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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고요함 속에서 삶의 깊은 의미를 깨닫는 시간.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에서는 시인이 일상에서 겪은 내용들과 거기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시인의 감성과 문체로 잘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장면들, 상황들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삶의 가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빠름만을 추구하는 편향된 삶의 자세와 그로 인해 삶의 곳곳에 내재된 귀중한 가치들을 발견하지 못한 나를 다시 돌아본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글을 음미하며 그 안에서 이렇듯 귀중한 글귀와 마음들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서평을 쓰는 이 시간도 감사하다. 그렇기에 나는 시나 에세이가 좋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십자가가 있다고, 그 십자가의 무게에 부담을 느껴 던져버린다 해도 어느새 더 큰 크기와 무게로 놓여진 십자가를 보게 된다고 말이다. (책의 내용 중, p.28) 깊이 공감했던 부분이다. 그것이 꿈이든 일이든 사람과의 관계든 처한 환경이 되었든 간에 우리 삶에 ‘고통’이란 단어는 늘 당연하게 쓰여질 수식어와도 같다. 예전에는 나만 아프고,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무언가를 쉽게 얻어내는 것 같고, 나의 부족을 환경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 꿈을 향한 과정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막상 현장에 와서도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과정의 순간들은 모두 “내가 감내해야할 십자가이자 주어진 숙명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모든 과정은 내가 가진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동반되는 십자가인 것이다. 십자가는 자연스럽게 주어진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저자 정호승 시인 또한 우리는 인간이기에 주어진 십자가를 결코 버릴 수 없으며 어차피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의 십자가라면 이제 엄마가 아기를 껴안 듯 껴안고 가자고 말한다. (책의 내용 중, p.29)
어차피 지고가야 할 십자가라면, 「사막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사막의 황량함이, 그 황량함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움이 끈질기게 부여잡고 있는 내 욕망의 밧줄을 한순간 놓아버리게 만든다. 아마 사막을 통해 가난하다고 느껴지는 오늘의 내 삶이 실은 그 얼마나 풍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
누구의 인생이든 그 안에는 황량한 사막이 하나씩 존재해 있다. 다만 두려워 그 사막에 가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 그곳에는 사랑의 부재, 이해의 부재, 용서의 부재 등 온통 부재의 덩어리가 모래만큼 쌓여 있다.
…
사막에 가서 신기루를 경험하게 되면 우리의 욕망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신기루는 찬란하게 아름다우나 가까이 다가가면 사라져버리고 없다.
(책의 내용 중, p.22~24)
저자는 인간의 욕망은 곧 신기루와 같음을 ‘사막’이라는 공간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사막에 홀로 서있을 나를 그려본다면 참으로 외롭고 공허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 자체가 오아시스와도 같으며 ‘감사함’으로 연결시킬 수 있음을 짐작해본다.
이 외에도 책의 모든 글귀, 곳곳에서는 삶에 대한 감사함이 향기롭게 묻어난다. 특별히 「하루살이에 대한 명상」이 기억에 남는다. 하루 밖에 삶이 허락되지 않는 찰나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감내하며 사는 하루살이들. 주어진 운명에 순응해서 최선을 다해 찰나라는 짧은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이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 일상의 순간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새삼 다시 느낀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자유의지를 가지고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고 말한 교사의 대사에서 유명해진 '카르페디엠(carpe diem)', 'seize the day'. 그리고 박웅현 작가가 「여덟단어」라는 책에서 표현한 “seize the moment, carpe diem(순간을 잡아라, 현재를 즐겨라)”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우리는 바쁜 일상과 매일 주어지고 반복되는 삶 속에서 자칫 삶의 소중한 가치를 잊고 살 때가 많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거나 당연하게 생각할 때도 많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십자가의 삶. 고통을 안고 가야하는 우리 인생. 하지만 삶의 곳곳에는 소중함과 가치로움과 기쁨들이 늘 존재한다.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우리가 어느 별에서」라는 산문집을 통해 발견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