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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스 - 2010년 퓰리처상 수상작
폴 하딩 지음, 정영목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닥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쉽게 읽혀지진 않는 소설이다. 뭔가 심오한 느낌이랄까..작가의 첫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자칫 글의 흐름을 놓칠 수도 있는, 오며가며 출퇴근 시간에 가볍게 읽기 보다는 조용한 곳에서 집중해서 읽어야 제대로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이 소설은 시계수리공인 조지가 여든을 넘긴 나이에 암에 걸려 죽기까지의 8일동안의 시간을 담고 있다. 이 8일동안 조지는 현실과 자신의 과거-환상세계를 오가게 되는데 현실에서는 사랑하는 가족에 둘러싸여 자식과 손자의 정말로 따스한 가족애를 느끼며 죽음에 점점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마지막 회상이라는 느낌에서일까..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그 시간동안에는 너무도 쓸쓸하고 가슴이 아리다.
조지는 배운 것 없이 평생을 땜장이로 일해온 자신의 아버지 하워드를 떠올리고 조지의 회상속 하워드는 또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회상속에서 과거에서 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만나는 삼대의,비록 그 당시에는 아버지에 대해 느끼지 못한 감정이 비로소 애틋한 그리움으로 표출되어지고 있다.
아버지 하워드가 간질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대응으로 한번도 그 증상을 목격한 적이 없었던 조지는 크리스마스날 아버지의 간질발작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어머니를 도와주던 과정에서 아버지에 의해 손가락을 물리게 되고 그 다음날 처음으로 어머니의 눈물을 보게 된다.
그리고 남편의 병세를 더 이상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어머니가 들고 온 정신병원 안내서를 우연히 보게 된 아버지는 그 길로 집을 나가기에 이른다.
그리고 회상 속 아버지 하워드는 역시 정신병원으로 끌려감으로써 이별을 맛보게 된 목사인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이러한 이별의 아픔과 그리움을 조지의 죽음의 문턱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가장 절실한 순간은 죽음을 눈앞에 둔 시간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가슴속에 부모에 대한 그리움을 묻고 있고 나 또한 그러하겠지..
이 소설을 읽으니 웬지 쓸쓸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