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괜찮냐고 시가 물었다 - 시 읽어주는 정신과 의사가 건네는 한 편의 위로
황인환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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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지금은 초등학교). 학년마다 '동시경영대회' 가 열렸다. 일상생활이 보이는 주제어로 풋풋하게 작성하던 동시야 말로 태어나 처음으로 '시' 를 접했던 때였다. 이후 중고교 학습과정을 통해 접한 교과서 속 시들을 제외하곤 시집을 따로 찾아 읽은 적은 없었다. 그렇게 독서를 하면서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등은 읽으면서 왜 짧은 단락의 읽기 편한 시는 등한시했을까?


도서 '마음은 괜찮냐고 시가 물었다' 의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가로 시는 기억하기 쉬우며, 보편성있으며, 모호하기에 좋다고 말하고 있다. 모호한데 좋다라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학창시절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 을 읽으며 우리는 시험을 통해 '님' 이 누구냐는 문제를 접했다. '님' 은 나라가 될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 혹은 절대적 가치를 가진 대상이라는 것. 읽으며 의미를 파악해야했기에 나는 시가 가진 그 '모호함' 에 어려움을 느꼈거늘 그 모호함을 좋아한다고 하니 당연히 낯설게 느껴지지 않겠는 가. 


하지만 작가는 효율성을 추구하고 정답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에서 분명한 메시지와 정해진 결말을 경계하며, 모호한 시를 읽고 음미하는 과정처럼 모호한 본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은 어떤지 왜 그런 감정을 느꼈는 지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듣고 보니 일리있는 이유다. 시처럼 마음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이해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시 읽어주는 정신과 의사가 건네는 한 편의 위로' 라는 부제로 '1부.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발견하다(현재의 내 마음과 감정들), 2부. 모든 관계는 나로부터 시작된다(과거의 관계에서 생긴 마음의 매듭들), 3부. 이 세상 모든 곳에 나의 자리가 있다(더 나은 미래를 위해 갖춰야 할 태도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책 읽기 전에는 '시' 가 주된 내용인 줄 알았지만, 모호하고 정답이 없는 마음을 다루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토대로 다양한 감정들과 그에 어울리는 시를 소개해주고 있다.


1부에서는 방어기제, 불안, 자존감, 무기력, 완벽주의, 외로움을, 2부에서는 독립, 애착, 이별, 이별, 비밀, 페르소나, 연애, 인간관계 마지막 3부에서는 번아웃, 성장, 자기애, 우울, 분노, 피해의식에 대한 내용과 함께 저자가 읽은 걸맞는 시를 소개해주며 '마음은 괜찮냐' 고 물어보고 있다.


'사소한 순간의 멈춤이 우리를 다시 걷게 하는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중략) 지금은 일이 손에 안 잡히더라도 조급한 마음은 내려놓고, 일에만 몰두하느라 잃어버렸던 담 너머의 나를 찾는데에 집중해보세요. 담 너머의 나와 만날 때 다시 한번 일어설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p.191~193(번아웃 편)


'성인이 되어서는 누구도 우리를 좌절로부터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노력해도 안 될수 있다는 것, 내가 평범한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이 가슴 아픈 진실을 받아들일 때 상처는 흉터를 남기지 않고, 좌절도 나를 무너뜨리는 좌절이 아니라 나의 경계를 알려주는 최적의 좌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p.200(성장 편)


'우리가 소망하는 건강한 어른은 내가 볼품없어 보일 수 있다 해도 괜찮다고 여기고, 실패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로 항로를 수정할 줄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p.204(성장 편)


'폭발하기 전에, 생각을 하는 '틈'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이 생각의 틈을 가지는 동안 내가 어떤 메시지를 상대에게 전달하고 싶은 지를 정리하고, 어떻게 해야 잘 전달할 수 있을 지 고민하며 적당한 표현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p.240 (분노 편)


다양한 주제 속에서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시와 함께 무언가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고보면 시와 마음은 정말로 비슷한 부분이 많은 가 보다. 건강한 마음과 감정들을 위해 저자의 말처럼 모호하거나 어두운 것들을 억지로 외면하지 않고 마음 한편에 둔 채로, 불편함을 조금은 느끼며 일상을 살아가고 싶다. 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다시 시집을 음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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