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세기 영국 문학의 대표적인 모더니스트이자 선구적 페미니스트, 수많은 작가에게 영향을 미치며 오늘날까지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위대한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 이미 많은 독자들이 그녀의 작품들을 접했고, 접하고 있지만 나는 아직 만나보질 못했다.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얕은 지식으로는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작가 중 한 명이라는 것과 정신건강 악화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 버지니아 울프의 열세 편의 작품들과 함께 212개의 작품 속 문장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녀의 초상화가 그려진 보랏빛 표지의 양장본,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라는 부제가 눈에 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열세 편을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에선 북 큐레이터 및 고전문학 번역가가 선정한 문장들과 함께 그 안에 내포된 인문학적 해석을 만날 수 있다. 문체의 미학과 표현의 풍부함이 담긴 수많은 원문 문장들을 인문학적 해석과 함께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이 영감을 받는 것에 만족을 느낀다고 하는데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이 그 만족을 배가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만큼 그녀의 작품은 지성과 상상력 그리고 통찰력 등을 요하는 독서가 될 듯해서이다.

 

파트 1에서는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것들에 저항하는 버지니아를 만날 수 있으며 세 개의 작품 '자기만의 방', '3기니', '출항'을 소개한다. 파트 2에서는 불완전한 기억을 일상의 조각들로 조립하는 버지니아를 만날 수 있으며 '벽에 난 자국', '밤과 낮', '제이콥의 방'이라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파트 3에서는 역사와 시간의 흐름을 넘어 혁신하는 버지니아를 목격할 수 있다고 하며 역시 세 작품 '플러시', '올랜도', '막간'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4장에서는 내면에 중점을 두며, 자아의 발전을 거듭하는 버지니아를 만날 수 있는 '등대로', '파도', '세월' 이 세 작품을 만난다.

 

원문을 적고 그 이후에 해석 그리고 설명 등이 이어진다. 단순하게 번역들만 있었다면 그 안의 뜻을 파악하기 어려웠을 텐데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편집하여 번역하는 '편역' 덕분에 덜 헤매었던 것 같다. '현대인의 내면세계와 복잡한 심리 탐구, 의식의 흐름 기법을 선구적으로 사용, 여성의 주체성과 정체성에 관한 깊이 있는 고찰..' 이런 소개 덕에 작품들이 쉽게 와닿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결론은 한 번에 다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것. 차근차근 책을 찾아 읽어보며 울프의 작가적 삶과 문학 세계를 이해해 보고 싶었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직접 적어볼 수 있는 '내 문장 속 버지니아' 라는 페이지가 제공된다. 작품의 주제를 담고 있는 문장을 읽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역, 필사하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마음 속에 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읽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문장을 체득해볼 수 있다. 그러고보니 문장 형태의 글들이라 필사를 즐기는 독자들에게 꽤나 유용한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종종 미술 전시보러가서 도슨트 투어를 돌곤 했었는데 이 책은 마치 책을 통한 도슨트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 나아가 나에게 있어 버지니아 울프의 발견이 아니었나 싶다. 난해하지만 마음 깊이 기억할 212개의 문장의 자취를 다시금 음미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