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 100년 역사의 고교야구로 본 일본의 빛과 그림자
한성윤 지음 / 싱긋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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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스토브리그와 치열했던 스프링캠프가 모두 마무리됐고 이제 최종 목표인 우승을 향한 장기 레이스를 이번주부터 시작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MLB 는 아직 시범경기가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100% 관중 입장이 가능한 상태로 시작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2020년에는 무관중, 2021년에는 일부 입장만 가능했지만 올해는 100% 수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야구 찐팬인 나로써는 참 희소식이긴 하지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야구장에서 맥주와 치킨을 즐겼던 때가 참으로 그립기만 하다.


어렸을 때 야구만화도 즐겨 보곤 했는데, 그 중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이 아다치 미츠루의 'H2' 다. 이 밖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만화들이 무대인 '고시엔' (우리나라에는 '갑자원'으로 알려 있다) 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작년엔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가 봄 고시엔 대회에서 4강에 올라 일본 전역의 주목을 받았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고시엔은 경기 종료 후 승리 팀의 교가가 울려 퍼지는데 승리한 교토국제고 교가가 한국어로 경기장에 울려퍼졌다고 하니 당연히 뉴스가 될 만했다고 생각한다. 크고 작은 뉴스들을 통해 접했던 올해 무려 104회를 맞이할 고시엔이라는 대회에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 지 궁금했다. 내가 읽은 책이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이 되는 듯 했다.


KBS 스포츠 기자로 입사해 25년째 스포츠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한국 최초의 고시엔 관련 책이다. 380여쪽 총 10개의 장에 객관적인 자료에 입각하여 흥미롭게 주제를 풀어내고 있다. 봄, 여름 두 계절에 걸쳐 열도를 데우는 대회 그 중 해마다 8월 아사히신문사가 주최하는 여름 고시엔의 드라마에 전 일본이 열광한다고 한다. 

우승컵이 아닌 우승기를 차지하기 위해 빡빡머리를 한 학생들이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운동장을 전력질주하며 경기에 졌을 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모습들에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일본인들이 열광을 한다니 무언가 대리만족을 느끼는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비단 야구 이야기가 주였지만 그 속에서 일본 문화를 옅볼 수 있는 대목들이 많았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종이 신문과는 멀어진 우리와 달리 2018년 기준 신문발행부수가 세계 10위 가운데 일본이 4개를 차지할 만큼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비뽑기같은 추첨식이나 요즘같은 스마트 시대임에도 회사나 관공서의 주요 문서를 팩스로만 처리하는 행태는 너무나 아날로그적으로 비춰졌다. 그 밖에도 책에 소개도 되어있는 매뉴얼 사회나 갈라파고스 사회, 상하관계 종사회 문제 등은 아날로그식 야구의 상징인 고교야구가 사랑받는 빛 속에 숨어있는 그림자처럼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신기하게 느껴졌다.


'한국 고교야구는 야구선수가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하는 것이라면, 일본 고교야구는 고등학생이 야구를 하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관점은 야구 문화의 차이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한국 고교야구는 잘못되었고, 일본은 옳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의 고등학교와 일본 고등학교의 발전과정이 다른 것처럼,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p. 201


일본 47개 도도부현의 야구부가 있는 학교가 4000개(책에는 3,890개로 나와 있다) 에 달하며 등록 선수는 약 16만 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고교 야구팀 수가 80개 등록선수는 3,200명에 불과하다고 하니 일본이 얼마나 고교야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큰 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80년대 이후로 관심이 줄어든 고교야구의 붐을 위해서 우리도 일본처럼 프로와 고교야구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일본인 특유의 요소가 잠재해있는 '고시엔' 을 통해 한 나라의 문화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던 유익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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