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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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때, 한 선생님이 들어와(안타깝게도 과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모르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모르는 것을 감추려고 아는 척하는 것이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모르는 걸 모르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가장 용감한 사람이다. 이 말이 나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자존심이 매우 쎈 아이였다.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했고, 수업시간엔 늘 내가 대답을 하고 싶어했다. 모르는 질문이 나오면 너무 속상했다. 단 한번도 잘 모르겠다는걸 편안하게 인정하지 못했다. 그 선생님의 말씀은 꼭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 선생님 덕분에 나는 모르는걸 당당히 인정하고,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 후배들에게도 질문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
아주 어린 시절부터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럴 땐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도 많이 배웠다. 다양한 사자성어도 배우게 되었다. 20대 초반에는 자기계발서에 빠져 각종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자기계발서 안에는 인생을 어떻게 살라는 각종 좋은 말들이 가득했다. 지금은 무척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자기계발서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어떠한 영향을 미쳐 지금의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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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되어 처음으로 읽은 논어, 어느덧 4번째 읽는 논어, 그 속에는 지금까지 어디서 들어왔던 좋은 말들이 모두 들어 있었다.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쳤던 선생님의 말도, 할머니가 알려주셨던 예의도, 각종 자기계발서에서 말했던 주제들도 논어, 공자의 말 속에 있었던 것이다. 이토록 공자의 말씀이 내 삶에 깊숙히 스며들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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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인(仁)'을 가장 강조한다. 그렇다면 '인'이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책 속에 답은 없었다. 내가 생각한 '인'의 정의는 아직 찾지 못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인'에 대해 다양한 정의를 내리지만, 나에게 '인'이라는 것은 이루어야 하는, 추구하는 가장 궁극적인 가치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마다 다르다 생각된다. 나는 아직 나의 자아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아직하고 있으며, 그것을 찾기 위한 길을 계속 가고 있는 중이라 나의 '인'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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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는 정치, 경제, 학문, 윤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물론 공자의 말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고, 좋은 말이다. 너무 포괄적이라 구체적인 방법론이 하나도 없다. 늘 들어왔던 이야기이기에 어떤 감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자의 제자들이 그랬듯, 논어를 읽는 사람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받아들이고 느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에 3000년 이상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책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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