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모험
신순화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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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집이 갖는 진정한 의미란 무엇일까. 언제부턴가 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지치고 힘든 하루를 보내며 집에 가고 싶다라는 말을 무심결에 내뱉듯이 나를 가장 편안하게 받아주고 쉬게 만드는 공간이 집이 아니던가.

하지만 언제부턴가 은 보금자리의 개념이 아닌 자산 혹은 신분 등을 나타내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동산, 청약, 내집마련, 역세권 등 집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고 있는 시대가 살고 있다. 여기 정서적인 전자의 의미로 불편해도 매일 즐겁고 소란스러웠던 12년의 모험을 담은 집에 관한 에세이가 있다.


아파트 생활을 하는 동안 좋아하는 것이 모든 것들이 있는 마당있는 집을 꿈꾸었던 저자가 정말로 마당이 있는 전원 주택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4개의 장, 37개 에피소드들로 만날 수가 있다.


도시의 집값은 터무니없이 오르고 그나마 있던 매력을 잃은 지 오래기에 많은 사람들이 전원 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보는 것과 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난로의 온기가 닿지 않는 추위와 수 많은 벌레, 가파른 언덕길같은 교통상의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지만, 함께 모여 각자의 체온으로 서로를 덥혀주며 벌레가 많은 것도 그만큼 집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작은 생명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집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세 아이와 함께 개와 고양이, 닭을 키우고 비닐과 농약, 비료도 쓰지 않고 텃밭농사도 지으며 그 속에서 자연이 주는 행복함을 만끽한다. 눈 앞의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더 넓은 공간에 눈길을 주면 마음의 공간도 넉넉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전원생활을 통해 느끼게 된 점들이 인상적이었다. 일상을 누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동에 기대왔는 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역시 남편과 저자가 하는 노동에 대해 아이들이 또렷이 보고 자라면서 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이를 통해 어느 곳에서든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할 줄 알게 되었다는 것. 이런 것이 바로 산교육이 아닐 까싶다.


'사람이 보이는 집, 사람이 소중한 이 집에서 사람이 하는 일과 사람이 기울이는 수고, 그리고 노동을 볼 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p.91


책을 읽으면서 잠시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았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우리집은 아니라 마음껏 나무와 꽃이 있는 마당 생활을 누리진 못했지만 아파트나 빌라에 살던 친구들 사이에서 서울 하늘 아래 마당이 있는 집에 사는 것이 꽤나 우쭐거릴 수 있는 일이었다. (, 물론 지금은 다른 집에 살고 있다.)

큰 창문들로 인해 여름은 시원했지만, 책에도 기술되어 있듯이 겨울은 너무나 혹독하게 추웠다. 2층이었던 우리집은 마루 바닥이 목재였는데 보일러를 따로 돌리지 않고 석유냄새가 풀풀 풍기는 난로를 사용했다. 이른 새벽 가족들이 추울까바 먼저 일어나 성냥개비로 석유난로에 불을 붙이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여전히 깊고 따스한 관계를 지켜갈 수 있었던 것도 그 때 그 집의 추억이 아닐 까 싶다.


'내 것에 불평만 하고 있지 말고 어떤 환경에서든 가능성을 더 많이 볼 줄 알기를. 태양이 이글거릴수록, 세상이 혹독하게 내리누릴수록, 서로 붙잡은 손에 더 힘을 주고 함께 맞서고 견뎌서 이겨내기를 바란다. 아무쪼록 풀 뽑다가 인생의 진리 하나를 깨친 엄마처럼 풀에서도 뭔가 배우는 사람으로 커다오. 우리가 깨우쳐야 할 가장 중요한 것들은 우리 발아래 있단다.' p.116


'내 아이들도 낭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환경, 어떤 상황이라도 아름답고 근사하고 두근거리고 설레고 마음을 충만하게 하는 것을 일상에 들여놓으며 살기를 바란다.' p.128


아홉살 첫째 아이가 스무살 청년이 되었고, 아장 아장 걷던 아이가 저자만큼 큰 소녀가 되었다. 먼 훗날 자녀들이 이 책을 보며 어떤 집에서도 어떤 세상에서도 씩씩하게 새로운 모험을 펼쳐가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날이 모험이었던 집이야기를 통해 집의 의미뿐만 아니라 가족의 사랑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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