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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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작품들이 지금까지 세계 명작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동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 역시도 뽀얀 먼지가 앉은 책장 한편을 차지했던 책들을 기억한다

이번에 읽은 책의 제목을 보며 잠시 멈칫했다.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이라니.. '동화' 하면 바로 떠오르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의 아름답고 마법과도 같은 이야기만을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동화 속 담겨있는 어두움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전작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열세 편 속 212개의 문장과 함께 그 안에 내포된 인문학적 해석을 풀어냈던 작가가 다시 한번 안데르센의 160여 편의 작품 중 특이한 요소를 가진 작품들을 엄선하여 340개의 문장 그리고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전작과 동일하다.


책 속 문구를 빌리자면 어둠과 빛, 희생과 보상, 인간성과 비인간성이라는 상반된 모습들을 모두 그려내고 있다고 한다. 환상 동화의 매력과 아름다운 교훈 반대편에는 혹독한 시련, 고통, 슬픔 등이 여과 없이 비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PART1에서는 인간을 파멸시킨 욕망 잔혹동화로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 '빨간 구두', '돼지치기 왕자', '사악한 왕자'를 소개하며 인간의 욕망 때문에 파멸을 마주하는 주인공들을 목격한다. PART2. 목숨과 맞바꾼 사랑 잔혹동화에서는 '인어공주', '장미의 요정', '어머니 이야기', '외다리 병정'을 소개하며 사랑이라는 진정한 행복을 찾는 주인공들을 보여준다. 우리가 잘 아는 인어공주나 외다리 병정이 그러할 것이다.

 

PART3에서는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마법 잔혹동화로 '눈의 여왕', '부시통', '길동무', '백조왕자'를 소개한다. 이 네 작품에서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인물들을 마주할 수 있다. 마지막 PART4. 사유에 묻히게 하는 철학 잔혹동화로 철학적 사유를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내는 '마쉬왕의 딸', '미운 오리 새끼', '성냥팔이 소녀', '하늘을 나는 가방' 을 만나볼 수 있다.

 

단순히 교훈적인 측면으로 바라봤던 이야기들이 본인의 정체성조차 확립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불우했던 환경이나 나쁜 기억들이 반영된 이야기들이었다는 것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사회를 통제하려고 했던 시대의 사회적, 관습적 구조에 대한 모순을 그려내고,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며, 차별이 만연한 인간관계에 대한 비판 등을 책을 통해 우회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가령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어공주'의 슬픈 결말은 사회적 통념 그리고 상대의 애정까지 모든 것이 어긋나버린 연심 앞에서 고뇌한 안데르센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으며, '미운 오리 새끼'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신분과 주변 환경에서 벗어나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는 욕구를 반영했다고 한다. 물질주의가 팽배했던 산업혁명 시기의 어른들의 욕심을 비판한 '성냥팔이 소녀'는 그저 소녀의 슬픈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기존에 읽었던 동화도 있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알고 있던 동화마저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만큼 작가의 말처럼 그 다양성이 독자들에게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전달했으리라 생각된다

어린 시절 읽었던 교훈적인 내용이 욕망, 사랑, 마법, 철학이라는 주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다소 낯설게만 느껴졌지만 이 또한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이자 접근법이 아니었을까.

 

전작처럼 각 작품마다 작품의 주제인 문장을 필사하면서 안데르센의 문장을 사유할 수 있는 '내 문장 속 안데르센'을 마련했으니 주제를 음미해 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소소히 적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잘 알려진 작품 외에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학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 거기에 성인이 되어 읽는 안데르센 동화의 또 다른 매력(어두움)을 마주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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