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 나를 지키는 일상의 좋은 루틴 모음집
신미경 지음 / 뜻밖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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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몸’, ‘최근 진료한 환자 중에 최악’,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총체적 난국’. 연말?연초를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부산으로 향하는 버스 안, 너무 건조했는지 자꾸만 기침이 나왔다. 코도 막히고. 평소처럼 감기가 오려나 생각했다. ‘집에 가서 동생한테 침이나 맞아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도착한 집에서, 침을 맞기 위해 누었다가 위와 같은 말을 들었다. 그리곤 나는 갑자기 환자가 되었다. 매일, 몇가지 약을 챙겨먹는다. 좋아하는 커피도 줄여야 했고, 더 좋아하는 술은 아예 입에도 못대게 되었다. 식단을 조절해야고, 운동을 게을리해도 안된다. 길고 긴 치료의 시간에 들어섰다. 멀쩡했는데 갑자기, 갑자기 내 모든 일상이 흔들렸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는 신미경 작가가 자신의 일상적인 루틴을 모아놓은 책이다. 자극적인 요소하나 없이 담담히 자신을 지키는 거의 모든 일상들을 이야기해준다. 먹는 것, 운동, 휴식, 재테크, 살림 등 다양한 방면에 존재하는 그녀의 습관들을 가만히 읽고 있자니 나의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

 

"언제나 답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고, 그걸 발견하는 과정은 어렵다. 고민하지 않는 삶은 없다. 고민하는 그 자체가 어떤 일을 그리고 삶을 다른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그러니 오늘도 자신을 달래는 방법으로 누군가의 고민과 생활이 담긴 문장 하나를 찾는다."

 

나의 오랜 일상과 습관을 하나씩 적어내려갔다. 열심히라는 이름으로 절박하게 살아온 나의 일상의 루틴은 지금 시점에 나의 뿌리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갑자기’라고 생각해왔지만, 결코 ‘갑자기’가 아니었다. 그 모든 일상에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고, 몸은 끊임없이 살려달라고 외쳤지만 나는 그 소리를 무시했다. 항상 피곤하고 지쳐있었다. 그래서 편하고 빠른 것만 찾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스스로에게는 초라한 모습만을 보여주며 살아온 것이다. 나는, 누구보다 간절히 튼튼한 뿌리를 만들고 싶어졌다.

 

"자연스럽고 편한 모습도 좋지만, 남에게는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가장 한심하고 초라한 모습을 스스로에게 매일 보여주고 산다면 그것이 진정 내가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유행처럼 불고 있는 자존감을 높이린 말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험한 행동을 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의 일상 루틴을 반성하는 동안 2019년이 되었다. 거창한 새해 계획 대신 튼튼한 뿌리를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적어나갔다. ‘뿌리기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에 나온 신미경 작가님의 좋은 루틴들을 참고 하기도 했고, 요즘 함께 지내는 엄마의 일상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다. (엄마는 나와 다르게 건강하고, 부지런하며 무척 깔끔하다.) 그렇게 생각보다 많은 일상들을 채워나갔다.

 

"가끔 우리는 느림과 게으름을 헷갈리는데, 느리게 사는 것은 조바심을 내지 않고 천천히 살아가는 태도다. 게으름은 어떤 동기부여도 되지 않은 일에 ‘하기 싫다’는 마음의 저항력이 높은 상태. 게으름 때문에 결국 미루기기 시작되는데, 그게 바로 일상이 재앙으로 바뀌는 시작점 같다. 어제 끝냈어야 할 일은 오늘까지 이어서 하면서 그 일 때문에 예정된 모든 일이 밀리고야 마는."

 

019년 한 해를 살아가면서 나의 일상 루틴은 조금씩 더해지고 빠지며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다. 하지만 더이상 게으름 때문에 미루거나 조바심 내지는 않으려 한다. 그러다보면 내 뿌리도 점 더 굵어지고 잔뿌리도 많이 나와 양분과 물을 쭉쭉 흡수할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소소한 일상의 루틴을 가지고 살아간다. 다른 사람의 좋은 루틴을 읽으며 자신의 루틴을 정리해 보는 것도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며 의미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언제나 답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고, 그걸 발견하는 과정은 어렵다. 고민하지 않는 삶은 없다. 고민하는 그 자체가 어떤 일을 그리고 삶을 다른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그러니 오늘도 자신을 달래는 방법으로 누군가의 고민과 생활이 담긴 문장 하나를 찾는다.

자연스럽고 편한 모습도 좋지만, 남에게는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가장 한심하고 초라한 모습을 스스로에게 매일 보여주고 산다면 그것이 진정 내가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유행처럼 불고 있는 자존감을 높이린 말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험한 행동을 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이 자존감을 높이는 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가끔 우리는 느림과 게으름을 헷갈리는데, 느리게 사는 것은 조바심을 내지 않고 천천히 살아가는 태도다. 게으름은 어떤 동기부여도 되지 않은 일에 ‘하기 싫다’는 마음의 저항력이 높은 상태. 게으름 때문에 결국 미루기기 시작되는데, 그게 바로 일상이 재앙으로 바뀌는 시작점 같다. 어제 끝냈어야 할 일은 오늘까지 이어서 하면서 그 일 때문에 예정된 모든 일이 밀리고야 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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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라토 칸타빌레 문지 스펙트럼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정희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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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라토 칸타빌레'에서 나는 비밀스레 겪어낸 개인적인 체험을 전달하려고 했어요. (...) 이 작품 속에는 내가 숨어 있어요. 다른 어느 작품에서보다 더욱 더 말입니다. - 1969년 뒤라스의 인터뷰 중.

 

새롭게 리뉴얼 된 문지스펙트럼. 모든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을 주목해서 보는 편이다. 시리즈의 시작인만큼 고심하여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문지스펙트럼은 → " 빛의 파장처럼 세계문학과 사상의 고전들을 펼쳐드립니다. 문학의 섬세함으로 혹은 사유의 힘으로." 그 첫 번째가 바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모데라토 칸타빌레'다. 문학의 섬세함 그리고 사유의 힘을 담은 뒤라스의 아름다운 작품이 너무나 탁월하지 않은가.

 

사랑하는 나의(? 히힛) 박연준 시인님은 전생에 뒤라스의 안경다리로 안경너머의 이 글을 보았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이상하게 뒤라스의 글을 읽을 때면 나는 늘 박연준 시인님을 떠올린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두 여인.

 

 

중산층의 한 여인 안 데바레드.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아들의 피아노 레슨을 핑계 삼아 일주일에 두 번 집을 나온다. 그러던 어느 날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너무도 사랑한 연인을 죽인 남자. 그 충격적인 모습을 본 안은 자기도 모르게 이들의 이야기에 이끌린다. 운명처럼, 우연히 카페에서 만난 쇼뱅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추측하고 따라가다 보면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모데라토 칸타빌레'에는 숨기려 노력했지만 숨겨지지 않는 관능적인 욕망이 드러나는 소설이다. 어쩌면 욕망이라는 단어보다는 욕정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할 듯 하다. 숨막힐 듯 토해내는 지독한 목련꽃 향기, 자신도 모르게 취하게 만드는 포도주, 각자의 얼굴에 스며드는 석양빛, 그리고 바람. 이 소설 속 모든 요소 하나하나에 심장이 빨리 뛴다. 그렇다, 이 소설을 읽기 위해 기억해야 한다. '모데라토 칸타빌레 : 보통 빠르기로 노래하듯이'.

 

주저리 주저리 떠들었지만, 이 책은 와인 한 병(한 잔 아님, 한 병임!) 마시며 오롯이 느끼면 되는 글이다. [이게 핵심]

 

안 데바레드는 반쯤 눈을 감은 채 또 한 잔을 단숨에 비운다. 이미 달리 어찌해볼 도리가 없게 된 것이다. 술을 마시며 그때까지는 희미한 욕망으로 존재했던 것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고, 또 그것을 확인한 데 대한 가당치 않은 위안까지도 발견한다.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쇼뱅이 말했다.
"그대로 되었어요." 안 데바레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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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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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때, 한 선생님이 들어와(안타깝게도 과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모르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모르는 것을 감추려고 아는 척하는 것이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모르는 걸 모르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가장 용감한 사람이다. 이 말이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자존심이 매우 쎈 아이였다.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했고, 수업시간엔 늘 내가 대답을 하고 싶어했다. 모르는 질문이 나오면 너무 속상했다. 단 한번도 잘 모르겠다는걸 편안하게 인정하지 못했다. 그 선생님의 말씀은 꼭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 선생님 덕분에 나는 모르는걸 당당히 인정하고,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 후배들에게도 질문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
아주 어린 시절부터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럴 땐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도 많이 배웠다. 다양한 사자성어도 배우게 되었다. 20대 초반에는 자기계발서에 빠져 각종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자기계발서 안에는 인생을 어떻게 살라는 각종 좋은 말들이 가득했다. 지금은 무척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자기계발서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어떠한 영향을 미쳐 지금의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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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어 처음으로 읽은 논어, 어느덧 4번째 읽는 논어, 그 속에는 지금까지 어디서 들어왔던 좋은 말들이 모두 들어 있었다.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쳤던 선생님의 말도, 할머니가 알려주셨던 예의도, 각종 자기계발서에서 말했던 주제들도 논어, 공자의 말 속에 있었던 것이다. 이토록 공자의 말씀이 내 삶에 깊숙히 스며들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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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인(仁)'을 가장 강조한다. 그렇다면 '인'이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책 속에 답은 없었다. 내가 생각한 '인'의 정의는 아직 찾지 못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인'에 대해 다양한 정의를 내리지만, 나에게 '인'이라는 것은 이루어야 하는, 추구하는 가장 궁극적인 가치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마다 다르다 생각된다. 나는 아직 나의 자아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아직하고 있으며, 그것을 찾기 위한 길을 계속 가고 있는 중이라 나의 '인'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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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는 정치, 경제, 학문, 윤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물론 공자의 말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고, 좋은 말이다. 너무 포괄적이라 구체적인 방법론이 하나도 없다. 늘 들어왔던 이야기이기에 어떤 감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자의 제자들이 그랬듯, 논어를 읽는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받아들이고 느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에 3000년 이상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책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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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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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귀족 가문 그리고 패전이라는 배경으로 가즈코와 어머니. 그리고 남동생 나오지, 소설가 우에하라. 이 소설은 전쟁 후 현실에 적으하지 못하는 이 네 사람의 안타깝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가즈코'라는 인물은 흥미롭다. 한 번의 결혼 실패 후, 점점 생명을 잃어가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아간다. 사라졌던 동생 나오지의 등장 후 더 궁핍해져만 가는 삶 속에서 그녀는 '사랑'이라는 끈을 잡는다. 처음엔 그녀가 말하는 사랑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6년 전 한 번 만난 우에하라를 갑자기 사랑한다고? 
가즈코는 우에하라에 대한 사랑보다는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고 싶었던 것 같다. 살아가야 하는 이유. 소설 속 주가 되는 인물들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채 기울어져 가지만, 가즈코만은 혁명을 삶에 혁명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녀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p.52 다른 생물들에게는 절대로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것. 그건 바로 비밀이라는 거죠. 어때요?

가즈코와 나오지는 비밀을 가진다. '사랑'이라는. 같은 비밀을 지녔지만, 누나인 가즈코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자신의 삶에 혁명을 일으킨다. 결과가 무엇인든 상관은 없다. 그 자체가 그녀를 살게 한다. 반면 나오지는 사랑을 가슴에 품고 비밀을 간직한채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비밀이 인간에게만 있는 것일지 몰라도 비밀만으로 인간은 살 수 없다. 나오지는 수많은 방황과 괴로움 속에서 결국 자살한다.

p. 76 '불량하지 않은 인간이 있을까?"라고 그 공책에 쓰여 있었는데, 그러고 보면 나도 불량, 삼촌도 불량, 어머니조차 불량하게 여겨진다. 불량하다는 건 상냥하다는 뜻이 아닐까.

소설 '사양'속 인물은 하나같이 불량해보인다. 기울어져 가는 삶 속에서 불량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불량하기에 현실을 버틴다. 불량하기에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모두 상냥하다. '사양'의 인물들이 정말 애처롭게 느껴졌다. 패전 후 일본의 상황이라는 배경을 떠나 어떤 시대나 존재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들은, 언제가 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를 닮은 나오지와 우에하라의 삶 또한 이 소설을 애잔하게 만드는 큰 요소로 작용한다. 삶과 인간에 대한 다자이 오사무만의 표현들도 아름답다. 지금, 이 가을에 읽기에 너무 좋은 소설이다.

p.107 파괴 사상. 파괴는 슬프고 애처롭고 아름답다. 파괴하고 다시 짓고 완성하려는 꿈. 일단 파괴하면 완성할 그날이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 해도 사랑하기 때문에 파괴해야만 한다. 혁명을 일으켜야만 한다.


p.118 행복감이란 비애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희미하게 반짝이는 사금 같은 것이 아닐까? 슬픔의 극한을 지나 아스라이 신기한 불빛을 보는 기분. 이런 게 행복감이라면 폐하도 어머니도 그리고 나도, 분명 지금, 행복한 거다. 고즈넉한 가을날 아침. 햇살 따사로운 가을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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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플라이트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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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여기서 실패하면 군말없이 삶으로 돌아갈께요. 빛이 들지 않는 방으로. 직장으로 갈께요.

단 하나의 글만 발견된 채 죽음을 맞이한 유나. 그 글은 함께 살던 엄마 지숙도, 10여년을 만난 남자 친구 주한도, 친구 철용도 아닌 10년동안 남처럼 지낸 아빠 정근에게 남긴 글이다.

같은 항공사 부기장 영훈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고발을 당한 채 죽음을 맞이한 유나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외롭고 고독한 이 시대의 아버지, 정근. 강인하지만 나약한 불완전한 인간 유나. 이 둘의 관계를 통해 미스플라이트에서는 기성세대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 힘이 존재하던 시절, 아버지의 행동 때문에 마음의 빚을 짊어지고 대신 사과를 해야 했던 유나. 그런 유나로 인해 정근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게 되지만 정근 역시도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유나야, 모두 아빠를 욕할 때 너는 아빠편을 들어 줄수 없었니? 그때 아빠는 무척 외로웠는데(p.173).

📖 p.106 진실을 알고 나면 오래전 유나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했던 것처럼, 아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었다. 지숙은 믿었다. 엄마 미쳐버리지 않을게. 지숙은 다짐했다.

유나의 죽음을 통하여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무엇이었을까. 왜 죽은 이의 목소리로 말해야 했을까. 우리는 항상 ‘진실’을 알지 못한다. 무엇이 유나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사실 유나가 죽음을 선택했는지 아니었는지 조차. 유나와의 관계들을 통하여 남겨진 자들 그리고 독자들은 자신이 보고싶은대로 가정하고 추측할 뿐이다.

‘미스플라이트’ 속에는 개개인의 일이 여러 사회문제와 맞닿아 있다. 항공사와 공군의 유착관계와 더불어 방산비리, 항공사 내에 존재하는 엑스맨 제도와 그 속에서 희생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흔히 놓치기 쉬운 고액 노동자 역시도 노동자 임을 말해주는 부분,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까지 미스플라이트속에서 말하는 사회문제만을 나열해도 엄청나다. 하나의 소설 속에 모두 집어 넣기에 벅차보이는 것들을 박민정 작가님은 자연스럽게 풀어 놓았다. 그리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진실을 보며 살아가고 있을까, 바라보고 싶은 것만을 보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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