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젠가
이수현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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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그라데이션 느낌의 책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표지 느낌과는 다르게 책 표지 하단 '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태롭게 쌓아 올린 유리 젠가가 가득 들어찼고 금방이라도 내 존재 자체가 와장창 부서질 것 같았다' 라는 글귀는 앞으로의 다소 어두운 면을 들출 수 있음을 미리 내포한 듯했다.

 

소설 '유리젠가' 는 2020 충북작가 신인상 소설 부문 및 2020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필 부문에 당선된 20대 신예작가의 소설이다. 목차는 '시체놀이', '유리 젠가', '달팽이 키우기', '발효의 시간' 이렇게 4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170여페이지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소설이라고 해서 느낀 점을 어떻게 글로 담아야할 까 생각했었는 데, 그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소설이라고 하기엔 우리 주변에 정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고나 할까.

 

'시체놀이' 에서는 대학 문과를 전공하고 편의점 알바를 하던 중 방송출연으로 시체역을 하게 된 취업준비생의 이야기가, '유리 젠가' 편에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대, '로맨스 스캠' 이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돈을 뜯어내는 신종 사기 범죄를 당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달팽이 키우기' 에서는 초등학교 방과후 교사 계약직과 여행사에 다니던 남녀가 일자리를 잃고 겪게 되는 일상의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발효의 시간' 에서는 청주를 대표하는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인 직지글빵을 만들어가며 3대째 그 가치와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해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마무리 짓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공감하며 읽었던 것은 '시체놀이' 였다. 세대는 조금 다르나, 나 역시도 문과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느라 책 내용에 언급되어 있지만 나 스스로에 대한 원망과 한숨으로 얼룩진 날들로 자존감이 바닥을 친 일상으로 오랜시간동안 속앓이를 해야만 했다. 위태롭게 쌓아올린 젠가. 툭 치면 쓰러질 것만 같았던 그 날의 기억들이 오버랩되며 가슴 한켠이 찡해져왔다.

 

가볍게 읽었다가 읽으면서 지금의 위태한 현실에 대해 공감하게 되었던 듯 하다. 아마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내 이야기 같다라고 생각치 않을 까. 달팽이 키우는 방법이나 제빵에 관한 내용들을 사전에 충분히 공부한 저자의 흔적이 역력해서 읽으면서 감탄을 자아냈던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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