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이방인 - 독한 여자의 리얼 독일 생활기
강가희 지음 / 모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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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 탁, 구텐 모르겐, 이히 리베 디히.. 지금도 배우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학창 시절 나의 제2외국어는 독일어였다. 불어와 독어 양자 택일 중 그래도 '불어보단 낫겠지' 하는 심정으로 선택했지만 녹록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독어 선생님이 재미있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공부와 담을 쌓았을지도 모를 일.

한적한 소도시에서 여유를 즐기길 원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여행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한달 살기. 여기 한 달이 아닌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을 독일에 머물며 생활한 독한(독일+한국) 여자의 리얼 생활기 에세이가 있다. 


독일하면 무엇이 떠오르는 가. 자동차, 맥주, 분데스리가, 통일(1990년 10월에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냉전체제 아래서 연합국에 의해 강제로 분단되었던 동독과 서독이 하나의 국가로 통일, 나와 비슷한 연배라면 뉴스에서 봤을 듯), 그리고 JTBC 비정상회담 등에 출연했던 노잼 이미지의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 그리고 더 거스러 올라가자면 지금은 없어진 어렸을 적 살던 집 근처 빵집이름인 '독일빵집' 까지 등등. 사실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이기에 궁금한 부분도 많았다. 과연 책에서 비춰지는 독일이란 나라는 어떨까.


방송작가인 저자는 언론사 기자로 일하던 남편의 공부를 위해 함께 독일로 떠나게 되었다. 살게 된 곳은 동독 제2의 도시인 '라이프치히'. 황희찬 선수가 몸담았던 축구클럽 'RB 라이프치히' 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 살게된다는 것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지 책 곳곳에 묻어나온다.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집(심지어 월세를 구하는 과정에서 자기소개서도 써야 한다는 사실), 깊은 무력감과 넓은 좌절감을 안겨주었다고 표현하는 언어의 장벽, 알게 모르게 당하는 인종차별, 궃은 날씨까지.. 하지만 이런 악재(?) 속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을 위트있는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곰팡이에 경악하고 석회 때문에 짜증나고, 택배 때문에 열불나고, 열쇠 때문에 공포스럽고, 검진 등 예약하고도 기다리게 만들고, 벨도 없고 직원을 불러서도 안되고 눈을 마주쳐야 주문할 수 있는 식당, 체감 상 한국의 서너 배 되는 듯하는 전기세, 난방비까지.. 이렇게 불편한 점이 많은 데 독일 생활의 장점을 꼽으라면 자연과 여유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악명 높은 독일의 자전거 도난,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 마트나 음식점, 초상권에 예민해서 사진 찍는 것에는 조심해야 한다는 등의 TIP과 함께 처음 가본 누드 사우나, 우리나라에서 요가와 함께 인기있는 필라테스('필라테스' 라는 이름의 독일인 고안했다는 사실), 독일의 벼룩시장, 독일인의 제주도라 불러도 손색없을 듯한 스페인 마요르카에 관한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 

단편적인 여행 정보가 아닌 다년 간의 생활을 통해 나오는 '찐' 정보들이니 혹시 독일 생활을 염두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간격을 두고 각자의 호흡에 맞춰 천천히 변한다. 바뀌지 않음이 곧 도태를 의미하는 매정한 현대사회에서 변치 않음의 미덕도 있음을 입증해주는 곳이라고 독일을 이야기한다. '명랑한 이방인' 이라는 이름으로 오롯이 나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며 가식적이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던 5년이라는 시간이 저자가 앞으로 살아감에 있어 큰 자양분이 되지 않을 까싶다. 

Es ist g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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