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안녕이 기준이 될 때 - 멍든 대한민국의 안전 재설계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6
권오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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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이 '안녕'이라는 말이 아닐까.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이 단어는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는 사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이 안녕이라는 말과는 동떨어진 것 같다.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사고, 침수 사고 등등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을 통해 안타까운 사건 사고 소식들을 접하고 있다. 하루하루 안녕하게 사는 것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는 요즘이다.​


'인생명강' 시리즈의 열여섯 번째 책인 이 책은 여러 언론과 단체에 노동권과 국민의 안전권에 관한 기고와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가 대한민국 안전 재설계 보고서이자 위험인지 불능 상태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도 언급된 많은 사상자를 낸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를 목격한 세대이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십수년이 지난 21세기에는 이런 사고를 예방하였는가라는 질문에 대답은 '아니오'일 것이다. 21세기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잊을만하면 어김없이 발생하는 후진국형 안전사고는 왜 끊이질 않고 발생하는 것일까. 책을 통해 안전을 도외시한 멍든 대한민국의 안전 재설계에 대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은 총 4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안전이 어떻게 문제 되어왔는지, 산업화 이후의 변화된 세계에서 산업재해가 어떻게 불가피한 위험으로 인식되고 그 위험이 어떤 과정으로 개인이 아닌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되었는지 1강을 통해 알아본다. 

2강에서는 '안전에 관한 권리' 가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관점에서 안전에 관한 국가 정책의 필요성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안전, 보건 재해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 기업이 어떤 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안전권이 발전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 등을 살펴보고 있다.


3강에서는 직장에서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의 형성을 촉진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과 기업의 안전보건조치를 강화하고, 안전투자를 확대하여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에 목적을 둔 '중대재해 처벌법'. 이미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한 안전에 관한 법 제도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목적은 무엇인 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명확한 정의가 확립되지 않았던 용어들은 책의 구체적 사례 및 법조문 등을 통해 이해하기 한결 수월해졌다. 


사업장 중대재해, 안전보건 미흡 사업주 처벌로 요약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사고가 발생해도 솜방망이 처분에 그치거나 소송 등으로 시간을 끌면서 당장의 손해만 넘기는 관행에 그치는 기업에 관한 언론보도를 접할 때면 사고만 있고 처벌은 없는 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기만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 4강에서는 근로자가 업무상 당하는 재해에 대하여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 근로자의 재활과 사회 복귀를 촉진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법률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대한 내용(산업재해보상보험이 하는 일, 우리나라 산재보험의 역사 등)과 함께 국가가 재해를 입은 사람을 어떻게 보호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일명 우리가 이야기하는 '산재보험'을 일컫는다. 책 후반부에는 '핵심 키워드'라는 코너로 용어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 준다.


'안전의 방향은 명백하다. 어떤 가치를 우위에 둘 덧인가는 기업 경영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문제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빠른 경제 성장, 효울성 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해왔다면 앞으로는 그보다 못지않은 수준으로 중요한 안전이라는 개념에 더 큰 방점을 찍어야 한다. 위험이 없음, 위험으로부터의 자유로움에 중요한 가치를 두고 사회 제도를 설계할 때 우리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다. 'p.63~64


산업안전공단 홈페이지에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 재해가 매일 업로드되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모 빵 공장에서 끼임 사고를 당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던 50대 근로자가 결국 숨지는 사고 소식을 접했다. 

언제쯤 우리는 안전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허울좋은 소식만 접할 것인가.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 보아야 할 때이다. 당신의 하루는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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