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

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 (양장) - 한 권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심리학 ㅣ Memory of Sentences Series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예진 편역 / 센텐스 / 2024년 12월

영국 문학사를 장식하는 대시인이자, 세계 연극사상 최대의 극작가인 셰익스피어. 몇 백 년이나 흐른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의 작품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 보편적이고 시대를 초월한 주제들 그리고 다양한 해석 가능성 등을 이야기하며 책과 스크린 그리고 무대 등 시대를 초월해 다양한 매체들로 만나볼 수 있다.

텍스트의 무게로 전달하는 서사의 진함을 느끼고 싶어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을 꼼꼼하게 챙겨봤던 편이었는데 '인간 심리 속 문장의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읽어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가 궁금해졌다.

"가장 유명한 고전은 모두가 알고 있어 아무도 읽지 않는다“

저자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문구다. 많은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제대로 읽지는 않은 고전. 나 역시도 구전을 통한 얕은 지식이 마치 그 작품에 대해 오롯이 다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끔 했다. 한 번쯤 고전에 대해 깊이 있게 읽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으면서 적은 문장들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문장의 기억 그 세 번째 작품으로 출간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미 전작인 버지니아 울프와 안데르센의 작품 속 문장의 기억들을 만난 적이 있어 그 형식은 그대로 띄고 있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극과 비극 작품 등 총 열네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Part.1에서는 '마법 같은 사랑과 운명 속으로'라는 주제로 '십이야', '템페스트', '로미오와 줄리엣', '한여름 밤의 꿈'을, Part.2는 '로맨틱 코미디의 서사' 주제로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 '베로나의 두 신사',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소개한다.

Part.3는 '각자의 정의에 대한 딜레마'를 주제로 한 '율리우스 카이사르', '베니스의 상인', '심벨린', '햄릿'에 대한 문장들이 소개되며, 마지막 Part.4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권력에 대하여' 관련 4대 비극 작품인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를 만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운명적 사랑을 시작으로 갈등, 정의, 오해, 복수, 배신, 질투, 권력 등 단지 문학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앞서 이야기한 인간 본성과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음미하고 현대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문제나 정치 문제 등을 작품 속에 대입해 본다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긴 시간 동안 여전히 이질감 없이 현대 사회에서 통과하고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저자가 선별하는 300문장을 통해 셰익스피어가 인간의 심리를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가 있었다. 알고 있던 작품 외 처음 접하는 작품도 있어(쉬운 작품처럼 느껴지진 않았지만) 한 번쯤 접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작품 주제에 대해 이전 작품들처럼 필사하면서 명문장을 마음에 새길 수 있도록 장마다 코너를 마련해두고 있다. 같은 문장이라도 저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에 새롭게 재구성해 보는 것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다양한 작품들 외 '작은 노래'를 의미하는 '소네트'를 만나볼 수 있다. 사랑이라는 주제가 얼마나 깊고 다양한지 깨닫게 해주는 아름다운 자산이 아닐까 싶다. 셰익스피어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그의 명문장을 천천히 음미하며, 그 문장이 품고 있는 의미를 곱씹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