씩 밝혀지게 된다. 연이은 납치, 실종, 죽음..살인사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건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사람들마저 하나씩 제거되는 것일까..





데커 시리즈를 딱 2번 읽고 느낀 생각은, 스토리가 굉장히 복잡하고 등장 인물들간의 연관성도 아주 교묘하게 얽혀있고, 내용도 몇 번이고 판이 뒤집힌다는 점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부분이 너무 매력있고, 머리에 쥐가 날 정도이긴 하지만 데커의 번뜩이는 추리력과 과잉 기억 증후군에 의한 완벽한 기억력을 토대로 하나하나 사건을 짚어나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이번 파트너인 화이트 요원 역시 데커와는 초반에는 삐걱대며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데커의 인간성과 의리에 반하고 좋은 동료로 남게 되서 다행이다. 플로리다의 FBI 요원인 앤드루스의 활약이 중간에서 끊겨서 조금 아쉽긴 하다. 살짝 밉상이긴 하지만 조금씩 좋게 보이려던 찰나에 도중 하차 해버리네..

2편에서 젤 좋았던 보거트 요원은 은퇴해 버렸구....에이 !!!!!


600 페이지의 두께지만, 주말에 방콕하며 하루만에 완전몰입하면서 읽은 책이다.

나머지 시리즈도 더 이상 아끼지 말고 빨리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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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대 - 청계천 판자촌에서 강남 복부인까지
유승훈 지음 / 생각의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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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제목도 좋고, 띠지의 문구도 맘에 쏙 들고, 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쓩 하고 날아가서 그 시절을 다시금 겪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읽다가 자꾸 순간의 추억에 빠져버려 속수무책 ...


책에는 115장의 흑백,칼라 사진이 가득한데, 국가기록원 등에 보관되었던 비공개 자료까지 수록되었을 정도로 깊이 있고 믿을만한 자료로 채워져 있다.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내용인데, 저자의 맛깔스러운 문장과 쉬운 해설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푹 빠져 읽을 수 있다.


달동네, 몸 안에 한가득이었던 기생충, 체변봉투, 연탄과 연탄 중독 이야기, 이사날, 강남 복부인, 버스 안내양, 입시와 엿 이야기, 결혼상담소와 마담뚜 등등 1960년대~1990년대 서울의 모습을 아주 적나라하고 리얼하게 만나보게 된다.





1960년대 청계천 등의 판자촌 사진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못 살았었나 새삼 깜짝 놀랐고, 불과 50여년만에 지금과 같은 대도시로 발전했다는 사실에 정말 대단한 대한민국이구나..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콩나물 교실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한 반에 80여명의 학생들이 꽉꽉 찬 이런 교실이 해마다 늘어나니, 해결책으로 다부제 수업이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심한 곳은 4부제 수업까지 시행된 곳도 있었다고 한다. 해방 후, 지독히 못살고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이런 높은 교육열이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된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라이' 라는 외침이 생생한 버스 안내양의 나이가 고작 15~19세의 어린 소녀들이었다니..어릴 때 내 눈에는 정말 씩씩하고 힘도 세 보이던 그 언니들은 한참 어른인줄로만 알았더랬다. 평균 수명 4시간 반, 하루 18시간의 엄청난 육체적 노동과 요금 수납에 따른 책임, 푸쉬맨 역할에 업무 후에는 버스 내부 청소까지..그 이름 모를 언니들은 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이렇게나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괜한 연민이 느껴진다.





이 책은 지금의 40대 후반 ~ 60대라면 많은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는데, 못 살았던 시절이지만 읽으면서 그 시절이 참 많이 그리웠다.

젊은 독자라도 지금의 서울이 있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될 책이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소중하고 귀중한 역사책이자 풍속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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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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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표지에서부터 섬뜩함이 묻어나는게, 표지를 집으면 왠지 곰의 거친 털이 만져질 것만 같은 입체북의 느낌마저 난다.


이 책은 시베리아 캄차카 반도를 탐험하던 중, 동행하던 친구들과 잠시 떨어져 홀로 걷다가 곰의 습격을 받은 프랑스의 한 인류학자의 회고록이다.

광대뼈와 턱의 반이 날아가고 얼굴 전체가 찟기고 한 쪽 다리마저 물린 채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찰나에, 저자는 가지고 있던 얼음도끼로 간신히 곰을 쫓아낼 수 있었다.






영화 <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 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회색곰에게 공격당하는 장면이 너무도 리얼하고 끔찍해서 이 영화 이후 곰이 너무도 무서운 동물로 각인되어졌다.

그래서 저자가 공격당하는 짧은 문장을 읽으며, 그 극한의 공포와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했던 저자가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 과정 또한 끊임없이 이어지는 엄청난 고통의 연속이었고, 주변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 또한 그녀가 겪어야 할 고난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후의 저자의 행보는 더 놀라울 따름이다. 트라우마도 엄청날 테고, 산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능일텐데, 저자는 피해자가 아닌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다시 그 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 날의 사건은 한 마리의 곰과 한 여성이 만나 세상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말한다.

인간이 확신하고 인간의 기준에서 정한 세계 말고도, 이 세상에는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실 나같이 평범한 한 인간이, 곰의 습격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 엄청난 사건으로부터 이러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과, 그녀의 심오한 내면의 가치관과 인류학자로써 바라보는 세계관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녀가 내뱉는 한 문장 한 문장, 특히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서술은 크게 공감할 수 있다.

정말 대단한 여성이라는 생각을 내내 하게 만들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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