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해 봐요 - 판사 김동현 에세이
김동현 지음 / 콘택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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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는 갑자기 불행해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타인의 불행을 보며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운이 없어서라고 쉽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본인이 불행이라는 녀석을 만나게 된다면 과연 어떨 까. 

하루 아침에 시력이 보이지 않아 어둠 속에 갇히게 된다면 나는 살아갈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까.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 이라는 단계 중에 아마 부정, 분노, 우울만 남게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여기 10년전 로스쿨 재학 중 단 10분 채 걸리지 않은 시간에 의료사고로 시신경을 잃고 시각장애를 안게된 판사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주류 여성팀장인 '유꽃비' 작가가 쓴 도서 이후 두번 째로 '유퀴즈 온 더 블록' 출연자의 에세이집이다. 사실 책을 다 읽고 나서 유튜브를 통해 1년전 '법의 날' 특집으로 방영되었던 방송을 보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서 출연을 결심했다며 출연한 이유를 밝히며 시각장애를 얻게 된 과정과 그로 인해 얻게 된 인생의 교훈들에 대해 덤덤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각은 비록 없어졌지만 다른 것을 통해서 세상을 느끼고 교감할 수 있다는 내용을 책을 통해 자세히 만나볼 수 있다. 


책은 '1부. 인생이 끝이라고 느껴질 때', '2부. 작은 것들을 다시 시작할 때', '3부. 하고 싶은 일을 간절히 한다면', '4부. 판사가 되어 간다는 것이란'. 총 4부로 이루어져있다. 선천적이 아닌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었기에 아마 그 불편함은 누구보다 더 클 것만 같았다. 과학고, 카이스트, 로스쿨 어찌보면 엘리트 코스를 밟던 사람, 그 사람이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볼 수 없고, 손 쉽게 할 수 있었던 모든 행동들에 제약을 받는다면 얼마나 상심이 컸을 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 지 작가는 처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맞는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자칫 희망을 잃고 좌절할 수도 있을 법했지만,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본인에게 최선인 현실을 선택하는 용기를 내기로 한다.

특히 정신적 고통을 잊기 위해 절에 들어가 하루 3천배, 한달이라는 시간동안 9만배를 드린 내용, 그 속에서 스님께서 하신 "육신의 눈을 뜨지 못했지만 이제 마음의 눈을 뜬거야" 라는 구절에서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저자의 프롤로그 글처럼 이 책은 저자가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가 아닌 불편한 상황에 맞춰 하루하루 적응해가며 적은 솔직한 본인이야기로 되어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며, 옆에서 도와준 친구들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좋아하는 마라톤과 쇼다운(심지어 국가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출전) 을 즐기기도 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성적 최우등상을 받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여 판사 임용까지.. 

정말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느끼고 부딪히는 모습들을 통해 하고자 하는 일에 장애는 문제가 될 수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대단함과 존경스러움이 절로 느껴졌다. 여전히 어둠이라는 조금 특별한 상황에서 오늘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저자를 응원한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포용 사회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p.212),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까지 소홀히하지 않고 소중하게 지켜 드리고 싶습니다"(p263) 라는 구절처럼 장애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일들에 더 많은 노력과 좌절과 포기가 익숙해진 이 시대, 후회하지 않게 뭐든 해 볼 수 있는 도전 정신의 필요함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가장 후회되는 것은 내가 한 일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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