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녹이기
김서해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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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해 작가는 2023년 앤솔러지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에 단편 「폴터가이스트」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예 작가입니다. 이후 장편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여름은 고작 계절』, 단편 『라비우와 링과』까지 짧은 시간 안에 꾸준히 자기 세계를 쌓아온 작가죠. 그 농도가 이번 『얼음 녹이기』에서 한층 단단하게 응축된 느낌이었어요.

❄️ 첫 문장부터 끌어당기는 메타소설의 매력

1부 「얼음 녹이기」는 "소설가 석수현의 첫 장편소설 『어느 눈부신 겨울』은 프시케와 에로스 신화를 현대의 게이 로맨스로 치환한 소설이다"라는 뻔뻔한 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소설 속 소설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메타픽션 구조가 굉장히 영리해요. 신화 속 프시케와 에로스를 이태원 게이 클럽으로 데려와 신분 격차, 자존감,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짜낸 액자식 구성이 첫 페이지부터 시선을 붙듭니다.

🌿 뒤표지 한 문장에 담긴 작품의 결

"읽고 해석하는 것, 복잡한 마음을 언어화하는 것, 그런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언어 밖으로 나가버리는 것, 강렬한 감정은 전부 취약하다는 것, 그 때문에 아름답다는 것."

작가의 말에서 발췌된 이 문장이 책 전체의 분위기를 정확히 압축합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구는 청춘, '그것'이 부재한 사람들, 미래를 기대하는 멍한 얼굴 — 김서해는 이 세 부류의 인물들을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결코 무심하지 않은 거리감이 인상적이었어요.

💭 읽고 난 뒤 남는 것

총 3부로 나뉜 구성은 마치 얼음이 천천히 녹는 단계 같았습니다. 1부에서 메타픽션으로 거리를 두고, 2부 「그것」에서 부재와 결핍을 응시하고, 3부 「클리셰를 지키고도」에서 진부함을 통과한 진심에 다다르는 흐름. 분량은 3부까지 합해도 200페이지 안팎이라 부담 없이 하루 이틀이면 완독 가능하지만, 문장의 밀도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차가운 것을 녹이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격렬하게 끓이는 게 아니라, 천천히 곁을 내어주는 일이죠. 『얼음 녹이기』는 그 과정을 닮은 책이었어요. 강렬한 감정이 결국은 가장 취약하다는 작가의 통찰이,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았습니다.

👍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 한국 신예 작가의 신작이 궁금하신 분

  • 메타픽션과 액자식 구성을 좋아하는 분

  • 청춘, 사랑, 결핍에 대한 섬세한 문장을 찾는 분

  • 짧지만 여운이 긴 단편 모음집을 선호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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