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나는 헤픈 여자다
이은희 지음 / 북스케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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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프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이 말에 대하여 사전을 찾아보면 1. 쓰는 물건이 쉽게 닳거나 빨리 없어지는 듯하다, 2. 물건이나 돈 따위를 아끼지 아니하고 함부로 쓰는 버릇이 있다 등으로 표기된다.

 

주로 씀씀이를 표현할 때 쓰는 말로 부정적인 뉘앙스이기도 하다. 그런데 '헤픈 여자' 라는 제목의 책이라니 무엇이 헤프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매일 폭풍 감동하며 살아가는 '오'늘 '전'문가가 쓴 책을 읽으며 그 의미에 대해 이해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이 책은 중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하며, 두 아이의 엄마이며 딱딱한 공항 벤치에서 꿀잠자는 백발 할머니가 되길 희망하는 저자의 에세이다. 290여장의 에세이 치곤 꽤 분량 있지만 가독성있게 읽힌다. 책의 서두는 여행을 떠난 가족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호주를 가족 캠핑카로 여행을 하면서 4식구가 좁아터진 공간에서 생활하는 내용이었는데 핸드폰을 도난당하는 안좋은 일 속에서도 낯선 이에게 고장난 차를 수리받는 일들까지. '길을 잃을수록 아름다운 길을 택하라' 라는 문구에 걸맞는 내용들이 1부에서 5부까지 이어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작가 소개에도 나와 있듯이 작가는 새로운 것을 보면 눈알을 반짝이며, 오만가지 일을 저지르는 실천형에 가까운 사람인 듯 하다. 딸과 함께 전국노래자랑 예심에도 나가고, '파티' 라는 단어를 붙임으로써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기도 하며, 30대에 만난 인생의 사춘기를 겪으며 정상 궤도를 벗어나고자 무작정 신청하여 제주도에서 1년 살기를 시작하기도 한다. 

'나는 내 '청춘' 에게 예를 다하고 있는 가라는 물음으로 연극 오디션을 보고 합격을 하여 낮에는 교사, 밤에는 연극배우로 생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평범한 일상을 읽어줄 독자들을 위한 책도 내게 되었다. 

책에도 서술되어 있지만, 환희와 열정 그 자체에 의미를 두며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읽으면서 느낄 수가 있었다. 

 

읽으면서 '가족' 에 대한 사랑을 오롯이 느낄 수가 있었다. 누구보다 강한 아버지였으며 가족을 사랑했던 아버지와 꾸밈이 없고 수수하신 어머니, 조용한 배려로 묵묵히 응원해주는 남편 그리고 속 깊은 두 명의 자녀들까지... 

책 내용은 저자의 유년, 학창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지만 가족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참 많이 나온다. 부모님 생각도 나고, 함께 하는 모습들에 왠지 부러움도 묻어났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자는 말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었다.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아이들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한가지는 뭘까? 딱 하나만 고른다면 바로 '행복을 헤프게 느끼는 능력' 이다. 아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남들보다 더 유난을 떨며 자신의 하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중략) 주변에 감사하고 감격할 거리가 천지인 하루를 덤덤하게 살기에는 인생이 아깝지 아니한가. 이제는 '헤픈' 성격이 부끄럽지 않다.' p.64~65


'행복은 매 순간 집중하면 어렵지 않게 곁을 내주었다. 매 순간을 느끼며 집중하며 산다는 것. 삶에서 중요한 방향을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 p.216


'수도 없이 흔들렸던 지난 날, 세상이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위태위태했던 날들이 있었다.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곁에서 늘 손잡아주는 가족이 있었다. 괜찮다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비틀거렸지만 '언젠가는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이 있는 것은 생각보다 근거없는 자신감을 주었다.' p.256


'지금 투덜대는 일상이 어쩌면 시간이 흘러, 초능력을 써서라도 시간여행을 하고 싶을 만큼 그토록 가고 싶은 순간일 수 있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해결되지도 않을 일을 고민하지 말고, 지금 앞에 놓인 녹차를 마시며 녹차 맛에 집중하자. 지금 녹차를 마시면 됩니다.' p.288


'행복' 에 헤픈 이야기를 보면서 가족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책이었다. 무탈한 하루를 보낸 오늘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쑥쓰럽게 건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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