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확하게 26년전 오늘 일이다. 1995년 6월 29일 오후 6시를 앞두고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로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라는 우리나라 역사 상 가장 큰 참사 중에 한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중학생이었던 당시 나는 매스컴을 통해 대서특필되던 그 사건을 정확히 기억한다. 피 흘리고, 들 것에 실려가는 모습들과 또 오랜 시간이 지나 구조된 사람들에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던 모습들까지.. 얼마 전 모 프로에서도 이 사건을 다시 조명하기도 했더랬다.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사고 등 유난히 대형 사고가 많았던 그 시절. 이 책은 삼풍백화점붕괴사고 생존자인 산만언니가 힘든 시기를 적어내려간 에세이 책이다.

저자는 과거의 일련된 사건들, 개인사를 비롯해서 삼풍참사를 겪고 난 이후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참사에 대한 내용보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불행했던 일들과 또 행복이라는 성취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가짐까지.. 너무나도 담담히 적어내려간 이 250여페이지되는 내용 속에서 안타까움과 먹먹함 등이 교차하면서 책을 덮을 수가 있었다.

 

'어른들 말씀처럼 살아만 있으면 다 어떻게든 살아지는 게 인생이니까. 굳세게 마음먹고 불행을 맞이해야 한다.' (p.76)

 

'남은 생애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아픈 사람들과 함께 걸으려 한다. 혼자 가는 길이 물론 편하고 좋겠지만, 여럿이 함께 걷는 일이 좀 고단하더라도 가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기 때문이다.' (p.84)

 

'행복은 생각만큼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죽거나 다치지 않은 상태, 다시 말해 여태 살아오면서 슬프지 않았던 모든 날이 전부 행복한 날들이었다.' (p.103)

 

'나는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위해 돈으로 가득 찬 국고를 물려주는 것보다 이웃과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p.133)

 

사고의 생존자로써 그녀는 공동체적인 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메시지를 써내려가고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들을 끊이질 않고 있음을 뉴스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당사자였다면 그 힘듦을 오롯이 견딜 수가 있고, 주변을 둘러볼 겨를이 있을 까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사실 자신이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더 이상 이런 인재가 일어나질 않길 그리고 저자가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