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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유래혁 지음 / 북로망스 / 2023년 3월
평점 :
작가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을 이용해 포스터, 포스터 거울, 패브릭 등으로 제작하는 아티스트 플랫폼 브랜드인 ‘포스터샵’의 사진작가인 저자가 빛나고 뜨겁고 애틋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적어내려가고 있는 포토에세이다.
자칫 오글거릴 수 있는 제목처럼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은 책 표지의 소개 글처럼 ‘사랑’이다. 사랑과 사람에 관해 남긴 수많은 기록들을 모은 데뷔 7년 만의 첫 산문집에는 64편의 글들을 담고 있다.
책은 감성적인 사진들과 함께 길지 않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가독성 있게 읽힌다. 시와 에세이 그 중간쯤을 자리 잡고 있는 글들은 풋풋했던 20대의 기억들을 소환하는 등 정성스레 적어내려가는 손 편지 같은 기분이랄까.
Part1. 부디 창문을 열고 기끼어 밤을 들여봐
Part2. 지칠 때가 오거든 숲에 가자고 해줄래
Part3. 서로에게 나무를 심고 다음 날엔 잊어버리자
Part4.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총 4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파트 제목만 봐도 모든 페이지가 사랑이라는 것을 확언하듯 달달함이 묻어 나온다. 사실 그동안 자기 계발이나 인문 서적 위주로 읽었던 터라 책 도입에는 이런 러브레터 같은 책이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예쁜 사진들과 함께 알 수 없는 매력에 끌려 열정적으로 좋아하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들춰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그저 알고 싶은 건 더 많이 알고, 모르고 싶은건 마주치지 않길 기도하렵니다. 뻔뻔한 젊음이 되어, 더 자주 사랑할 겁니다.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얇디얇은 모순에 가로막혀 아무 말도 못하다 헤어지는 건 싫습니다.' p.40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中
'여기에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밑줄이 쳐진 문장이 있습니다. 그 문장을 소리 내어 말해보고, 다시 첫 장부터 읽어나가는 겁니다. 그러고 다시 이 문장에 도착할 때쯤이면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이들과 닮은 마음이라는 걸 확인하게 됩니다. 그럼 나는 그 책을 더 좋아하게 되고, 그 끝까지 기쁘게 산책할 수 있습니다. (중략)
당신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읽어나가야 합니다. 젊은 마음, 빳빳한 종이들. 가장 아끼는 펜을 들어 어느 부분이 어여쁜지 밑줄 그어 알려줍시다. 베일 것 같은 가장자리를 두려워 말고 쓰다듬어줍시다. 서로의 사랑을 빌리고, 오래도록 돌려주지 맙시다.' p.43 서로의 사랑을 빌리고 오래도록 돌려주지 맙시다 中
'들이마신만큼 내뱉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나를 사랑한 만큼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알아야한다. 기억하자. 들숨과 날숨이다.' p.133 들숨과 날숨 中
'가령 약속 시간에 늦으면 걱정해주고, 맞게 도착하면 꼭 껴안고 환하게 웃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보고 싶었는데 서둘러 와줘서 고맙다고. 그럼 당신 만나러 오는 길이 더 기다려질테니 어느 날엔 한참 일찍 도착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요령이라고 해도 너무 간단해 보여 실망하셨다면 다행입니다. 사랑은 불합리할 만큼 작은 노력에도 큰 기쁨을 주니, 참으로 사랑하고 있다면 어려운 마음 내려놓고 요령껏 기뻐지면 좋겠습니다.' p.210 사랑에도 요령이 필요한 걸요 中
꽃샘 추위 속 몸은 움츠려들지만 마음은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옴을 느낄 수 있는 책. 사랑하자. 우리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