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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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대 그리스 신화 판도라 이야기. 성경에 등장하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만큼 사람들에게 널리 전해지고 잘 알고 있는 이야기다. 제우스가 창조한 최초의 여자 판도라는 남자가 결코 거절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창조물이자 아름다운 재앙으로 불린다. 인간 에피메테우스가 신의 창조물인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면서부터 시작되는 실수는 결국 판도라가 에피메테우스의 저택에 있는 항아리를 열게 되면서 재앙으로 이어진다. 인간에게 해가 되는 온갖 것들이 봉인되어 있었던 항아리, 판도라는 그 안을 확인해보려는 유혹으로 시달리다가 결국 살짝 열어보게 되고 인간 세상의 재앙이 시작된다. 죽음과 병, 질투, 증오, 배신과 같은 수많은 해악이 한꺼번에 튀어나와 사방에 흩어지게 된 것이다. 급히 그 항아리를 닫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하지만 그 안에 아직 존재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이번 작품 허즈번드시크릿은 앞선 판도라 이야기를 모티브로 구성되었다. 남편이 남긴 편지 하나를 열어보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몰입감이라는 꼬리를 물고 거침없이 이어진다. 내용의 반전과 긴장도는 마치 판도라가 금단의 항아리를 열어보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던 것처럼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유혹을 던진다. 그리고 신화 속에서 유일하게 항아리 속에서 남아 있었던 희망을 전한다.

 

3개의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묶어 하나의 공통점으로 만든 소설 허즈번드시크릿은 판도라 상자에서 나온 해악들이 그러하듯이 내용을 들여다보면 증오, 배신, 비난, 불륜 등 다소 무겁고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결코 간단하게 쓰일 수 없는 내용이기에 보고 싶지 않은,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소재다. 그리고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결론적으로 희망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자신을 점검하고 그 삶에 반영해보기에도 충분하다.

 

3가지 파트 세실리아 편(편지봉투.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 테스 편(남편인 윌과 사촌 동생 펠리시티의 불륜), 레이첼 편(어머니이자 시어머니, 손자의 할머니의 역할을 해내는 레이첼. 그리고 딸을 잃은 아픔을 가짐)은 초반에 각 각의 독립적인 내용 요소와 주제로 시작되나 점차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서로 연결된다. 마치 3개의 색을 가진 실들이 서로 엮이고 꼬여있는 모습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줄들은 점점 더 복잡하게 조여 온다. 하지만 꼬인 실은 결국 풀어지듯 증오와 배신의 감정들은 곧 화해와 용서로 승화되며 그 실타래가 풀린다.

 

주목해서 본 부분은 존 폴의 판도라 상자의 결정적 역할을 하는 비밀 편지 내용이다. 놀라운 반전을 가졌던 부분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스토리 전개는 마치 식스센스와 같은 반전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착각이 들게 한다. 편지를 발견하고 절대 읽지 않겠다고 생각한 세실리아. 하지만 신화 속 판도라가 상자를 열었던 것처럼 그녀는 곧 편지를 읽게 된다. 그렇게 등장한 재앙에 그녀는 커다란 장벽에 부딪침을 느낀다. 책의 서두에서 베를린 장벽이 계속 등장한 것은 곧 닥칠 세실리아의 자신의 벽을 나타내는 복선이 아니었을까? 작가의 치밀한 내용 전개와 베를린 장벽의 상징적 의미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세실리아의 마음은 절대로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친 것처럼 오싹하고 무시무시한 변하지 않는 사실로 돌아왔다.

- 책의 내용 237

 

그리고 그 반전 속에서 귀중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정작 범인은 다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편견과 선입견이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것. 편견은 곧 진실 된 우리의 눈과 귀를 막을 수 있다는 가치 말이다. 이 또한 판도라의 해악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괴물의 얼굴이야. 저 눈 좀 봐. 사악하고 시꺼먼 동굴 같잖아. 심술궂게 말려들어간 저 입술 좀 보라고. 레이첼은 벌써 비디오를 네 번이나 보았고, 볼 때마다 그렇게 확신했다.

- 책의 내용 239

 

인간인 이상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 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바로 잡을 수 있는 판단 또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어느 쪽을 택할지가 중요한 것. 허즈번드시크릿은 우리에게 실수를 하더라도 그 후의 상황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잘못 된 것은 바로잡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용서하고 화해할 것을 강조한다. 비가 내린 뒤에 땅이 더 굳어지는 것처럼 그것을 안고 나아가도록 말이다.

 

이런 증오의 물결이 지나가면 또다시 잔잔한 사랑이 찾아올 거다. 그 사랑은 진지하고 잘생긴 남자와 함께 걸으며 느꼈던 젊은 신부의 단순하고 넘치는 사랑과는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세실리아는 안다. 자신이 그가 한 일 때문에 존 폴을 얼마나 미워하든, 자신은 언제나 그를 사랑할 거라는 걸.

- 책의 내용 529

 

신화 속 판도라 상자 안에 희망이 존재했던 것처럼 우리는 늘 그 희망을 믿고 기대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 기대가 없으면 주어진 고통과 절망이 너무 무겁고 아플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희망의 씨앗이 자라 결국 사랑과 용서가 싹틀 것이다. 이러한 새싹들이 자라서 우리 세상이 더욱 푸르고 아름다워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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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정석 - 개정증보판 기자처럼 글 잘쓰기 2
배상복 지음 / 씨앤아이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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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너란 녀석 참 잘 써보고 싶다

 

 

누구나 한 번쯤 글을 잘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떠올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리포트, 과제, 논술시험, 편지 등 우리 생활 속 곳곳에서는 기본적인 글쓰기 기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생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그만큼 필요도와 관심도 또한 높아지게 된다. 특히 나를 비롯한 책을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글쓰기 능력을 통해 좋은 서평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봤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글쓰기 정석은 글과 동고동락하는 직업 중 하나인 신문사 기자가 쓴 책이다. 자신의 지식을 토대로 공개하는 글쓰기 비법이자 취업준비생, 일반직장인들을 위한 스테디셀러다. 일생을 글과 함께 해왔고 관련 주제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이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 내용의 전체적인 구성은 기본적인 글쓰기 방법을 제시하고, 특정 상황에 알맞은 주제별 글쓰기 방법을 수록하고 있다. 자기소개서, 기획서, 보고서, SNS, 메일, 보도자료 작성법 등이 대표적인 주제이다.

 

우선 글을 쓸 때 가장 기초적인 것은 목적, 대상, 주제에 대해 분명하게 생각하라는 것. “바람은 목적지가 없는 배를 밀어주지 않는다.”는 몽테뉴(Montaigne)의 말처럼 목적이 없는 글쓰기는 바다 한 가운데 표류하는 배와 같을 것이다. 저자는 정확하게 방향성을 가지고 시작할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목적에 맞는 좋은 주제를 선정하기를 권한다. 쉽고 흥미를 끌 수 있는 것으로 말이다.

 

무엇에 대해 쓸지를 분명하게 결정하지 않으면 몇 줄 써 내려가기 힘들다. 몇 줄 써 본다고 해도 다음이 생각나지 않아 더 이상 이어 가기 어렵다. 무엇에 대해 쓸 것인지 확실하게 결정한 다음 글을 시작해야 제대로 써 내려갈 수 있다.

- 책의 내용 , 29

 

목적과 주제가 명확해졌다면 다음으로는 전체적인 틀을 구상하는 설계 과정이 이루어진다. 집을 짓기 전에 설계도를 짜는 것처럼 글을 쓸 때에도 전체적인 윤곽을 미리 잡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즉 뼈대가 되는 주요 개요와 단락을 구성하라는 것이다. 글을 쓸 때 가끔 처음 의도했던 방향과 다른 곳으로 가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간단한 설계를 구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글쓰기 부실공사를 예방할 수 있다.

 

예시) 서론: 1) 관심 환기 - 도입 문장

본론1: 대항목 1

소항목 1)

소항목 2)

본론2: 대항목 2

소항목 1)

소항목 2)

결론: 주제에 대한 해결방안 제시

- 책의 내용 , 70

내가 특별히 주목해서 읽었던 부분은 품위 있는 문장을 구사하라는 내용이다. 단조로운 글쓰기에서 벗어나 글 안에 보다 고급스럽고 참신한 색과 향기를 불어넣는 장이라고 볼 수 있겠다. 논술 관련 수업이나 보고서 관련 피드백 시간에 배운 내용도 있었지만 모르는 내용들도 꾀 많았고, 실용적이고 즉각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는 장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상투적 표현, 접속어·문장부호의 과다사용 등을 자제하고 용어를 일관되게 쓸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상투적인 표현으로는 ‘~하여’ ‘~되어등의 문어체 표현이나 ‘~을 필요로 한다’ ‘~이 요구된다등의 영어식 표현이 있다. 접속어는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면 최대한 안쓰는 것이 매력적이라고도 말한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처럼 말이다.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된 하나의 팁은 긴 용어를 반복해서 쓰면 눈에 거슬리므로 처음에만 전체 이름을 적고 다음부터는 줄임말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예시)

조류인플루엔자(AI)는 조류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주로 닭과 칠면조 등 가금류에 많은 해를 입힌다.

……(중략)

AI가 발생하면 감염된 조류는 전량 도살 처분하며,

……(중략)

AI가 의심되면 즉시 방역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 책의 내용 , 104

 

또한 ‘~자를 쓰는 경우 군더더기로 문장을 늘어뜨리고 읽기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의해서 쓰는 것이 좋고 ‘~와 같은 일본식 표현도 불필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유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가정에서의 스트레스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보다 해결하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 ‘가정에서의 스트레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일본식 표현이다.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우리식 어법이다

- 책의 내용 , 111

 

그 밖에 후반부에서 제시하는 논리적인 글을 쓰는 방법, 글을 다듬는 것의 중요성, 자기소개서 쓰기, 기획서 쓰기, 보고서 쓰기 등은 한 번 읽어보고 필요한 때에 다시 한 번 활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아무리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도 한 번에 줄줄 글을 써내려가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초안을 쓰고 다시 고쳐 쓰는 과정을 최소 3, 4번 거쳐 가는 것이 모든 글쓰기의 기본이라고 하니 한 장의 완성된 글에는 그 내용이 적을지라도 글쓴이의 치열한 고민과 수정과정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뭐든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결실이 맺어짐을 다시 한 번 느꼈던 시간이다. 글쓰기 능력이 필요하거나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그 노하우와 구체적인 방법을 예시와 함께 제공하는 글쓰기 정석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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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 - 시가 먹은 에세이
김준 지음 / 글길나루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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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

 

시가 먹은 에세이부제부터 굉장히 시적인 느낌이다. 그 느낌을 품고 있는 문구 때문인지 별자리 그림과 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라는 제목의 구성이 심플하면서도 사뭇 잘 어울린다. 그리고 시작부터 작품의 주된 분위기인 그리움과 아련한 감성을 동시에 자극해 온다. 자신이 이렇게 아픈데 당신은 또 왜 그렇게 아프냐며 말을 건네는 작가. 어린 시절, 사랑하는 어머니를 회상하며 그 이야기는 시작된다.

 

슬픔을 먹고 자란 하늘빛 그림자가 너울거리는 눈물이 키운 아이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를 잃게 되고, 그 이후 기나긴 세월을 그리움이라는 슬픔을 견디며 살아온 아이의 모습을 적절히 표현한 문구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슬픔에서 파생되는 눈물. 그 눈물은 어린 아이의 순수한 눈물이었고, 그리움과 보고픔으로 늘 함께 했기에...아이에게선 늘 눈물의 하늘색 그림자가 너울거린다. 아직 어머니의 정이 많이 필요한 때에 안전기지로서의 어머니를 잃은 아이의 심정은 어땠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유년시절 어머니의 품이란 따뜻하고 풍요로움 그 자체,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그런 부분이다. 다섯 살부터 그 품을 놓아주어야 했던 어린 아이. 잠시 그 심정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켠이 찡하게 아려온다.

 

슬픔이 아이를 키운다. 그래서 눈물이 슬픈가 보다. 그러나 한숨이 젖은 하늘도 푸르고, 푸른 하늘에 그리움들 하나둘씩 고이면 구름이 비가 되었나 보다. 그런 것이 보고픔인지를 묻고 싶다.

- 책의 내용 20

 

어머니를 늘 그리워하며 가난과 함께 살아가는 아이는 또래들에 비해 이미 성숙하다. 그렇기에 보통의 또래들과는 다른 생각과 감정을 지닌다. 대견한 마음도 있지만 아이다운 모습을 너무 일찍 벗어던진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배고픔은 참을 수 있었다. 구멍 난 양말도 참을 수 있었다. 그런 것은 생활이란 것이고, 그런 것은 언제나 이겨 낼 수 있는 그저 시간이다. 실내화가 없어 구멍 난 양말 사이로 나온 발가락에 나무 바닥에서 튕긴 가시가 박혀도 그런 것은 그저 상처였다.

…… (중략)

상처는 아물지만 보고픔은, 기다림은, 그리고 남겨져서 슬픈 그리움은 아물지도 않는다.

- 책의 내용 32

 

자신에게 난 상처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받아드릴 만큼 어머니의 정()이 그리웠던 아이. 자신에게 핀 열꽃보다 더 뜨거운 눈물의 불씨로 밤을 보내는 아이. 그 밤에 젖은 솜이불이 밤새 제 울음을 먹었다고 표현하는 아이. 어머니가 얼마나 보고 싶고 또 얼마나 아련했을까. 생각과 동시에 책을 읽는 나의 눈시울도 어느새 촉촉해진다.

 

다시 그날이 오면 시간이 멈춘 듯 두 눈에 온통 가득 담아 잊어버리지 않을게요.

-책의 내용 47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갈망을 작가의 문체로, 주옥같은 표현들로 토해내는 에세이. 그 속에서 글귀에 대한 감탄과 사랑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다. 특별히 시인이 에세이 중간 중간에 자리한 시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시 한 편을 소개해볼까 한다.

 

오늘도

하루가 길어져

노을이

비추이지 않는데

너는 어디서

볼 수가 있는지를 물어도

늘 나를 비추던

너란 약속 같은 보고픔은

어디에서 멈추는지를 물어도

답이 없는 하늘이

너 없는 빈자리를

채우고 들어와

이렇게

여전히 그리워서 그린다

늘 너를 별들이 남긴

이렇게 슬픈 별자리로

자꾸 그린다

- 책의 내용 158

작품의 표지에 등장한 별자리 그림이 바로 여기서 나온 것 같다. 그리움 하나하나가 저녁 하늘 무수히 많은 별에 투영되어 슬픈 별자리를 만드는 모습. 작가의 시적 감수성에 감탄하면서 나 또한 문뜩 별이 보고 싶어진다. 마침 새벽에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고 있기에 창문을 열어 별들을 보았다. 보이는 별들이 오늘따라 슬퍼 보인다.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의 눈물 같아서 그런 것일까. 감성을 자극하는 책. 코끝이 찡해오는 아련한 마음을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슬프고 아련하지만 그 안에서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김준 시인의 작품 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그대는 그렇게 아픈가요. 감정이입이 아주 잘 되는 책이다. 지금의 자신이 가진 상황과 조건에 감사함을 느끼게 만드는 책. 가족, 부모님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책이다. 사랑은 표현하는 것. 있을 때 충분히 해줘도 모자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서평을 읽어 주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다. “오늘도 사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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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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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요함 속에서 삶의 깊은 의미를 깨닫는 시간.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에서는 시인이 일상에서 겪은 내용들과 거기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시인의 감성과 문체로 잘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장면들, 상황들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삶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빠름만을 추구하는 편향된 삶의 자세와 그로 인해 삶의 곳곳에 내재된 귀중한 가치들을 발견하지 못한 나를 다시 돌아본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글을 음미하며 그 안에서 이렇듯 귀중한 글귀와 마음들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서평을 쓰는 이 시간도 감사하다. 그렇기에 나는 시나 에세이가 좋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십자가가 있다고, 그 십자가의 무게에 부담을 느껴 던져버린다 해도 어느새 더 큰 크기와 무게로 놓여진 십자가를 보게 된다고 말이다. (책의 내용 중, p.28) 깊이 공감했던 부분이다. 그것이 꿈이든 일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처한 환경이 되었든 간에 우리 삶에 고통이란 단어는 늘 당연하게 쓰여질 수식어와도 같다. 예전에는 나만 아프고,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무언가를 쉽게 얻어내는 것 같고, 나의 부족을 환경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 꿈을 향한 과정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막상 현장에 와서도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과정의 순간들은 모두 내가 감내해야할 십자가이자 주어진 숙명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과정은 내가 가진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동반되는 십자가인 것이다. 십자가는 자연스럽게 주어진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저자 정호승 시인 또한 우리는 인간이기에 주어진 십자가를 결코 버릴 수 없으며 어차피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의 십자가라면 이제 엄마가 아기를 껴안 듯 껴안고 가자고 말한다. (책의 내용 중, p.29)

 

어차피 지고가야 할 십자가라면, 사막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사막의 황량함이, 그 황량함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움이 끈질기게 부여잡고 있는 내 욕망의 밧줄을 한순간 놓아버리게 만든다. 아마 사막을 통해 가난하다고 느껴지는 오늘의 내 삶이 실은 그 얼마나 풍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의 인생이든 그 안에는 황량한 사막이 하나씩 존재해 있다. 다만 두려워 그 사막에 가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 그곳에는 사랑의 부재, 이해의 부재, 용서의 부재 등 온통 부재의 덩어리가 모래만큼 쌓여 있다.

사막에 가서 신기루를 경험하게 되면 우리의 욕망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신기루는 찬란하게 아름다우나 가까이 다가가면 사라져버리고 없다.

(책의 내용 중, p.22~24)

 

저자는 인간의 욕망은 곧 신기루와 같음을 사막이라는 공간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사막에 홀로 서있을 나를 그려본다면 참으로 외롭고 공허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 자체가 오아시스와도 같으며 감사함으로 연결시킬 수 있음을 짐작해본다.

 

이 외에도 책의 모든 글귀, 곳곳에서는 삶에 대한 감사함이 향기롭게 묻어난다. 특별히 하루살이에 대한 명상이 기억에 남는다. 하루 밖에 삶이 허락되지 않는 찰나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감내하며 사는 하루살이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해서 최선을 다해 찰나라는 짧은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이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 일상의 순간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새삼 다시 느낀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자유의지를 가지고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고 말한 교사의 대사에서 유명해진 '카르페디엠(carpe diem)', 'seize the day'. 그리고 박웅현 작가가 여덟단어라는 책에서 표현한 “seize the moment, carpe diem(순간을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우리는 바쁜 일상과 매일 주어지고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자칫 삶의 소중한 가치를 잊고 살 때가 많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거나 당연하게 생각할 때도 많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십자가의 삶. 고통을 안고 가야하는 우리 인생. 하지만 삶의 곳곳에는 소중함과 가치로움과 기쁨들이 늘 존재한다.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우리가 어느 별에서라는 산문집을 통해 발견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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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섹시해지는 책 - 도미니크 오브라이언의 기억력 연습 노트 섹시한 두뇌계발 시리즈 1
도미니크 오브라이언 지음, 김지원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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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인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 그 위치를 반영한 것일까? 몸의 움직임, 생각의 관장(管掌), 의식의 존재 등 그 역할의 막중함은 실로 대단하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 뇌는 생각할수록 신비롭고 경이롭다. 수백 수천 년 동안 이루어진 과학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라는 것은 여전히 우리 인체 부위 중 가장 신비로운 부분이며 완벽히 풀리지 않는 미지의 세계다. 이렇듯 작은 우주라고도 불리는 뇌의 무한한 세계에 대한 궁금증은 연구 성과와 함께 정적상관(正的相關)을 이루며 발전했다. 연구에 대한 활발한 노력과 결과물을 볼 때, 뇌에 관한 새로운 인식과 지평이 열리는 것도 머지않은 듯하다.

 

 뇌에 관한 폭발적인 연구와 함께 드러난 신빙성 있는 결과들은 이론적인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 이제는 학계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영역이 되었다. 조금만 둘러봐도 다양한 뇌 관련 서적들, 영상매체, 신문기사, 교육법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뇌섹녀’, ‘뇌섹남등의 신조어가 생겨난 것도 이를 증명하는 분명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듯 친숙한 뇌를 우리는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아마존 두뇌개발 분야 베스트셀러로 꼽힌 이번 작품 뇌가 섹시해지는 책은 앞선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뇌의 인지적 측면인 기억력과 관련하여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51가지를 소개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뇌를 좀 더 실용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바로 도미니크 오브라이언. 세계기억력 챔피언십에서 여덟 번 우승하면서 최고의 기억력 천재로 자리매김한 그 이기에 책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진다.

 

 책의 도입부분에서는 자신의 기억력을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는 문제가 준비되어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책에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든다. 물론 평가에 관한 거부감이나 선호하는 책 장르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자 책의 핵심 키워드로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연상’, ‘장소’, ‘상상’. 그는 이 세 가지를 합쳐서 어떤 정보든 기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장소법(여행법)이라고 불리는 이 전략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면 우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소를 선정하고, 그 장소에 기억해야할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단순히 보면 더 복잡하고 어려운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책에서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따라 하다보면 그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될 것이다. 단기기억에 머물러 있을 지식을 보다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장기기억으로 전환 시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51단계의 챕터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초급, 중급, 고급의 단계로 구성되며 앞서 소개한 전략을 활용, 응용하여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언어적인 정보를 기억하는 것과 숫자를 기억하는 것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생활과 연계된 50단계 이상의 챕터 구성은 개인이 속한 집단이나 전공 분야, 주된 활동에 따라 적절한 부분만을 찾아보는 것으로 활용하기에 적절하다. 직접 내 분야에 맞는 부분을 포스트잇플래그로 표시하고 활용해보니 기억력과 관련한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느낌이랄까? 주기적으로 연습하고 활용하기 좋은 지침서임은 분명하다.

 

 책에서는 특별히 기억력과 스트레스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략적인 측면 위주의 내용에서 벗어난 부분이기에 다른 각도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은 예상한 바와 같이 스트레스는 곧 기억력 감퇴의 주된 원인이 된다는 것. 우리 생활의 전반을 차지하고 순기능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지만 많은 경우 병의 원인과 피로의 원인으로 기능하기에 기억력에도 큰 손상을 입힌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뇌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을 공급할 수 있도록 꾸준한 운동과 식생활 조절 등의 스트레스 관리는 여러 모로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 그만큼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탐색하고 분별하며,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신체적 매력을 넘어서 지적인 매력이 강조되는 시대. 뇌섹녀, 뇌섹남이 각광받는 트렌드에 우리도 발 맞춰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정보를 효율적으로 기억하고 활용하기에 적합한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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