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 - 삶의 한계에 도전하는 동물들, 그 경이로움에 관하여
데이비드 B. 아구스 지음, 허성심 옮김 / 현암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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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정말 신기하다. 추천평 중에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의 " 우리로 하여금 분류학, 생태학, 세포학, 발생학, 병리학, 면역학, 미생물학을 넘나들게 한다. " 라는 평은 읽기 전부터 눈길을 끌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처음에는 단순히 동물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을 꺼라 생각했는데, 그 정도의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정말로 위의 모든 분야의 내용이 다 담겨 있고 이런 광범위한 내용들이 절대 가볍지 않으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씌여져 있다.
동물의 특성과 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고 있는데 또 읽다보면 어느새 세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그러다 자연스레 미생물 이야기로 넘어와 있다.

책 속에 담긴 이 방대하고도 흥미로운 내용을 간략한 리뷰에 담기가 너무 어려워서, 재미있는 내용 딱 하나만 예로 들어보자.

비둘기가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 걷는 이유는, 주변의 장면이 흔들리지 않도록 순간적으로 눈을 물체에 고정하기 위한 것으로 여기에 걸리는 시간은 2/100초라고 한다. 우리의 눈에는 머리를 흔드는 것처럼 보이는 이 행동은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새로운 사물에 시선 고정, 몸을 앞으로 당기는 행동의 반복으로 주변 풍경의 변화가 없을 때에는 걸을 때 머리를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공원에서 정말 흔하게 볼 수 있고, 때로는 너무 크고 살쪄서 조금은 무섭기도 한 비둘기가, 전령 비둘기로써 인간의 역사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 왔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된다.
흔히 우리는 ' 새 대가리 '라는 은어를 사용하곤 하는데, 새는 절대 멍청하지 않고 오히려 아인슈타인같은 뇌를 가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비둘기를 무시하면 안되겠구나. 공원에서 비둘기를 마주하면 일단 걷는 것부터 다시 한번 잘 관찰해 봐야겠다.

기린 페이지에서는, 혈압이 극도로 높은데도 신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유를 시작으로, 목길이가 2미터에 달하기 때문에 피를 머리까지 공급하고 고혈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우 큰 심장이 필요할 꺼라는 추정과는 달리 실제로는 심장이 그렇게 크지 않은 이유 등을 지나, 인간에게서 고혈압에 의해 나타나는 부종의 원리와 해결책, 최적의 잠자는 자세 등등 자유자재로 주제를 넘나들며 전개된다.

다양한 동물들의 본능과 특성을 읽으면서는 동물의 지혜에 감탄하게 되고, 동물의 세계는 정말로 신비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또한, 이들을 통해 다양한 치료법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현재의 불치병이 가까운 미래에는 치유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저자는 물고기, 개, 비둘기, 코끼리, 기린, 코뿔소, 개미, 침팬지, 문어 등의 동물들이 어떻게 암이나, 치매, 심장병 등에 걸리지 않는지 이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 인간보다 훨씬 오래 전에 지구에 존재했던 이러한 동물들을 통해 인간이 배워야 할 점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자연만큼 좋은 멘토가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연과 다시 가까워지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것을 거듭 강조한다. 결국, 답은 ' 자연 ' 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흥미로운 내용이 듬뿍 담긴 알찬 책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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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의 갈림길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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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것조차 아까울 정도로 너무나 재밌게 읽은 책이다.
이렇게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책과의 만남은 정말 행복해. 게다가 등장인물 누구 하나 눈에 거슬리지 않고, 하물며 변덕스러운 판사님마저..모두가 사랑스러우니 이 책 어쩜 좋아 !!

해리와 미키가 만났다. 링컨차를 타는 잘 나가는 변호사 미키가 40년 강력형사계에 몸담았던 해리 보슈 형사와 한 팀이 되었으니, 이 완벽하고도 강력한 변호인단이 해결 못 할 사건이 과연 있을까?

이들은 최근 받은 편지에 적힌, 남편 살해 혐의로 5년째 수감중인 루신더 샌즈의 무고 주장을 눈여겨 보게 된다. 몇 가지 정보를 입수하고 전문가만의 감으로 루신더가 억울하게 수감중일 수도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이 사건의 무죄변론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최초 재판 당시, 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루신더가 국선변호사의 제안으로 죄를 스스로 인정하고 수감된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경우보다 승소하기가 매우 힘든 케이스인데다 살해당한 남편이 영웅으로 칭송받던 경찰관이었다는 사실도 이들에게는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서 과연 해리와 미키는 어떤 방법으로 그녀의 무죄변론에 성공해 그녀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을까?

재판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변수와, 단 한마디의 실수가 곧 패소로 이어질 수 있는 숨막히는 법정 공방의 묘미가 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담겨 있다. 

사실 이런 법정 소설은 순간의 상황이 이해가 안되면 사건의 전개에 공감하기 힘들고,  용어 자체를 모르면 집중도도 떨어지게 마련인데, 저자는 어려울 수 있는 재판 용어나 재판 과정을 주인공들의 입을 빌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상황에 맞춰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해리, 미키의 대화는 무심히 툭툭 내뱉는 듯 하면서도 꽤나 맞깔스럽고 은근 웃음도 자아내게 하는데, 진지하고 딱딱할 수 있는 이 법정, 재판 이야기에 윤활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제발 해리의 병이 나아서, 괜히 억울하게 치매 소리를 듣지 않고 더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활약해 주기를..

긴 호흡이 필요한 드라마보다는 한번에 끝낼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바로 넷플릭스 드라마를 찾아보게 되는데, 진짜 당장 보고 싶게 만드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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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 마음이 그림과 만날 때 감상은 대화가 된다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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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미술 에세이 정말 다양하게 많이 나온다.

미술 에세이 매니아로써는 그저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이지만, 저자나 출판사 입장에서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표지선택이나 제목 정하는데 있어서 꽤나 고민스러울 것 같다.

나만 하더라도 일단 표지만 보고 혹하는 경우도 많고, 제목에 끌리는 경우도 허다하기에 이 두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꽤나 클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책은 표지도, 제목도 정말 맘에 쏙 든다.

내용에 있어서도 가장 좋았던 부분은, 조금은 생소한 작가의, 다른 책에서는 아직껏 만나보지 못한 많은 그림들이 소개되어 있다는 점이다. 화가의 이름을 눈여겨 보기보다는 책의 구성소재에 따라 소개되는 그림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저자의 해설을 따라 그림을 구석구석 감상하다보면 그림에 담긴 스토리가 절로 상상이 되고, 그림 속 인물들이 책장 밖으로 톡톡 튀어 나올 것만 같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 카르멘 '의 경우, 화가 개인마다 카르멘을 묘사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토록 극과 극의 다양한 이미지를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다.

내 상상 속 카르멘은 2번과 3번의 중간정도의 이미지이고, 1번은 정말 의외의 분위기로 그려졌는데, 이 그림을 그린 벨기에 화가는 카르멘이 집시라는 점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윌리엄 호가스의 < 유행에 따른 결혼 > 이나, 프랭크 하이드의 연작 그림과 같이 스토리텔러 형식으로 그려진 그림들도 재밌다.

물론 나 혼자서는 그림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미들을 세심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니, 이렇게 전문가의 해설을 빌려 그림의 구석구석, 인물 하나하나의 동작에서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데, 그림을 감상한다는 것이 정말 흥미롭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주헌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한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저자를 '미술 에세이 분야를 개적한 1세대 미술 커뮤니케이터' 라고 칭하는데, 문득 찾아보니 정말 그동안 쓰신 책만 해도 어마어마하시네.

오랜만에 만나본 저자의 책 참 반갑다. 역시 여전히 좋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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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진실이라는 거짓을 맹세해
헬레네 플루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푸른숲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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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살인을 배경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여성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초반에는 주인공의 어이없는 합리화에 짜증이 막 났는데, 어느 순간 스토리에 빠져 들다보니 그런 짜증이고 미움이고 사르륵 녹아 없어지면서 주인공의 심리변화에 몰입되면서 꽤나 긴장하면서 읽게 된다.

불륜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정당화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윗층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한 여성이 오로지 그녀의 시점에서만 털어놓는 이야기들이 곱게 와 닿을리 없다.
그 불륜의 이유에 대해 그녀 리케는, 고등학교 때부터 한 남자만을 알아왔고 그 남자와 결혼에 성공했기에 다른 남자를 알 기회가 전혀 없었다는...그래서 더 마음이 혹했다나 뭐래나..

그렇게 남편도 어린 두 자녀도 뒷전인 채, 사랑이라고 믿는 불륜에 빠져 제정신이 아닌 리케는 어느 순간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바로 그 이층 남자 요르겐이 살해당했는데, 하필 요르겐을 몰래 만나러 그 집에 들어갔던 리케가 요르겐이 죽은 건 알지 못한 채 그냥 그 집에서 나오다가 옆집 남자한테 들켜 버린 것 !
게다가 이제 수사과정에서 죽은 요르겐의 핸드폰이며 이메일 등을 통해 자신의 불륜이 만천하에 드러나는건 시간문제가 되어 버렸다.

수사망은 시시각각 좁혀지고 있고, 자신의 불륜을 남편에게 털어놔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과 죄의식, 가정파탄에 대한 후회, 어떻게든지 발각되지 않고 숨기고 싶어 발버둥치는 리케의 감정변화가 너무도 잘 표현되어져서, 순간순간 리케가 조금 가엽기까지 하다.

분명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과연 누가 요르겐을 죽였는가가 궁금해야 맞는데, (물론 그 부분도 궁금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보다는 조금씩 리케를 조이는 그 장면들이 더 숨막히고, 남편의 반응은 어떨지, 이웃들에 대한 수치심은 어떻게 감당하려는지..등에 더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자 끊임없이 이웃을 의심하고 상황을 조작하려는 리케의 행동에 더 몰입하게 된다.

어쩌면 작가도 이런 점을 의도한 게 아닐런지...
뒤로 갈수록 더 재밌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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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 - 한이준 도슨트가 들려주는 화가 11인의 삶과 예술
한이준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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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미술에세이가 좋아졌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워낙 자서전이나 한사람의 일대기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대부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예술가의 이야기에 관심이 가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작품에도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된 것 같다.
그렇게 해서 한두 권씩 읽기 시작한 미술에세이가 지금은 책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끊임없이 새로운 책의 내용이 궁금하다.

이번에 만나본 책은 우리가 잘 아는 화가 11인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이라 소설 읽듯이 책장이 슥슥 잘도 넘어간다.
미술과 사랑에 빠진 11년차 도슨트가 들려주는 이들의 삶을 읽는 그 시간은 마치 내가 미술관에서 직접 해설을 듣는 것처럼 생생하고 친근하기까지 하다.



대부분의 예술가의 삶이 불행하기 그지없기에, 신체적인 불구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로트렉의 일생을 너무도 불행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 한데, 이 책에서는 특히나 로트렉의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유전병으로 인해 난쟁이 형상의 장애를 입고 살아가야 했던 로트렉. 만약 그가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귀족의 영예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았을까?영화 < 미드나잇 인 파리 > 에서 로트렉이 잠깐 스쳐지나갔다고 하는데, 왜 난 못 봤지?? 이 찰나의 장면을 위해서라도 다시 한번 찾아보고 싶어지는 영화이다.




황금의 화가로만 알려졌던 클림트에게 이런 분위기의 작품도 있었구나.그래도 역시 클림트답게 호수의 분위기마저 왠지 화려하게 느껴지는 건 클림트라는 이름에 대한 나만의 선입견일까..





프리다 칼로만큼 신체적으로 엄청난 고난을 겪은 예술가는 실로 드물것 같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는 불편한데다, 18살 때 당한 끔찍한 교통사고로, 전철의 강철봉은 그녀의 옆구리를 뜷고 척추,골반을 관통해 허벅지로 빠져나오고 40대에는 몇번의 척추수술과 다리 절단까지..
여기에 디에고 리베라와의 결혼 이후 겪게 되는 정신적인 고통까지 정말 왠만한 강한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모네, 피카소, 마네, 엔디 워홀, 고흐, 베르트 모리조, 뭉크의 이야기가 작품해설과 함께 너무도 읽기 쉽게 쓰여져 있다.

미술이 어려워서 섣불리 읽기를 주저한다면 나처럼 미술가의 삶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한사람의 이야기로 채워진 분량이 부담스럽다면 이렇게 대표적인 화가의 삶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책으로 접근하면 아주 좋을 듯..
이 책 특히 강력추천하다.

여담이지만, 요즘은 어디서나 오디오 가이드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 해외에서 영어 해설을 한국어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현직 도슨트랑 마주하며 듣는 작품관람이 최고인 듯 싶다.
적어도 예술과 관련된 분야만큼은 AI 보다 인간의 무한한 능력이 더 인정되는 미래가 되었음 하는 바램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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