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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 - 방구석 혼술 유튜버의 인생 해장 에세이
이다정 지음 / 북라이프 / 2023년 7월
평점 :
코로나로 인해 직장 내 회식은 사라졌고 이게 낫다 싶을 정도로 익숙해져 버렸다. 간간이 점심 회식을 통해 술 한 잔씩 걸치긴 하지만 소주 한 병이 5천 원이 넘는 모습을 보면서 법인카드가 아니면 엄두가 나지 않을 고물가에 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집에서 혼술 하는 것이 경제적이기도 하다.
집에서 종종 혼술을 즐기곤 한다. 운동하고 나서 그 땀 흘리고 난 후의 개운함처럼 더운 여름 짭조름한 안주와 즐기는 맥주 한 캔은 청량함을 더한다. (물론 과하면 안 되겠지만) 여기 17만 구독자의 혼술 메이트가 되어준 유튜버가 이야기하는 인생 해장 에세이가 있다.
혹시 팍팍한 현실에 지쳐 마음 나눌 친구가 혹시 필요하진 않나. 차비를 내지 않고 차를 탄다는 무임승차는 알아도 ‘무임술차’라는 독특한 이름의 방구석 프로 혼술 유튜버가 그렇게 다수의 사람들과 술친구가 되어 유쾌한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사실 이제는 유튜버들이 책을 내는 것이 낯설지 않은 듯하다. 경제, 경영, 건강,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내용들을 영상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서 만날 수가 있다. 개인적으로 유튜브는 음악 감상이나 제품에 대한 설명 등을 찾을 때만 사용하는 편이라 ‘구독’ 하면서 그 채널과 가까이 지내는 게 낯선 편이다. 책을 통해서 저자의 채널도 알게되어 여러 장소에서 혼술하고 있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었다. 혼술 유튜브계의 장윤정이라고 불린다는 데 트롯가수 장윤정씨를 닮긴 했다.
다들 개미만 꿈꾸면 베짱이는 누가 하냐는 물음으로 책의 문을 연다. 가끔 인생 좀 날로 먹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속 저 끄트머리에서 하곤 했는데 이렇게 돈 아껴서 소주 한 명 사 먹는 게 정신 건강 지키는 비법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엉뚱하지만 솔직한 글들이 퍽 마음에 와닿았다.
책 곳곳에 세상에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내 인생에 주인공이 되는 걸 택한 저자의 힘 뺀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처음에는 다소 정신없었는데 읽으면서 공감 가는 글들에 맞장구를 치게 되더라. 책은 총 4개의 ‘차’로 되어 있다.
‘1차 pm 06:20 소화 잘 되는 죽 같은 인생’
‘2차 pm 09:17 모두가 왼쪽으로 간다고? 그럼 난 오른쪽!’
‘3차 pm 11:51 제발 한 놈만 걸리게 해주세요!’
‘4차 am 02:05 인생은 달쓰달쓰. ID : 무임술차’
일상 속 다양한 고민들에 대한 저자의 경험담과 생각들로 공감하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현실이 야기하는 고민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고민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런 복잡한 내용들은 책에 없다. 대신 정답 같은 건 모르지만 멈추지 않으려는 저자의 바람은 있다는 것.
모두가 인생에는 정답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정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위해 인생을 사는 것 같다. 답이 틀려도, 정답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한 채 힌트만 찾았다 해도 인생 채점 표에는 모두가 동그라미라는 글이 마음에 와닿았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힘들어하고 적당히 일하는 저자의 마인드가 내심 부러웠다.
'모두가 왼쪽으로 몰려갈 때 오른쪽으로 가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온전한 내 인생을 위해서는 새로운 발자국을 내보는 것도 좋다.' p.121
'시련이 닥칠 때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폭풍 속에서 가만히 버티다 보면 폭풍은 이내 물러가게 마련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를.' p.215
일상 속 소소한 행복과 생각에 관한 글들이 중간중간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유쾌함을 느끼길 바라며, 오늘도 최선을 다해 정성껏 대충 날로 먹고 있는 저자를 응원한다. 매일 생겨나는 고민들 속 근심 소멸을 꿈꾸며 오늘 저녁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곁들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