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 - 잘 살려고 애쓸수록 우울해지는 세상에서 사는 법
고태희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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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힘내’라는 말을 참 많이 한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하는 의미로써 힘내라는 이야기를 건네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겐 그 말은 무책임하고 오히려 힘을 빠지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말이다. 더 이상 짜낼 힘도 없이 애쓰지만 제자리만 맴도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공허한 위로가 될 뿐이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이들에게 발생하는 우울증은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이제 누구나 발생할 수 있는 흔한 질환이다.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거나 쉽게 피곤함을 느끼는 등 의욕 저하와 우울감 등을 느끼게 되어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게 될 수도 있다.

 

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라는 다소 솔직한 제목의 책은 조울증 판정을 받고 우울의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살아온 날들을 기록한 한 작가의 이야기이다. 그동안에 읽었던 책들은 보통 불안한 심리 상태의 내담자를 상담한 전문의가 쓴 서적이었는데 이 책은 직접 우울증을 겪고 있는 저자의 모든 경험과 생각의 과정들을 써 내려가고 있다.

명문대 재료공학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대기업 근무 등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환경이었지만 한순간의 선택이 믿기 힘든 일상을 만들어버리고 만다. 다섯 개의 장을 통해 우울증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온 이야기, 심리상담소와 정신과 방문, 학창 시절, 가족 이야기, 우울증을 마주하게 된 것 그리고 우울증이라는 이유로 쓰러진 나를 안아주는 법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저자가 진단받은 양극성 정동장애는 우리가 알고 있는 조울증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감정적 장애 질환 중 하나로 자살이나 자해를 하기도 하고 만성적이라 완치되는 경우도 많지 않기에 평생 동안 약물을 복용하면서 평생에 걸친 관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책을 통해서도 자살시도, 다량의 약 복용, 자해, 정신병원 폐쇄 병동 입원 등 다소 무거운 이야기들을 적어내려간다. 부모님과의 관계, 학창시절 선생님의 차별 그로 인한 인정을 받고자 하는 강한 심리적 욕구가 결국 마음의 병을 얻게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 마음 한 켠이 무거워졌다.

 

곁에 있는 사람이 우울증에 빠져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저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것이 최선이다. 그에게 충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심정을 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이 병을 극복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꽤 들겠지만 당신 곁에 붙어 있겠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 가장 큰 위로였다.’ p.67

 

비록 아주 작아졌지만 아직 나의 세계가 공고히 존재한다. 없애고 싶지 않다. 가족, 친구, 지인을 떠올리면 다시금 도리질을 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자리에 앉아서 차근차근 내 세계를 곱씹는다. 다시 한번 성을 쌓아 올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p.245

 

시시때때로 치고 올라오는 분노와 후회, 그리고 불안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약을 먹고 있더라도 완전히 잠재울 수는 없다. 여전히 한여름 소나기처럼 갑자기 퍼부어 나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간다. 하지만 예전처럼 휘둘리지 않으려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믿고 견딘다. 앞으로 한 발이라도 나아가려고 애를 쓴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p.251

 

책 서두에 밝히듯 우울증을 극복, 완치한 이야기가 아닌 초라한 마음을 안고도 살아가는 방법과 힘을 빼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그 끝없는 감정들에 대해 십분 이해했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기에 힘든 시기, 본인의 이야기를 묵묵히 적어 내려간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힘을 내지 말고 행복해지길 바라본다. 책을 내려놓으며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는 평범한 오늘 하루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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