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간의 해체, 시선의 발명 : 입체주의 ㅣ 아트 에센스 4
이슬비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공간의 해체, 시선의 발명 : 입체주의
미술을 ‘보는 법’이 아니라 ‘생각하는 법’으로 바꿔준 한 권
이 책을 펼치자마자 느낀 것은 한 가지였다.
입체주의는 난해한 미술 사조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의 혁명이라는 사실이다.
《공간의 해체, 시선의 발명 : 입체주의》는 작품 설명에 머무르지 않는다.
왜 입체주의가 필요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이후 현대미술 전체를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입체주의는 왜 등장했을까
우리는 보통 그림이 현실을 닮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근법, 명암, 하나의 시점.
르네상스 이후 미술은 이 규칙을 충실히 따라왔다.
하지만 20세기 초, 이 질서에 균열이 생긴다.
사진의 등장, 급격한 도시화, 과학의 발전.
한 방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았다.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정말 하나의 시점으로만 세계를 인식하는가?”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 시선을 해체하다
책의 중심에는 피카소와 브라크가 있다.
두 사람은 대상을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았다.
대신 알고 있는 만큼, 경험한 만큼을 동시에 화면에 담으려 했다.
기타를 든 사람은 기타를 치는 손과 옆모습, 앞모습이 한 화면에 공존한다.
집은 한 번에 볼 수 없는 구조를 각진 면으로 쪼개어 드러낸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여기서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여주고 끝내지 않는다.
왜 이런 방식이 가능했는지, 세잔의 영향은 무엇이었는지,
아프리카 조각과 원시미술이 어떤 자극을 주었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도판을 넘기며 읽는 재미
사진과 도판의 배치가 탁월하다.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옆 페이지의 그림으로 시선이 이동한다.
설명을 다시 읽고, 그림을 다시 본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입체주의가 조금씩 몸에 스며든다.
특히 브라크의 풍경화와 피카소의 인물화 비교는 인상적이다.
같은 입체주의라도 접근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한 사람의 이론이 아닌, 동시대의 실험이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서술
입체주의 책이라고 하면 먼저 겁부터 난다.
전문 용어, 복잡한 이론, 이해하기 힘든 문장.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문장이 짧고 설명이 명확하다.
중요한 개념은 반복해서 짚어준다.
‘다중 시점’, ‘공간의 분할’, ‘형태의 구조화’ 같은 개념도
일상의 시선에 빗대어 설명해 주기 때문에
미술 전공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입체주의 이후의 세계까지 연결되다
책의 후반부가 특히 좋았다.
입체주의가 끝난 뒤, 그 사유가 어떻게 확장되었는지를 다룬다.
추상미술, 구성주의, 현대 디자인까지.
한 장의 도표에서 입체주의가
얼마나 많은 갈래로 뻗어 나갔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지점에서 깨닫게 된다.
입체주의는 하나의 스타일이 아니라, 출발점이었다는 사실을.
천천히 읽을수록 깊어지는 책
이 책은 속독에 어울리지 않는다.
한 챕터, 한 그림씩 멈춰 읽게 된다.
페이지를 덮고 나면 미술관에 가고 싶어진다.
그리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그림을 보게 된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라는 질문 대신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남는다.
이런 분들께 추천한다
-
입체주의가 막연히 어려웠던 분
-
미술사를 흐름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
-
전시를 볼 때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분
-
교양 미술서를 찾고 있는 분
《공간의 해체, 시선의 발명 : 입체주의》는
지식을 쌓기 위한 책이 아니라
시선을 확장하는 책이다.
다 보고 나면 분명히 달라진다.
그림을 보는 눈이,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