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요리사 - 다섯 대통령을 모신 20년 4개월의 기록
천상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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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꽤나 오래전에 방문한 식당 벽면 한편에 주방장 소개가 기억이 난다. 청와대 출신의 요리사. 대통령과 그 가족들의 식단을 책임졌던 만큼 프라이드 강한 느낌의 식당처럼 느껴졌었다. (음식 맛은 사실 기억나지 않지만)

가끔 청와대라는 보통 사람들이 수이 넘나들 수 없는 공간에서 대통령은 어떤 음식을 먹는지 그 식단이 궁금했었는데 여기 1998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204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청와대 식탁을 책임진 전 청와대 총괄 조리팀장이 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궁금증을 해소할 수가 있었다.


TV를 잘 보지 않는 편이라 저자가 그 유명한 <유 퀴즈 온 더 블럭> 2021년에 출연했다는 사실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의료사고로 시력 잃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꿈 이룬 김동현 판사, 최초의 주류업계 여성 영업 팀장인 유꽃비 팀장의 책도 읽었는데 그들도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 후 책을 발간했으니 매스컴의 위력을 새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반 회사도 20년을 다니기 어렵건만 대통령의 식단을 책임지는 일을 그 긴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이었는지 표지 속 명시되어 있듯 최연소, 최장수 요리사가 적어 내려간 다섯 대통령의 특별한 음식과 사람 그리고 청와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에세이 형태의 글로 저자가 어떻게 요리를 업으로 삼게 되었는지부터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모시는 동안의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미식가이자 대식가로 꼽히며 흑산도 홍어를 가장 좋아하셨다는 김대중 대통령, 가리시는 음식 없이 잘 드시며 항상 피드백을 해주셨다는 노무현 대통령, 홀로 식사를 해서 각별히 신경을 썼고 소식을 하고 나물 사랑이 각별했다는 박근혜 대통령 등 대통령들의 식습관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일반 국민과는 얼마나 다를까 생각했지만 특별하거나 값비싼 것이 아닌 지극히 서민적인 음식을 즐기셨다니 그들도 똑같구나 싶었다.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검식관'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점이었다. 주방의 위해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음식이 나갈 때 이상이 있는지 왕이 먹기 전 음식을 먼저 먹어보는'기미 상궁'역할 같아 보였다. 나처럼 소식하는 사람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면 음식을 일일이 먹는 것도 상당히 고역일 터.

대통령이 먹는 음식은 '심미 경호'의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마음과 음식까지 경호하라는 말은 거창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국정 운영함에 있어 음식은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저자는 정성과 책임이라는 두 단어를 가슴에 품고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음식을 만드는 스킬만큼이나 진심을 다하는 태도가 다섯 대통령의 마음과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뱃돈 주던 대통령, 대통령 전용길 없애고, 담배같이 피던 대통령, 혼밥 했지만, 맛있다인사 건넨 대통령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일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각 장 후반부마다 있는 대통령의 식탁이라는 코너를 통해 평소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들과 만드는 방법까지 소개하고 있으니 대통령이 먹었던 음식이 궁금했다면 한 번쯤 별미로 만들어 먹어도 좋음직하다.

대통령을 모시는 동안 요리사로서 더없이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저자처럼 나 역시도 책을 통해 더없이 귀한 경험을 읽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요리 명장이 밝히는 청와대 비하인드와 음식 스토리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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