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 내려놓음의 마음 공부 ㅣ 고요하고 단단하게
권민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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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내 방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늘 차고 넘치지만, 만족할 줄 모르고 또다시 채워 넣는다. 무언가를 사들이는 속도는 빠르고 거침이 없지만, 버리는 일은 유독 더디고 망설이다가 이내 다시 되가져오곤 한다.

버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미 마음이 묶여버린 것들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그 물건들에 스스로도 피곤할 만큼 마음을 쏟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득, 학창 시절 수필로 접했던 법정 스님의 ‘무소유’ 속 한 문장이 떠올랐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뜻이다.’


모든 집착을 내려놓고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스님이 남긴 글들은 오늘날에도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소중한 지침이 된다.

그 가운데 최근에는 ‘내려놓음의 마음 공부’라는 부제를 단 법정 스님의 문장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대표 저서를 비롯해 강연집과 법문 기록, 정기 법회에서 직접 전한 말씀, 그리고 여러 자리에서 회자되어 온 핵심 문장들을 엄선해 총 245개의 문장으로 엮어냈다.

 

책은 총 7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나는 어떻게 가벼워질 수 있을까? _비움과 자유

PART 2 불안은 왜 자꾸 올라올까? _두려움과 신뢰

PART 3 일은 삶을 어떻게 바꿀까? _일 · 돈 · 시간

PART 4 관계는 왜 어려울까? _가족 · 사랑 · 갈등

PART 5 슬픔은 어떻게 치유될까? _상실 · 병 · 죽음

PART 6 자연은 왜 스승일까? _숲 · 바람 · 침묵

PART 7 어떻게 계속 걸을까? _단련과 실천


각 파트는 약 35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당 문장에 대한 해석을 담은 에세이와 함께 페이지 하단의 ‘우리의 고민들’ 코너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대부분의 고민을 폭넓게 담아냈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화려한 문장은 아니지만, 조용하면서도 단단한 언어로 읽는 이의 마음을 잔잔히 두드린다. 읽는 동안 큰 깨달음이 단번에 찾아오기보다는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생각의 결을 차분히 다듬게 된다.

오랜 세월 수행으로 다져진 스님의 맑고 청정한 정신을, 소음과 공해 속에 살아가는 내가 온전히 닮을 수는 없겠지만, 잠시라도 스님의 깨끗한 글을 통해 흐려진 마음과 눈의 피로를 덜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불필요한 물건 하나를 내려놓고, 마음을 어지럽히는 비교를 잠깐 그만두고, 지나친 일정에 한 칸을 비워 두고, 누군가에게 고마웠던 일을 구체적으로 전해보세요. 그러면 이상하게도 삶은 허전해지지 않고, 오히려 선명해집니다. 비워진 자리로 바람이 들어오듯, 내면의 기쁜이 들어올 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라는 저자의 에필로그 글이 마음에 와닿는다.

늘 바쁘게 무언가를 붙잡고 있어야만 덜 불안할 것 같았던 마음이, 오히려 내려놓을 때 더 가벼워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오늘 하루,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내려놔보자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책 제목처럼 고요하고 단단하게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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