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로 상상을 그리다
김석은 지음 / 달꽃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스마트폰 성능의 발달로 전문카메라 못지 않은 화소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찍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무겁고 설명서가 복잡한 카메라를 대신하여 늘 소지하고 다니면서 터치 하나로 바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비싼 카메라 못지 않은 퀄러티를 자랑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지만 나는 그래도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좋다.


서두가 길었는데, 책을 읽기 전에 학창시절이 생각이 났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가입한 동아리(그 당시 명칭은 서클)가 사진부였다.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된 시기가 아니었던 탓에 필름카메라를 가지고 선배들과 출사다니고, 종로를 돌며 흑백필름(티맥스100) 으로 을 사고, 암실에서 현상과 인화를 직접하며 사진의 매력에 푹 빠졌던 그 시절. 

큰 돈이 들어간다는 사진학과 진학을 포기하고 사진과의 인연은 취미생활로 만족하기로 마음먹었던 터였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퓰리처상 등 높은 퀄리티를 입증한 사진전을 다니며 무한히 넓은 사진 촬영의 매력을 느끼곤 한다.  


두툼한 책 속 작가의 사진들과 함께 글들이 적어 내려간다. 그동안 본 사진책들처럼 아주 잘 찍은 전시품 사진을 모아둔 도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직접 보고 나니 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의 기억들과 에피소드들에 대해 들려준다. 해외공모전에 출품하여 다수의 입상을 수상한 저자의 이력만큼 책 속 6개의 파트를 통해 놀라움을 넘어 경외심을 느끼는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다. 

소개글처럼 '카메라를 잘 다루는 것보다는, 대상과 잘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는 말을 인용하여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대상을 통한 이야기가 주가 된다.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일련의 과정과 사진에 대한 단상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세상 말에 "돈을 쫒은 자가 아닌 돈이 모이게 하는 자가 돼라." 라는 말이 있다. 사진 또한 쫒지 말아야 한다. 이리 멋진 곳에 가서 눈으로 마음으로 즐겨보다. 내 눈으로 많이 봐야 그 안에서 남다른 좋은 시선도 나오므로 결국 좋은 사진이 쌓이게 된다.' (p.75)


'현대인들은 무엇에 쫒기듯이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도 없이 그렇게 살아간다. "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나요?" "그게 인생의 전부입니까?" "잠깐만 멈춰보시지요." 내가 어디를 가고 있는지 빨리만 가지 말고 제대로 가는지 살펴보는 시간. 하늘을 쳐다보자." (p.100)


작가가 찍은 사진들이 작은 책 속에 들어있는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였다. 사진전을 통해 다시금 만나보았음 하는 바램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책의 추천사가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하다. 내가 책을 통해 저자에게 부러움을 느낀 것은 그가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한 곳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 속 필터와 팔레트니까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고히 가방에 모셔놓는 카메라를 들고 어디든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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