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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의 지혜를 읽어야 할 때
쌍찐롱 지음, 박주은 옮김 / 다연 / 2021년 7월
평점 :
어렸을 적 책장에 있던 한 권의 책.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에서의 형제 결의를 맺고 황건적 토벌에 나서는 초반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그 책이 1,800여 년 전, 약 일백여 년에 걸친 중국 후한 말에서 진나라로 통일되기까지의 천하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영웅호걸들의 역사 이야기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 말이다.
수많은 영웅들과 수많은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지루함 없이 술술 읽히는 책, '삼국지'는 그렇게 책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심지어 게임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과 여전히 만나고 있다.
그 대혼란의 시기를 겪으면서 축적된 사회, 정치 현실을 반영하여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방대한 규모의 장편 역사 소설인 삼국지에서 수 많은 캐릭터 중에 책 내용에 있는 것처럼 '지혜의 성인' 으로 추앙받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제갈공명, 바로 제갈량이다.
우리가 아는 인재를 맞기 위해 참을성 있게 힘씀을 보여주는 삼고초려를 통해 유비를 도와 촉한을 세우고, 전투에서 뛰어난 계책을 통해 수많은 승리를 이끈 최고의 지략가 아닌 가. 이 책은 그런 제갈량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6개의 장으로 전략술, 지략술, 공심술, 외교술, 기만술, 용인술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책을 펼치고 540여편의 이 양장본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 까 의구심이 들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기에 고전은 고루하다는 나름의 편견과 두꺼운 외양으로 인해 읽다가 포기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술술 읽히면서 그런 마음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삼국지 책들과는 비슷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다르게 다가왔다.
소설처럼 상황을 설명하며 그 당시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읽을 수가 있었고, 이 책의 특징인 지략해설 및 활용을 통해 제갈량의 디테일한 지략을 이해할 수 있을 수 있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적용가능한 활용법 등을 일례로 들고 있다. 이것은 마치 溫故知新(온고지신) 이 아닐 까 싶다.
제갈량의 뛰어난 지략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제갈량의 외교술이 돋보였던 '동오관원들과 벌인 설전' (p.311) 였다. 손권과 연합하여 조조군을 격파하기 위해 사신으로 간 오나라에서 주화파 제상들과의 설전 내용은 정말 말 그대로 천재적인 변론 능력을 엿볼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날카로운 지적과 질책 그리고 설득의 힘으로 제상들의 고개를 떨구게 만든 그의 비범한 언변 능력에 나 역시도 책을 읽으며 허를 내두를수 밖에 없었다. 그 밖의 내용들에서도 업무함에 있어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발췌할만 했다.
기존의 삼국지를 좋아했던 독자들에게는 '제갈량' 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파트들을 따로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고, 아직 완독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삼국지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