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묘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환상적인 느낌이 들면서도 또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인 듯도 싶고, 비현실의 세계에 존재하는 인물인 듯한 느낌도 들면서 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 그 자체의 인물로도 느껴진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대학 입학 후 4개의 동아리 가운데 가입할 곳을 선택하게 되는데, 각 장마다 4개의 선택지에 따른 상황이 전개되고 어느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주인공의 인생은 다르게 진행되는 듯 하다. 그러나, 결국에는 변하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을 만나게 되고,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또한 변함없다.


결국 내가 변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것은 같은 결과를 낫는다..라고 생각하면 될까?

매 스토리의 처음에는 똑같은 상황, 똑같은 문장이 반복되면서, 처음에는 이런 스토리 구성을 잘 모르고 읽다가, 분명 읽은 내용인데.. 하면서 내가 페이지를 앞으로 잘못 되돌려 읽는 줄 착각했다.


주인공은 어느 것을 선택해도 재미있는 미래가 열릴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나이 때라면 그런 생각이 들만도 하다. 뭐든지 핑크빛 인생이 열릴 꺼라고, 뭐든지 다 될 것만 같은 인생을 꿈꿀 나이지 ! (결국 주인공은 2년 뒤에는 자신의 선택을 매번 후회하게 되지만..)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과 그의 주변에서 절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인물 '오즈' 의 대면이 특히 흥미로운데, 황당하면서도 어딘가 살짝 부족한 '두 얼간이' 주인공 콤비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은근 재밌다. 아니 티격태격이라는 말은 좀 어울리지 않는게, 사실 주인공만 오즈에 대한 감정이 이랬다 저랬다 하지, 정작 오즈라는 인물은 무사태평, 주인공을 은근슬쩍 약올리는 것 같기도 하고, 못됐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고 악당도 아니라 악동 쯤으로 생각하면 딱 좋을듯 하다. 그냥 그게 오즈라는 인물의 특징인 것 같다.

' 야채를 싫어하고 즉석 식품만 먹기 때문에 안색이 어쩐지 달의 이면에서 온 사람 같고 밤길에 마주치면 대부분 요괴로 착각한다.' 오즈를 묘사한 문장 자체만 보더라도 그런 느낌이다. 암튼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이 둘의 만남은 악연일까, 필연일까? 어찌됐든 간에 주인공은 그렇게나 원수 같았던 오즈를 결국에는 그리워하게 되니, 없어봐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일까? 마지막 문장에서 주인공의 마음을 단박에 알게 된다.






다다미 2장은 한 평, 그러니까 주인공이 사는 방은 2평 반 남짓한 자그마한 방인데, 일본에서 '다다미 넉 장 반'이라고 하면 '이보다 더 작고 싸게 구할 수 없는 방'이란 뜻을 가진 관용어로도 쓰이며, 한국 고시원이나 쪽방 정도 되는 이미지로 통한다고 한다.


4번째 스토리에서는 이 주인공의 다다미 넉 장 반의 세계가 끝없이 이어지고,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한다. 주인공은 이 세계에서 한없이 이어지는 다다미 넉 장 반은 각기 다른 선택을 한 자신의 다다미 넉 장 반인 것다고 표현하는데, 여기서 나갈 수만 있다면 여러가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평소 매일 해오던 일상이 사뭇 소중해지고 의미가 부여되고, 주변인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묘하디 묘한, 환상특급 이야기를 담은 느낌이다.

고양이 라면, 카스텔라도 먹고 싶어지고, < 해저 2만리 > 와 < 보물섬 > 이 너무 읽고 싶어지는 소설이다. 거북 수세미도 실제로 있음 참 좋겠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자꾸 < 촌마게 푸딩 > 작품이 떠오르나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12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데커 시리즈의 일곱 번째 이야기이자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만남이다.

이 유명한 시리즈를 알아서 가장 먼저 읽게 된 < 괴물이라 불린 남자 > 이후 가능한 순서대로 읽어줘야지 했는데, 신간이 너무도 빨리 나오는 바람에 유혹에서 지고 말았다. 순서가 뭐가 중요해 !!!!


다행히 2편 읽고 바로 7편으로 건너 뛰어도 스토리 파악에 전혀 무리가 없다.

그리고, 이번 편에서 살해당한 판사의 아들도 마스, 데커처럼 고교 풋볼 선수인 관계로 2편에 나왔던 마스에 대한 이야기가 몇 번 등장해서 마치 3편을 바로 읽는 듯한 착각도 든다.


플로리다의 연방 판사와 그녀의 경호원이 한 집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을 둘러싸고, 데커와 파트너인 화이트 요원은 초반에는 판결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의 복수극이라고 추정했지만, 조사를 진행하면서 그렇게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씩 밝혀지게 된다. 연이은 납치, 실종, 죽음..살인사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건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사람들마저 하나씩 제거되는 것일까..





데커 시리즈를 딱 2번 읽고 느낀 생각은, 스토리가 굉장히 복잡하고 등장 인물들간의 연관성도 아주 교묘하게 얽혀있고, 내용도 몇 번이고 판이 뒤집힌다는 점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부분이 너무 매력있고, 머리에 쥐가 날 정도이긴 하지만 데커의 번뜩이는 추리력과 과잉 기억 증후군에 의한 완벽한 기억력을 토대로 하나하나 사건을 짚어나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이번 파트너인 화이트 요원 역시 데커와는 초반에는 삐걱대며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데커의 인간성과 의리에 반하고 좋은 동료로 남게 되서 다행이다. 플로리다의 FBI 요원인 앤드루스의 활약이 중간에서 끊겨서 조금 아쉽긴 하다. 살짝 밉상이긴 하지만 조금씩 좋게 보이려던 찰나에 도중 하차 해버리네..

2편에서 젤 좋았던 보거트 요원은 은퇴해 버렸구....에이 !!!!!


600 페이지의 두께지만, 주말에 방콕하며 하루만에 완전몰입하면서 읽은 책이다.

나머지 시리즈도 더 이상 아끼지 말고 빨리 만나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울 시대 - 청계천 판자촌에서 강남 복부인까지
유승훈 지음 / 생각의힘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제목도 좋고, 띠지의 문구도 맘에 쏙 들고, 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쓩 하고 날아가서 그 시절을 다시금 겪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읽다가 자꾸 순간의 추억에 빠져버려 속수무책 ...


책에는 115장의 흑백,칼라 사진이 가득한데, 국가기록원 등에 보관되었던 비공개 자료까지 수록되었을 정도로 깊이 있고 믿을만한 자료로 채워져 있다.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내용인데, 저자의 맛깔스러운 문장과 쉬운 해설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푹 빠져 읽을 수 있다.


달동네, 몸 안에 한가득이었던 기생충, 체변봉투, 연탄과 연탄 중독 이야기, 이사날, 강남 복부인, 버스 안내양, 입시와 엿 이야기, 결혼상담소와 마담뚜 등등 1960년대~1990년대 서울의 모습을 아주 적나라하고 리얼하게 만나보게 된다.





1960년대 청계천 등의 판자촌 사진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못 살았었나 새삼 깜짝 놀랐고, 불과 50여년만에 지금과 같은 대도시로 발전했다는 사실에 정말 대단한 대한민국이구나..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콩나물 교실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한 반에 80여명의 학생들이 꽉꽉 찬 이런 교실이 해마다 늘어나니, 해결책으로 다부제 수업이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심한 곳은 4부제 수업까지 시행된 곳도 있었다고 한다. 해방 후, 지독히 못살고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이런 높은 교육열이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된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라이' 라는 외침이 생생한 버스 안내양의 나이가 고작 15~19세의 어린 소녀들이었다니..어릴 때 내 눈에는 정말 씩씩하고 힘도 세 보이던 그 언니들은 한참 어른인줄로만 알았더랬다. 평균 수명 4시간 반, 하루 18시간의 엄청난 육체적 노동과 요금 수납에 따른 책임, 푸쉬맨 역할에 업무 후에는 버스 내부 청소까지..그 이름 모를 언니들은 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이렇게나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괜한 연민이 느껴진다.





이 책은 지금의 40대 후반 ~ 60대라면 많은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는데, 못 살았던 시절이지만 읽으면서 그 시절이 참 많이 그리웠다.

젊은 독자라도 지금의 서울이 있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될 책이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소중하고 귀중한 역사책이자 풍속사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표지에서부터 섬뜩함이 묻어나는게, 표지를 집으면 왠지 곰의 거친 털이 만져질 것만 같은 입체북의 느낌마저 난다.


이 책은 시베리아 캄차카 반도를 탐험하던 중, 동행하던 친구들과 잠시 떨어져 홀로 걷다가 곰의 습격을 받은 프랑스의 한 인류학자의 회고록이다.

광대뼈와 턱의 반이 날아가고 얼굴 전체가 찟기고 한 쪽 다리마저 물린 채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찰나에, 저자는 가지고 있던 얼음도끼로 간신히 곰을 쫓아낼 수 있었다.






영화 <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 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회색곰에게 공격당하는 장면이 너무도 리얼하고 끔찍해서 이 영화 이후 곰이 너무도 무서운 동물로 각인되어졌다.

그래서 저자가 공격당하는 짧은 문장을 읽으며, 그 극한의 공포와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했던 저자가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 과정 또한 끊임없이 이어지는 엄청난 고통의 연속이었고, 주변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 또한 그녀가 겪어야 할 고난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후의 저자의 행보는 더 놀라울 따름이다. 트라우마도 엄청날 테고, 산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능일텐데, 저자는 피해자가 아닌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다시 그 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 날의 사건은 한 마리의 곰과 한 여성이 만나 세상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말한다.

인간이 확신하고 인간의 기준에서 정한 세계 말고도, 이 세상에는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실 나같이 평범한 한 인간이, 곰의 습격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 엄청난 사건으로부터 이러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과, 그녀의 심오한 내면의 가치관과 인류학자로써 바라보는 세계관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녀가 내뱉는 한 문장 한 문장, 특히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서술은 크게 공감할 수 있다.

정말 대단한 여성이라는 생각을 내내 하게 만들었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빼곡한 글씨와 묵직한 두께에 조금 부담이 됐었는데, 저자의 매끄러운 글솜씨와 유쾌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낸 스토리 덕분에 굉장히 재밌게 읽힌다.

초반부터 트럼프 이야기가 나와, 소설임에도 마치 실제 트럼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듯해서 시작부터 흥미롭다.


파키스탄에서 의대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 온 아버지는 기회의 땅인 미국을 너무도 사랑한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주치의로 일했던 짧은 기간을 내내 자랑스러워하며 대선 때는 남몰래 트럼프를 지지하기도 한다.

그의 아들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작가 자신이기도 한 아야드는 미국에서 태어났기에, 이민자 1세대인 아버지와는 또 다른 입장이고, 미국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무슬림으로써 겪게 되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며, 정말 그 당시 미국 내 무슬림( 저자처럼 실제로는 무슬림이 아니어도 )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힘들었을꺼라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친절한 경찰한테까지 자신의 고향은 (테러보다는 발리우드 영화와 요가를 떠오르는) 인도라고 거짓말을 할까..

그 외에도 아버지와의 갈등, 미국인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토로하는 한편, 무슬림의 폭력성,배타성과 미국 사회의 자본주의 문제성과 인종차별을 동시에 비판함으로써 결국에는 양쪽 나라로부터 배척의 대상이 된다.


그토록 미국을 사랑했지만 결코 미국에 속할 수 없었고, 항상 자신은 미국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상태를 열망했고 그런 척 연기했다고 고백하는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애잔하기만 하다.

주인공 아야드 또한 미국에 대해 불평을 토로하지만, 그렇게 싫으면 미국을 떠나면 되지 않냐는 한 미국인의 말에, 미국은 자신의 고향이고, 좋든 싫든 여기 말고 다른 데서 살고 싶진 않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결코 완벽한 미국인으로 살아갈 순 없음을 깨닫는다.






이민자 배척정책을 펼치는 트럼프 시대를 사는 지금, 아야드와 같은 이민자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런지..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 있지만 읽는 내내 마치 저자의 회고록 같은 느낌이 들고, 생생한 이민자의 삶과 미국의 리얼한 현 상황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