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행자의 케케묵은 일기장 - 310일, 5대륙, 19개국 세계여행을 기록하다
김다연 지음 / 하모니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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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보편화되었지만, 해외여행이 막연하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한창 유행했던 싸*월드 사진첩 속 나라별 폴더에 찍힌 이국적인 정취는 나와는 동떨어지게 느껴졌고, 왠지 부유한 사람들만이 즐기는 향유라고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 흔하디 흔한 여권조차 없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여행을 즐기는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 310일이라는 기간동안 무려 5대륙, 19개국, 76개 도시를 떠돌며 여행한 작가의 본인은 정작 케케묵었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솔직담백한 일기장이 있다. 여행 중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손으로 필히 적은 일기들이 생동감있게 다가왔다. 사실 여행 관련 서적은 많지만 일기형식으로 본인의 느낌과 감정을 고스란히 적은 글은 아주 오랜만에 접해볼 수 있었다.

 
책 앞에는 310일간의 세계일주 루트와 준비물, 여행경비 마련을 위해 했던 일들, 안전하게 다니기 위한 본인만의 TIP 등을 직접 그린 그림과 필체로 아기자기하게 채워놨다. 일기장 속 28개의 이야기는 여행의 다양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멕시코 어느 공원에서 옷가지를 팔기도 하고, 우루과이 한 호스텔에서 피아노 연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호주 골드코스트 해변에서 서핑을 배우고 등등.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들로 페이지를 채워간다. 물론 안좋은 일도 있고, 힘들었던 적도 있었겠지만 헛된 경험은 없다라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인상적으로 읽었던 부분은 작가가 팔찌를 어디엔가 잃어버린 내용이 있던 '상실에 대하여' 이다. 나 역시도 자주있는 일은 아니지만, 물건을 잃어버리면 미련에 아등바등 매달려 아무 일도 못했던 경험이 있다. 작가처럼 주변인들에게 성토하며 마치 마음의 위안을 받으려고 애썼다. 작가 지인의 말처럼 겉으로 보기에만 같은 모양인거지, 결국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 뿐이다라는 구절을 보고 나 역시도 놓아주지 못한 마음을 내려놔야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뭐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책 내용 곳곳에 유려한 문장 솜씨가 돋보였다. 생각의 깊이가 묻어난다고 해야할까. 아마 작가의 이 경험들은 본인이 살아갈 인생에 큰 자양분이 되리라 생각이 든다. 여행이 그립고, 사람이 그립다면 이 흥미로운 일기장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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