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는 여름밤
몬구 지음 / 잔(도서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월의 중순을 지나고 있지만 아직 낮더위는 제법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 땀이 많은터라 무덥고 습한 여름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한편으론 무더운 여름 밤 한강 둔치에서 친구들과 운동하고 즐겼던 캔맥주 하나의 짜릿한 맛을 기억한다. 

여기 끝나가는 여름에 대한 아쉬움을 대변하는 듯 여름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담은 에세이 한 권이 있다. 푸른 색의 책 표지가 청량함을 느끼게 하듯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여름의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을 듯 하다. 가을에 읽는 '여름' 에 관한 이야기가 어떻게 다가올까. 


책의 저자 '몬구' 는 신스팝 밴드 '몽구스' 에서 보컬과 키보드를 맡고 있으며 꾸준함으로 음악을 증명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음악활동도 하면서 이렇게 글도 잘 쓰다니 참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창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던터라 밴드 이름을 들은 적은 있는 데, 음악을 편식했던 탓에 아직 몽구스의 음악을 접해보진 못했다. 

'여름의 변주는 놀랍다. 그래서 삶도 여름에 가장 변수가 많은가 보다.' 라는 문장처럼 여름밤에 쓴 곡도 많고 여름밤을 떠올리며 쓴 곡도 많다고 하니 음악에서 느껴지는 장르는 책 제목처럼 '여름밤' 이라고 정의해도 좋을 듯하다.

2006년에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앨범상을 받았다고 하니 꼭 들어봐야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것이 음악이든, 책이든..


책은 별도의 챕터없이 저자의 길고 짧은 글들로 채워져있다.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 몽상가이고, 여름밤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몽상가라고 말한다. 음악적 영감을 주는 여름밤의 이야기들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틈틈이 나 자신을 칭찬하는 편이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타인에게 받고 싶은 칭찬의 기대치가 줄어든다. 칭찬 못 받는다고 못 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인정받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니까. 담백하기 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p.103


‘인맥은 소멸되지만, 친구는 적립된다. 다만 유의할 점은 적립형 친구도 감가상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세월이나 어떤 형태로든 감소가 일어나는 것이다. 받아들일 수밖에. 그러니 좋아할 수 있을 때 좋아하는 게 좋다. 그게 언제인지는 모른다. 아마도 바로 지금이겠지.' p.173


‘지금 내가 찾는 용기는 ’뒤돌아보지 않을 용기‘ 가 아닌 ’뒤돌아보는 용기‘다. 뒤돌아 과거의 나를 만나서 잘못을 바로잡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수선하면서 조금씩 살아가는 용기 말이다. 오늘 자라지 않은 싹은 내일 틔우면 되니까.

앞으로도 영화처럼 극적인 용기로 인생을 바꾸진 않을 것이다.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저 감당할만큼의 용기로 꾸준히 노를 저어 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p.200


다양한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었는 데, 그 중에서 가장 공감되었던 것이 미니멀한 것들의 맥시멈이라는 부분이었다.

저자처럼 나도 미니멀한 삶과 미니멀한 물건을 추구한다. 하지만 방은 그렇지가 않은 듯하다. 미니멀한 것들이 가득차버린 맥시멈한 공간에서 가슴이 뜨끔해졌다. 쓸데없는 욕심과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으로 방 정리의 결과는 저자의 말처럼 구경과 약간의 재배치로 끝나고 만다. 마음의 무언가를 덜어내려면 정리가 필요한 법인데도 말이다. 


글에서 설명하듯 좀처럼 식지 않는 에너지, 조금 들 뜬 듯한 기분 좋은 습기, 정돈되지 않은 자유로움, 무언가로 가득 찬 포화 상태의 여름밤을 상상해본다. 지나간 여름밤을 추억하고 내년 다가올 여름밤을 기다리는 설레임을 느낀다. 이 책을 통해 여름밤의 좋은 추억들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라며, 감성 가득한 그들의 음악을 들으러 가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