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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2월
평점 :
많은 이들이 '일본' 에 대해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른다. 가까우면서도 멀다라는 말이 앞 뒤가 맞지 않는 듯 하지만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은 의미일 수도 있을테고 한편으로는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먼 나라이기에 수긍이 가는 바이다. 특히 매스컴을 통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한일 갈등에 대한 기사는 역사 안에서 애증의 관계를 이어가는 단면을 보는 듯 해서 마음이 불편하기만 하다.
지금은 전 세계적인 케이팝 열풍, 뛰어난 우리나라 전자제품 등이 있지만 나의 학창시절의 일본 문화( '나 음악 좀 듣는다' 라는 애들은 J-POP 매니아였으며, 드래곤볼, 슬램덩크 같은 만화 등)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고 할 수 있다. 내 기억로는 2000년대 이전에는 일제강점기의 과거 역사 문제 등 국민의 적대적 감정이 컸기에 일본 문화의 수입을 금지했는데, 90년대 후반부터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시작하여 쉽게 일본 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방 정리하면서 나온 '쉘 위 댄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으랏차차 스모부' 등 공강 시간을 이용해 보러 다녔던 일본 영화들 티켓들이나 여행가서 찍은 사진들이 실로 반가웠다. 지금으로부터 15년전인 2007년 태어나서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이 오사카, 나라, 고베 등 간사이 지방 여행이었고, 그 이후로도 부산에서 배타고 떠났던 후쿠오카-나가사키 여행, 마지막으로 일본의 수도인 도쿄 여행이 2012년이 마지막이니 벌써 10년전일이다.
한국에서 못 샀던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Californication' 앨범을 도쿄 'BOOK OFF' 에서 사고 나서 함박 웃음을 지었던 것이 아직도 생각날 정도니, 국가 간 갈등과는 별개로 나에게 있어 일본 여행 및 문화는 애틋한 감정으로 남아있다는 것이 사실일터.
요즘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등이 폐지되면서 다소 키워드 검색이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키워드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보기 위해 특정 단어를 검색하여 결과를 도출하게 하는 유용한 방법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일본 문화' 란 키워드로 내가 읽은 '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 는 이런 키워드를 활용한 내용에 아주 충실한 책이다. 일본 어학연수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여러 일본 관련 에세이를 출간한 저자는 스물 두개의 이야기 속 70여개의 키워드를 통해 일본 문화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160여페이지의 에세이 형식을 통해 도시락 문화, 카페, 다도, 아르바이트 등 평소 궁금했던 내용이 기술되어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편의점이 잘 되어있지만, 10여년전 방문했던 일본 편의점은 정말 신세계였던 듯 하다. 넓은 공간과 알차디 알찬 도시락, 책 내용의 데파치카(백화점의 식품 코너) 를 이용해본 적은 없던터라 일본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장소라는 설명이 더 가고싶게 만들었다. 유명 백화점 지하 매장에서 식도락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 까 싶다.
날이 쌀쌀하다보니 따뜻한 '료칸' 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전통을 살린 시설에 온천까지 구비되어있고 일본 전통 고급 정식요리 저녁과 아침까지 포함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매력을 즐겨본 적이 없기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가게끔 하는 이유를 꼭 확인하고 말테다. 장인정신, 친절함, 높은 물가에 따른 절약 정신 같이 기존에 알고 있었던 내용도 있었지만, 다른 작가들의 책 인용구와 유학생활 등 개인사를 담은 에세이를 통해 좀 더 디테일하게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듯 하다.
키워드를 통한 독특하고 신선한 문화 이야기를 가볍게 읽었지만 지나간 시간 한켠, 여전히 남아있는 추억 속 일본을 다시금 생각나게끔 했던 책이었다. 어서 코로나가 끝나서 자유롭게 여행갈 수 있는 날, 저자가 이야기한 곳들을 찬찬히 들러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이지 않을 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