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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위조 사건 - 20세기 미술계를 뒤흔든 충격적인 범죄 논픽션
래니 샐리스베리.앨리 수조 지음, 이근애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20세기 미술계를 뒤흔든 충격적인 범죄 논픽션'. 제목보다 부제가 더 흥미를 끌고 내가 딱 좋아하는 요소들이 다 들어있다.
미술 이야기에다 논픽션에다 두께도 꽤 되니 말이다. 더 바란다면 존 드류를 비롯해서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얼굴이나 증거물들 혹은 관련그림 같은 것에 대한 사진이 있었으면 훨씬 더 흥미로웠을 텐데...암튼.
이런 책을 읽다보면 내가 전혀 모르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아주 크다.
미술품 위조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책이나 TV를 통해 가끔 접해보긴 했지만 이번처럼 엄청난 규모의 사기극은 첨인것 같다.
대부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보면 참으로 머리가 좋다는 생각이 들고, 그 좋은 머리를 범죄가 아닌 다른쪽에 썼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희대의 사기극의 주인공은 존 드류라는 남자이다. 외모도 준수하고 키도 크고 말투며 행동이 타인으로 하여금 믿음과 존경을 가지게 한다. 어쩌면 그가 무수히 뱉어내는, 뻔지르르한 수많은 거짓직업이 이러한 외모적 평가에 있어서 더 플러스 요인이 됐을 수도 있겠다.
존 드류는 어린 시절 거의 존재감이 없는 조용한 소년이었지만 일반 학생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전문분야에서 뛰어난 집중력과 학습력을 보인다. 이러한 총명함이 어른이 되어 미술계를 발칵 뒤집을 사기극에 이용하다니...안타까울 따름이다.
미술계의 헛점과 구멍뚫린 기록보존실을 이용해 단순한 미술작품의 위조가 아니라, 그 미술작품의 소장내력, 소장인 을 비롯한 모든 관련 서류들까지 위조하고 바꿔치기하는 그 수법은 정말이지 이게 현실에서 가능한 법한 일인가 싶을 정도로 놀랍기만 하다.
이 책에서 존 드류의 사기행각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은 실제 위작을 그린 화가 존 마이어트이다. 마지막에 가서 완전 반전같이, 생각지도 못한 인생을 살게 되는 존 마이어트를 보면서, 어찌 될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바로 인생이라는 사실을 절대적으로 실감하게 된다. 가장 힘들 때 존 드류의 접근으로 인해 근 10년을 위작을 만드는데 몸바친 존 마이어트는 그나마 존 드류에 비해서는 양심도 있고 화가로써의 자존감도 가지고 있다. 비록 그것이 뒤늦게 나타나긴 하지만 말이다.
미술품 위조가 마약거래보다, 무기거래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하는데, 미술작품 자체의 가치보다는 그 작품의 과거 소장내력이나 소장인이 누구인가가 판매나 경매에 있어서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랍기만 하다.
그저 순수하게만 알고 있었던 미술계의 어두운 면을 알고 나니 씁쓸한 마음도 들고, 과연 진품은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라는 궁금증도 생긴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고 오히려 자신도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는 존 드류. 재판을 앞두고 끊임없이 보여주는 그의 가짜 환자행세는 차라리 우습기까지 하다. 과연 존 드류라는 사람은 정말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철저히 위장된 사기범죄자인걸까..아님 정말로,전문가들이 말하는, 자기 자신마저도 철저히 속이는 ‘병적인 거짓말쟁이(‘공상 허언증’) 환자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