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사람들
정구복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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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 딱 들어도 부정적 인식이 드는 단어일테다. 평소에 딱히 쓰는 말은 아닐테지만, 사전을 찾아보면 2가지 정도의 뜻이 풀이가 된다. 하나는 온당하지 않음이며 또 하나는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음이라는 뜻인데 후자는 사상적 이유로 금지된 서적이라는 '불온서적' 의 의미로 써졌을테다. 


그럼 온당하지 않다라는 것은 무엇일 까. 이 의미를 좀 알아야 '볼온한 사람들' 이라는 책 제목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있을 듯 했다. '판단이나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지 아니하고 알맞다' 라는 '온당하다' 라는 의미에 반하는 것. 그런 반대적인 의미의 사람들의 이야기리라 생각이 들었다.


'혜주의 아카이브', '롤러코스터의 행방', '타인의 계절', '불온한 사람들' 이라는 총 4개의 장으로 24세, 36세, 44세, 55세 교사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로 만나볼 수 있었다. 교사로 재직 중인 저자가 쓴 교사들의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라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 지 궁금해졌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주인공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20대 오혜주 선생은 30대 최승상 선생과 소개팅을 했으며, 40대 이서정 선생의 아들 한준수의 물리교사이며, 50대 오윤회 선생와 부녀사이이다. 또한 이서정 선생은 주식 단톡방을 통해 최승상 선생의 정보로 수익을 챙긴 경험이 있다. 또한 책 후반부 수능날 아들을 시험장에 보내며 이서정 선생은 아들의 자퇴를 막아준 오혜주 선생의 아버지 오윤회 선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대목도 나온다. 마치 모든 이야기가 자연스래 연결이 되는 듯 보여졌다.


프롤로그 저자의 말에서 책은 개인주의자의 외면적 가치 추구와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 황금만능주의자의 경제관과 성의식, 가족 이기주의자의 자녀 교육과 가사 독박, 교조주의자의 종교적 독선과 승진 문제를 다루고 있다. 픽션인 줄 알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픽션인지 논픽션인지 구분이 안 될정도로 사실적인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우산도 없는데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가랑비가 안개처럼 내리고 있었다. 가방으로 가리려 해도 몸은 젖어 들고 내 영혼에 서걱서걱한 먼지 비가 내리는 기분이었다.' (p.66 혜주의 아카이브 中)


'여름공기는 더 없이 청명한데 나 혼자 언젠가 광고에서 보았던 갈라지고 쪼그라든 폐로 숨을 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 마음은 숯검정으로 타버렸다.' (p.113 롤러코스터의 행방 中)


'석양에 해는 떨어져가고 나무에 매달린 잎새도 가을을 버틸 힘을 상실해 가는 듯 했다. 집으로 향하는 외로운 그림자가 나보다 앞서가고 있었다. 그림자를 따라가는 내 모습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걸어가는 가을 그림자가 길게도 늘어져 갔다. (p.167 타인의 계절 中)


'세상의 모난 것들을 흰 눈이 다 가려가고 있었다. 불온한 세상의 아픔, 시련, 상처들이 온전하게 치유되고 회복되길 기도했다. (p.224 불온한 사람들 中)


가볍게 책을 들었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 <불온한 사람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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