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마르타가 갑니다 - 초보 신자 송 마르타 자매의 본격 성당 생존기
박윤후(민후) 지음 / 대경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건네는 조용한 기도

책을 펼치기 전, 제목이 먼저 마음을 붙잡았다.
“주님, 마르타가 갑니다.”
부르짖지도,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저 ‘갑니다’라고 말하는 문장에 이미 이 책의 태도가 담겨 있는 듯했다. 신앙 에세이나 간증집을 떠올렸지만, 몇 장 넘기지 않아 이 책은 훨씬 생활에 가까운 기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마르타’가 있다. 성경 속 인물이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름이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집안일과 시댁의 요구, 남편과의 관계, 아이의 성장과 불안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이다. 그녀의 하루는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책 속 장면들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 문제, 학원비와 생활비, 주변의 시선, 잘해내야 한다는 압박. ‘신앙이 있다면 조금은 나아질까’라는 기대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만큼, 마르타의 삶은 팍팍하다. 기도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고, 선하게 살려고 애써도 현실은 쉽게 응답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신앙을 ‘정답’처럼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르타는 흔들리고, 의심하고, 때로는 체념한다. 기도하면서도 확신이 없고, 주님을 부르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원망이 쌓인다. 그러나 그 모든 감정이 숨겨지지 않고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읽는 내내 솔직했다. 꾸며낸 믿음이 아니라, 버티는 믿음에 가깝다.

사진으로 남겨둔 페이지들에는 반복해서 이런 문장들이 등장한다.
열심히 살아도 나아지지 않는 삶에 대한 질문,
아이 앞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는 어른의 마음,
‘이렇게까지 애써야 하나’라는 자조와
그래도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이유.

마르타는 결국 큰 결단을 하거나 극적인 변화를 맞이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의 선택을 한다. 포기하지 않는 선택, 아이 앞에서 다시 일어서는 선택, 누군가를 미워하는 대신 침묵을 택하는 선택. 그 선택들은 아주 작지만, 분명히 방향을 가진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신앙은 기적이 아니라 동행에 가깝다. 주님이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보다, 문제 한가운데에서 함께 걷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래서 “주님, 마르타가 갑니다”라는 문장은 명령도, 요구도 아니다. 도망도 아니다. 그냥 오늘을 살아내러 가는 사람의 고백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르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내가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보다”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그 문장은 자책처럼 보이지만, 곱씹어 보면 오히려 성장의 징후처럼 느껴졌다.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순간, 삶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책은 위로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공감의 자리를 내어준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독자라면, 어느 페이지에서는 분명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신앙이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기도를 돌아보게 하고, 신앙이 없는 사람에게도 삶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읽고 나서 마음이 가벼워지기보다는, 오히려 조금 더 묵직해졌다. 하지만 그 무게는 버거운 짐이 아니라, 오늘을 견디게 하는 중심추 같은 느낌이었다. 삶이 왜 이렇게 힘드냐고 묻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주님, 마르타가 갑니다』는 조용하다. 소리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오래 남는다. 하루를 마치고 불을 끄기 전,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 잘 살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 옆에 두고 싶은 책이다.

오늘도 완벽하지 않은 하루를 살았지만, 그래도 내일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면.

그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도 충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공 패턴 : 모든 성공에는 패턴이 존재한다
성공패턴 (홍인기)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성공은 재능이 아니라 반복의 결과였다

『성공 패턴』을 읽는 동안 가장 많이 떠올랐던 단어는 ‘의외로 단순하다’였다. 우리는 성공을 이야기할 때 늘 특별한 재능, 타고난 환경, 운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은 시작부터 그 생각을 조용히 뒤집는다. 성공한 사람들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놀라울 만큼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성공을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구조로 바라본다. 누군가 갑자기 잘된 것처럼 보일 때, 그 이면에는 오랫동안 반복된 선택과 행동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진으로 담긴 본문 곳곳에는 실제 사례와 함께,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거쳐 온 사고방식과 행동의 흐름이 정리되어 있다. 이 덕분에 막연한 동기부여가 아니라, 따라 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틀이 눈에 들어온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를 대하는 태도부터 다르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실패는 피해야 할 사건이 아니라, 패턴을 수정하기 위한 데이터에 가깝다. 실패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반복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그중 잘못된 패턴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그래서 실패 이후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실패 자체보다, 실패 후의 대응이 성패를 가른다는 메시지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또 하나 강조되는 개념은 환경 설계다. 의지가 약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그대로 둔 채 의지로만 버티려 하기 때문에 반복해서 무너진다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를 시험하지 않는다. 대신 자연스럽게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환경을 먼저 바꾼다. 책 속 사례를 보면, 시간 관리, 인간관계, 업무 방식까지 모두 환경 설계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성공 패턴』은 목표 설정 방식에서도 기존 자기계발서와 결이 다르다. 이 책은 큰 목표보다 지금 당장 반복 가능한 작은 행동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대신 하루, 일주일 단위로 반드시 지킬 수 있는 행동을 정하고, 그것을 꾸준히 반복했다. 그 반복이 쌓여 어느 순간 눈에 보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설명은 현실적이다.

책의 중반부에서는 성공한 사람들의 사고 습관이 자세히 소개된다. 이들은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점검하고, 감정보다 구조를 먼저 본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자신을 비난하기보다, 어떤 패턴이 문제였는지를 냉정하게 분석한다. 그래서 감정 소모가 적고, 다시 시도하는 속도가 빠르다. 이 대목을 읽으며 성공과 지속력은 결국 같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문장은 성공은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평범한 선택을 오래 반복한 결과라는 문장이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바꿀 한 번의 선택을 기다리지만, 이 책은 그런 순간은 거의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매일 반복하는 사소한 선택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새로운 결심보다 기존의 반복을 점검하게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성공 패턴』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나는 어떤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가. 그 패턴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데려가고 있는가. 이 질문은 읽는 내내 마음에 남는다. 성공을 꿈꾸면서도 같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다면, 바꿔야 할 것은 목표가 아니라 패턴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독자를 몰아붙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더 노력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하나씩 점검하라고 권한다. 너무 많은 것을 바꾸려 하지 말고, 단 하나의 패턴부터 수정해 보라고 말한다. 그래서 부담 없이 읽히고, 읽은 뒤에도 현실에 적용해 보고 싶어진다.

『성공 패턴』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비법서가 아니다. 오히려 오래 걸리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방향을 제시하는 책에 가깝다. 성공을 꿈꾸지만 늘 제자리인 것 같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싶을 때 이 책은 좋은 나침반이 되어 준다. 나 역시 책을 덮고 나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보다, 하루의 패턴부터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성공을 남의 이야기로만 느껴왔던 사람, 노력하고 있는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아 지친 사람이라면 『성공 패턴』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성공이 멀리 있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반복 속에 이미 숨어 있다는 사실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다시 펼쳐보게 되는 책으로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번던스 코드 - 당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깨우는 기적의 비밀코드
윤유리 지음 / 서사원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안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시간

요즘 나의 하루는 늘 바쁘다. 해야 할 일은 많고, 머릿속은 쉬지 않는다. 겉으로 보면 안정적인 삶처럼 보이지만, 마음속에서는 “이 방향이 맞나?”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바로 그 질문 앞에서 만난 책이 『어번던스 코드』였다. 이 책은 성공이나 성취를 외치기보다, 내면의 방향부터 다시 점검하자고 말하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여백이다. 문장이 길지 않고, 한 장 한 장 숨 쉴 공간이 있다. 사진으로 담긴 페이지들처럼 작은 잎사귀 그림과 단정한 문단은 읽는 사람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낮춘다. 이 책은 빨리 읽히지 않는다. 아니, 빨리 읽히면 안 되는 책이다.

『어번던스 코드』는 끊임없이 묻는다.
왜 우리는 명상을 해야 할까.
왜 잘 시작한 일들이 끝까지 가지 못할까.
왜 바쁘게 살고 있는데도 마음은 늘 불안할까.

그 질문들은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일상적이라 외면해왔던 것들이다. 책 속 문장 중 “내면이 안정되면 커리어가 달라진다”라는 문장을 읽으며 한동안 책을 덮고 생각했다. 우리는 보통 순서를 반대로 생각한다. 커리어가 안정되면 마음이 편해질 거라고. 하지만 이 책은 그 믿음을 조용히 뒤집는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좌절은 인생의 모멘텀을 바꾸는 축복이다’라는 메시지였다. 좌절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방향 전환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시선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살면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은 늘 찾아온다. 그때마다 나 자신을 다그치기 바빴는데, 이 책은 전혀 다른 말을 건넨다. 지금의 멈춤이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고.

사진으로 담긴 중반부 페이지들에서는 명상과 내면 안정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이유는 명상을 ‘특별한 수행’으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 5분, 눈을 감고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것. 그 단순한 행위가 삶의 태도를 바꾼다고 말한다. 명상을 삶과 분리하지 않고, 삶 그 자체로 끌어오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목표만 보고 달리던 시기, 성과로 나 자신을 증명하려 했던 시간들. 그때의 나는 늘 불안했고, 늘 부족하다고 느꼈다. 『어번던스 코드』는 그런 나에게 “이미 충분하다”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무언가를 더 얻어야 풍요로워지는 게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풍요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또 하나 마음에 남았던 문장은 “나는 환경이 아니라,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진다”였다. 책임을 묻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읽고 나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독자를 몰아붙이지 않는다. 대신 선택의 가능성을 조용히 열어준다.

후반부로 갈수록 ‘마무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시작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끝까지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흐지부지 끝난 일들이 마음속에 남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끝내지 못한 일은 실패가 아니라, 에너지의 잔상이라는 표현이 특히 인상 깊었다. 그래서 이 책은 무작정 더 열심히 하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지금 하고 있는 일 하나를 제대로 마무리해보라고 말한다.

『어번던스 코드』는 자기계발서이면서도, 에세이에 가깝다. 조언보다는 경험을 나누고, 방법보다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읽는 동안 평가받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누군가 옆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주는 느낌에 가깝다.

책을 덮고 나서 당장 삶이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마음의 속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조급함이 조금 느려지고, 비교가 잠시 멈춘다. 그리고 다시 내 하루를 바라보게 된다. 지금 이 방향이 괜찮은지, 혹은 조금 돌아가도 되는지.

이 책은 성공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하나 건네준다. 그 기준은 외부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 그래서 『어번던스 코드』는 목표를 세우기 전에, 방향을 점검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바쁘게 살고 있지만 마음이 자주 지치는 사람, 잘 살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잘 맞는 책이다.

나에게 이 책은 ‘정답’이 아니라 ‘나침반’이었다. 앞으로도 가끔 방향을 잃을 때, 다시 펼쳐보게 될 것 같다. 천천히 읽고, 천천히 생각하고 싶은 날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는 힘 - 일을 끝내고 성장을 시작하는 끝맺음의 기술
양은우 지음 / 경이로움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덮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나는 시작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끝을 잘 내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사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묘하게 찔렸다.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는 힘.
너무 당연한 말인데, 이상하게도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문장이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일을 시작한다.
다이어트, 운동, 독서, 공부, 글쓰기, 새로운 프로젝트.
처음에는 의욕이 넘친다. 계획도 세운다. 노트도 사고, 앱도 깐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흐지부지된다.
끝내지 못한 일들은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어딘가에는 계속 남아 불편함을 만든다.

이 책은 그 불편함을 정확히 짚어낸다.
왜 우리는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하는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구조와 인식의 문제라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부터 이 책은 꽤 솔직해진다.
“끝내지 못한 당신은 게으른 사람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위로처럼 다가온다.

책은 ‘완수한 일’, ‘중단된 일’, ‘유야무야된 일’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 구분이 인상 깊었다.
나는 그동안 중단한 일과 유야무야된 일을 비슷하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중단은 의식적인 선택이지만, 유야무야는 회피라는 것을.
그리고 대부분의 일이 바로 그 유야무야 상태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중간중간 등장하는 소제목들이 굉장히 현실적이다.
‘인정받을수록 불안해진다’,
‘자신의 결점을 마주하기가 두렵다’,
‘빨리빨리라는 사회적 분위기’.
어느 하나 뜬구름 같은 이야기가 없다.
모두 지금의 나, 우리의 모습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무리는 결과를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신뢰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대목이다.
이 문장을 읽고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끝내지 못한 일이 많을수록 나는 나 자신을 잘 믿지 못하게 된다.
이번에도 어차피 못 할 거라는 생각.
그 생각이 또 다른 시작을 망설이게 만든다.

책은 마무리를 거창하게 정의하지 않는다.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금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끝을 내는 것”을 강조한다.
이 말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늘 최고의 결과를 떠올리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손을 놓아버린다.
하지만 이 책은 묻는다.
지금의 당신이 할 수 있는 마무리는 어디까지인가.

또 하나 공감됐던 부분은 ‘마무리하지 못한 일은 주의력과 집중력을 계속 갉아먹는다’는 설명이다.
끝나지 않은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마음속에서는 계속 알림처럼 울린다.
그 알림이 쌓이면 새로운 일에 집중할 힘은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이 책은 말한다.
마무리는 성취 이전에 정리라고.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은 조금 더 실천적으로 변한다.
일을 끝낼 때 점검해야 할 항목들,
마무리 단계에서 꼭 해봐야 할 질문들,
그리고 실패한 마무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조언까지.
이론서라기보다는 곁에 두고 필요할 때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에 가깝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책 전체에 흐르는 태도다.
다그치지 않는다.
채찍을 들지 않는다.
대신 차분하게 말한다.
“당신이 지금까지 끝내지 못했던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그래서 읽는 내내 방어적인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당장 삶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다.
이제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끝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끝내지 못할 것 같은 일에는 시작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붙이지 않게 되었다.
시작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는 힘은
의욕적인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 아니라,
의욕이 자주 사라지는 사람에게 더 필요한 책이다.
무언가를 늘 시작만 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해본 적이 있다면,
완벽하지 않아도 끝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이 책은 꽤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작은 마무리 하나를 정했다.
미뤄두었던 메모를 정리하고,
끝내지 못한 글 하나를 마저 쓰기로.
아주 작지만, 분명한 끝.
이 책이 말하는 마무리의 힘은

바로 그런 순간에서 시작되는 것 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간의 해체, 시선의 발명 : 입체주의 아트 에센스 4
이슬비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공간의 해체, 시선의 발명 : 입체주의

미술을 ‘보는 법’이 아니라 ‘생각하는 법’으로 바꿔준 한 권

이 책을 펼치자마자 느낀 것은 한 가지였다.
입체주의는 난해한 미술 사조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의 혁명이라는 사실이다.
《공간의 해체, 시선의 발명 : 입체주의》는 작품 설명에 머무르지 않는다.
왜 입체주의가 필요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이후 현대미술 전체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입체주의는 왜 등장했을까

우리는 보통 그림이 현실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근법, 명암, 하나의 시점.
르네상스 이후 미술은 이 규칙을 충실히 따라왔다.

하지만 20세기 초, 이 질서에 균열이 생긴다.
사진의 등장, 급격한 도시화, 과학의 발전.
한 방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았다.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정말 하나의 시점으로만 세계를 인식하는가?”


파블로 피카소조르주 브라크, 시선을 해체하다

책의 중심에는 피카소와 브라크가 있다.
두 사람은 대상을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았다.
대신 알고 있는 만큼, 경험한 만큼을 동시에 화면에 담으려 했다.

기타를 든 사람은 기타를 치는 손과 옆모습, 앞모습이 한 화면에 공존한다.
집은 한 번에 볼 수 없는 구조를 각진 면으로 쪼개어 드러낸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여기서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여주고 끝내지 않는다.
왜 이런 방식이 가능했는지, 세잔의 영향은 무엇이었는지,
아프리카 조각과 원시미술이 어떤 자극을 주었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도판을 넘기며 읽는 재미

사진과 도판의 배치가 탁월하다.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옆 페이지의 그림으로 시선이 이동한다.
설명을 다시 읽고, 그림을 다시 본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입체주의가 조금씩 몸에 스며든다.

특히 브라크의 풍경화와 피카소의 인물화 비교는 인상적이다.
같은 입체주의라도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한 사람의 이론이 아닌, 동시대의 실험이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서술

입체주의 책이라고 하면 먼저 겁부터 난다.
전문 용어, 복잡한 이론, 이해하기 힘든 문장.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문장이 짧고 설명이 명확하다.
중요한 개념은 반복해서 짚어준다.

‘다중 시점’, ‘공간의 분할’, ‘형태의 구조화’ 같은 개념도
일상의 시선에 빗대어 설명해 주기 때문에
미술 전공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입체주의 이후의 세계까지 연결되다

책의 후반부가 특히 좋았다.
입체주의가 끝난 뒤, 그 사유가 어떻게 확장되었는지를 다룬다.
추상미술, 구성주의, 현대 디자인까지.

한 장의 도표에서 입체주의가
얼마나 많은 갈래로 뻗어 나갔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지점에서 깨닫게 된다.
입체주의는 하나의 스타일이 아니라, 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천천히 읽을수록 깊어지는 책

이 책은 속독에 어울리지 않는다.
한 챕터, 한 그림씩 멈춰 읽게 된다.
페이지를 덮고 나면 미술관에 가고 싶어진다.
그리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그림을 보게 된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라는 질문 대신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남는다.


이런 분들께 추천한다

  • 입체주의가 막연히 어려웠던 분

  • 미술사를 흐름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

  • 전시를 볼 때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분

  • 교양 미술서를 찾고 있는 분

《공간의 해체, 시선의 발명 : 입체주의》는
지식을 쌓기 위한 책이 아니라
시선을 확장하는 책이다.

다 보고 나면 분명히 달라진다.

그림을 보는 눈이,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