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플라이트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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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여기서 실패하면 군말없이 삶으로 돌아갈께요. 빛이 들지 않는 방으로. 직장으로 갈께요.

단 하나의 글만 발견된 채 죽음을 맞이한 유나. 그 글은 함께 살던 엄마 지숙도, 10여년을 만난 남자 친구 주한도, 친구 철용도 아닌 10년동안 남처럼 지낸 아빠 정근에게 남긴 글이다.

같은 항공사 부기장 영훈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고발을 당한 채 죽음을 맞이한 유나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외롭고 고독한 이 시대의 아버지, 정근. 강인하지만 나약한 불완전한 인간 유나. 이 둘의 관계를 통해 미스플라이트에서는 기성세대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 힘이 존재하던 시절, 아버지의 행동 때문에 마음의 빚을 짊어지고 대신 사과를 해야 했던 유나. 그런 유나로 인해 정근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게 되지만 정근 역시도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데 유나야, 모두 아빠를 욕할 때 너는 아빠편을 들어 줄수 없었니? 그때 아빠는 무척 외로웠는데(p.173).

📖 p.106 진실을 알고 나면 오래전 유나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했던 것처럼, 아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었다. 지숙은 믿었다. 엄마 미쳐버리지 않을게. 지숙은 다짐했다.

유나의 죽음을 통하여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무엇이었을까. 왜 죽은 이의 목소리로 말해야 했을까. 우리는 항상 ‘진실’을 알지 못한다. 무엇이 유나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 사실 유나가 죽음을 선택했는지 아니었는지 조차. 유나와의 관계들을 통하여 남겨진 자들 그리고 독자들은 자신이 보고싶은대로 가정하고 추측할 뿐이다.

‘미스플라이트’ 속에는 개개인의 일이 여러 사회문제와 맞닿아 있다. 항공사와 공군의 유착관계와 더불어 방산비리, 항공사 내에 존재하는 엑스맨 제도와 그 속에서 희생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흔히 놓치기 쉬운 고액 노동자 역시도 노동자 임을 말해주는 부분,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까지 미스플라이트속에서 말하는 사회문제만을 나열해도 엄청나다. 하나의 소설 속에 모두 집어 넣기에 벅차보이는 것들을 박민정 작가님은 자연스럽게 풀어 놓았다. 그리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진실을 보며 살아가고 있을까, 바라보고 싶은 것만을 보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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